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개 인쇄용지 제조·판매업체가 2021년 2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가격을 담합한 결과 약 71%가 인상됐다.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3년 10개월에 걸쳐 인쇄용지 전제품의 가격 인상을 합의·실행한 6개 제지사(제조·판매사업자)에 약 3000억 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일부 업체는 검찰에 고발됐다. 담합으로 형성된 가격을 각 기업이 적정한 수준으로 되돌리도록 하는 가격재결정명령도 20년 만에 부과됐다. 인쇄업체, 출판업계 및 중소 유통업체의 부담을 덜고 국민의 생활비 인상을 막겠다는 취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3일 2021년 2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정기적·비정기적으로 최소 60회 이상, 7차례에 걸쳐 인쇄용지 기준가격을 인상하거나(2회), 할인율을 축소하는(5회) 방식으로 가격담합을 진행해온 6개 제지사에 과징금 3383억 원과 향후 법 위반행위 금지명령, 독자적 가격재결정 명령 등 시정명령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6개 제지사는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환율 상승 등으로 원가 상승 압박이 커지자 담합을 모의했다. 제지사는 2021년과 2022년에 한 차례 가격을 올리고 3~4개월 만에 또 가격을 올리기도 했다. 특히 담합을 주도한 제지사 임직원들은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본인 명의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고 근처 공중전화, 식당 전화, 타 부서 직원의 휴대전화 등을 이용해 은밀하게 연락을 취했다. 이 과정에서 연락처는 별도 종이에 이니셜, 가명 등으로 표시해 관리했다. 이들은 먼저 가격 인상을 통보하는 업체에 거래처의 반발이 집중될 수 있음을 예상해 회사 간 통보 순서도 합의했다. 가격 합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 동전, 주사위 등을 던져 순서를 결정하기도 했다.
이들이 이익을 보는 동안 피해는 인쇄업체와 출판사 등 중간유통자와 소비자에게 전가됐다. 담합 기간 인쇄용지 판매가격은 톤당 84만 1000원에서 143만 9000원으로 평균 71% 상승했다. 국내 인쇄용지 판매시장에서 이들 업체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2023년 기준 95%에 달했다. 담합 관련 매출액은 4조 300억 원으로 추산됐다.
아울러 공정위는 6개 업체에 가격재결정명령을 내려 담합으로 왜곡된 가격을 다시 정하고 3년간 6개월마다 변경 내역을 보고하도록 했다. 7차 가격 합의 이후 전체 거래처를 대상으로 한 기준가격이 변경되지 않아 아직 합의의 영향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공정위가 재결정명령을 부과한 것은 2006년 밀가루 담합 사건 이후 20년 만이자 역대 두 번째다.
강다현 수습기자 dahyun0115@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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