국제유가 내렸지만…정부, 4차 석유 최고가격 또 동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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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내렸지만…정부, 4차 석유 최고가격 또 동결

뉴스로드 2026-04-24 06:3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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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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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로드] 정부가 24일 0시부터 적용되는 4차 석유 최고가격을 다시 동결했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휘발유·경유 가격을 내릴 여지가 있었음에도, 가격 인하가 석유 소비 확대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를 앞세운 결정이다. 사실상 ‘인하 유보를 통한 인상 효과’를 택해 수요 억제에 방점을 찍은 셈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화상 브리핑을 열고 4차 석유 최고가격을 동결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리터(L)당 최고가격은 휘발유 1천934원, 경유 1천923원, 등유 1천530원이 유지된다. 지난 2·3차 때와 같은 수준이다.

석유 최고가격제는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에 상한을 두는 제도로, 2주 단위로 가격을 고시한다. 지난달 13일 첫 도입 당시 이후 2차 가격 발표 때는 국제유가 상승분을 반영해 유종별로 210원씩 올렸지만, 3차와 4차는 연속 동결됐다.

3차와 4차 동결의 배경은 다르다. 3차 결정 당시에는 기준 지표인 ‘싱가포르 국제 석유제품 가격’(MOPS)이 오름세였음에도, 특히 화물차·농어업 등 민생 현장에서 많이 쓰이는 경유 부담을 고려해 인상을 보류했다. 반면 이번 4차는 MOPS가 하락세로 돌아섰는데도 동결이 이뤄졌다.

산업부에 따르면 최근 2주간 MOPS는 휘발유 8%, 경유 14%, 등유 2% 각각 하락했다. 단순히 이 변동률만 반영할 경우 휘발유는 약 100원, 경유는 약 200원 인하가 가능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국제유가 불안이 여전하고, 수급 위기 국면에서 수요 관리가 필요하다며 가격 동결을 선택했다. 가격을 내렸다가 석유 소비가 다시 늘어나는 ‘역효과’를 피하겠다는 의도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석유 최고가격제 도입 이후 일부에서 제기된 “오히려 유류 소비가 늘었다”는 지적을 언급하며 “가격을 내려놓는 게 100% 잘한 일이냐는 반론이 있는데 그것도 일리 있는 지적”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번 동결 방침은 이런 기류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최고가격 산정 시 국제유가만을 기계적으로 반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남경모 산업부 장관정책보좌관은 브리핑에서 “소비 절감을 고려하기는 했지만, 그간 3번의 최고가격제 결정 시에 국제석유제품가격 인상분을 덜 반영한 점과 서민경제 부담, 물가 및 석유소비 관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실제 산업부가 시뮬레이션한 결과, 2차 때부터 지금까지 국제가격 변동률을 100% 반영했다면 현재 최고가격은 휘발유 2천59원, 경유 2천551원, 등유 2천103원 수준이 됐을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현 최고가격보다 각각 125원, 628원, 573원 높은 금액이다. 정부는 이 차이를 ‘그간 누적된 가격 억제 효과’로 보고 있다.

정부 추정에 따르면, 최고가격제를 시행하지 않았을 경우 현재 주유소 판매 가격은 휘발유 2천200원 내외, 경유 2천800원 내외, 등유 2천500원 내외 수준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전국 평균 경윳값이 2천원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약 800원가량의 인하 효과가 발생한 셈이다.

정유사 손실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 재정으로 보전한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손실 정산은 분기별로 이뤄지며, 정유사가 자체 산정한 손실액을 제출하면 ‘최고액 정산위원회’가 검증을 거쳐 최종 금액을 확정한다. 일각에서 제기된 ‘1조원대 손실’ 추산에 대해 남 보좌관은 “정부는 정유사 손실액을 추산한 바 없고, 현실적으로 추산하기도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최고가격제의 향후 존폐 여부는 중동 정세에 달려 있다. 남 보좌관은 “중동 상황이 여전히 유동적인 만큼 현재로선 폐지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향후 미국-이란 휴전 협상이 진전되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풀려 국제유가가 안정된다고 판단되면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이번 4차 동결이 실제 주유소 판매가격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정유사 공급가격에만 상한을 두고 있을 뿐, 개별 주유소의 최종 판매가격은 각 사업자가 결정하기 때문이다. 남 보좌관은 “현재 정유사 공급 가격과 주유소 판매 가격 차이가 100원 내외를 유지하고 있어 현 수준에서 가격이 크게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나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현재로서는 추가적인 가격 인상 요인은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한국석유관리원 등 유관 기관과 함께 주유소 판매가격을 매일 모니터링하며 과도한 가격 인상 차단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물가 안정과 에너지 수요 관리 사이의 딜레마 속에서, 국제유가 하락분을 소비자 가격에 곧바로 돌려주지 않는 ‘사실상 인상’ 전략이 언제까지 유지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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