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권수빈 기자] 얇은 비단 위에 형형색색의 명주실을 수놓는 우리 고유의 자수는 실을 꼬아 쓰는 독특한 방식과 섬세한 땀의 배열을 통해 입체적인 조형미를 구현해 내는 예술이다. 평수(平繡), 자련수(刺練繡) 등 다채로운 기법을 변주하며 솜을 넣어 입체감을 살리는 등 자연의 생명력부터 깊은 종교적 세계관까지 오롯이 담아낸다.
이러한 자수 분야에서 특별한 기예를 갖춘 인물을 '자수장'이라 일컫는다. 자수는 각 민족의 풍습과 신앙, 생활 환경에 따라 독자적인 양식으로 발전해 왔으며, 장인의 역량이 더해져 생활용품을 넘어선 예술 작품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본래 자수는 가정 내에서 할머니와 어머니를 통해 자연스럽게 전승되며 근대까지 활성화됐으나 점차 현대화되면서 기예를 잇기 위한 국가적 제도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최유현 장인은 국가적 전승 제도 아래 1996년 자수장 보유자로 인정받았다. 그는 전통 자수에만 매몰되지 않고 민화, 불화, 추상화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자수 기법을 꾸준하게 개척했다. 특히 수많은 색채를 활용함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톤으로 색감을 제한하는 기법을 구사해 작품이 얽혀 보이지 않고 오히려 조화를 이루도록 꾀하는 것이 그만의 고유한 특징이다.
바늘과 실에 매진하며 전통의 원형을 보존하고 전승하는 데 매진해 온 장인의 집념이 깃든 작품들이 미래 세대의 교육을 위한 자산으로 거듭난다. 국가유산청 산하 한국전통문화대학교는 22일 충남 부여군에 위치한 교내 유현당에서 최유현 장인과 유물 기증 약정식을 진행했다. 장인이 정성으로 완성한 자수 예술품 124건과 더불어 그가 평소 수집해 온 도자기 및 각종 민속 공예품 1,185건을 합쳐 총 1,300여 점에 달하는 방대한 규모다. 해당 기물들은 선조들의 미적 감각과 당대의 직물 재료, 다채로운 표현 방식을 아울러 파악할 수 있는 사료들이다.
기증자는 이 유물들이 교육 현장에 지속적으로 전달돼 우리 공예의 뿌리를 단단하게 다지는 데 쓰이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대학 측은 기증 받은 유산들을 체계적으로 보존 및 관리하며, 향후 국가유산 분야를 이끌어갈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연구 도구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일반 시민들 역시 기증품들이 뿜어내는 전통의 숨결을 가까이서 마주할 기회를 얻게 된다. 현재 새롭게 단장하는 작업이 한창인 옛 부여박물관, 관북리 유적 공간의 보수 공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공식적인 전시가 열릴 예정이다.
뉴스컬처 권수빈 ppbn0101@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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