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항아리 '페이지원' 시리즈 첫 책 '가면을 쓴 철학자' 출간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이름이 꽤나 알려진 프랑스의 한 철학자는 1980년 프랑스 매체 르몽드에 실린 대담에 익명으로 등장한다.
과거 "제가 조금도 알려지지 않았기에 제 말이 조금이나마 곧이곧대로 이해될 수 있었던 그 시절에 대한 향수 때문"이라는 것이 익명을 요청한 이유였다.
자신의 이름에 기대지 않은 채 지식인과 비평, 미디어, 철학 등에 대해 자유롭게 사유를 풀어낸 당시의 대담이 책 '가면을 쓴 철학자'로 출간됐다.
글항아리가 펴낸 이 책은 여러모로 독특한 시도를 한 책이다.
당시 대담의 주인공이 누구였는지는 그의 사후에 밝혀졌지만, 이 책에선 그의 의도를 살리기 위해 'F'라는 익명으로만 표기됐다. 동봉된 동전으로 표지의 은박을 긁어내면 유명 철학자 F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다.
'페이지원' 시리즈의 첫 책인 이 책은 전체 내용이 1쪽에 담겨있다. 인쇄소에서 한 번에 가장 길게 인쇄할 수 있는 길이를 수소문해 긴 포스터 크기의 방수 종이로 제작했다. 보통의 책 한 권 크기로 접혀 케이스에 담겼다.
단 한 쪽짜리 책이라는 시도엔 오늘날의 리터러시에 대한 고민이 담겼다고 출판사는 설명했다. 긴 글이 짧게 발췌돼서 유통되며 간추려진 정보가 취사 선택되는 시대에 단 한 쪽만큼은 읽기의 자리가 남아있으면 하는 바람을 표시한 것이다.
전국 동네서점에서 먼저 출간되고 대형서점에는 다음 달 뒤늦게 출시되는 것도 이 책의 특징이다.
글항아리 관계자는 "독자에게 책을 소개하는 데 있어 동네서점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진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의 '페이지원' 시리즈는 한쪽이라는 형식은 유지하되 크기 등은 다양한 실험을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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