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밀로이드' 가설 흔들, 인지력 향상 없이 부작용만
(서울=연합뉴스) 김재현 선임기자 = 1906년 4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병원에서 일하던 정신과 의사 알로이스 알츠하이머는 사망한 여성 환자의 뇌를 해부했다. 죽기 전 5년간 기억을 잃고 망상에 시달리다 폐렴으로 숨진 51세 아우구스테 데터였다.
현미경 아래 드러난 건 뇌세포 사이에 엉겨 붙은 베타-아밀로이드 플라크(덩어리)와 실타래처럼 뒤엉킨 세포 내 타우 신경섬유다발이었다. 그해 11월 독일 튀빙겐 학회에서 알츠하이머는 이 발견을 보고했다. 인류가 치매라는 병의 실체를 처음 마주한 순간이었다.
위대한 발견 뒤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길게 드리웠다. 알츠하이머는 정신질환을 신의 저주가 아닌, 뇌의 물리적 질환으로 이해하려 했던 순수 과학자였다. 그러나 그가 세상을 떠난 뒤 많은 동료와 제자들은 히틀러의 나치 정권에 협력했다. 국가 주도의 유전자 정화 계획인 T4 작전 아래 지적 장애인과 정신질환자, 유대인의 뇌 수천개가 연구 재료로 이용됐다.
무고한 희생 위에서 얻은 데이터가 치매 연구의 기초로 활용되는 동안 알츠하이머가 관찰한 아밀로이드 가설은 치매 원인으로 자리 잡았다. 2006년 미국 미네소타대학 실뱅 레스네 교수가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은 그 흐름에 쐐기를 박았다. 특정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쥐에게 주입하자 기억력 장애가 생겼다는 실험 결과였다.
레스네의 논문은 성경처럼 인용됐지만, 2022년 과학전문지 사이언스가 레스네 논문의 핵심 이미지가 조작됐다는 의혹을 폭로하면서 유력한 가설이 흔들렸고, 결국 해당 논문은 2024년 공식 철회됐다.
임상 결과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최근 국제 공동 연구에선 치료제로 뇌 속 아밀로이드는 줄었지만, 인지 기능 개선은 위약군과 큰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뇌부종과 미세출혈 같은 부작용이 관찰됐다. 아밀로이드는 원인이 아니라, 병이 남긴 '흔적'일 수 있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나치에 협력한 일부 과학자들은 "쓸모없는 생명을 인류를 위해 희생시킨다"는 논리로 범죄를 정당화했다. 그러나 그렇게 얻은 데이터는 한 세기가 지나도록 치매의 해답에 다가가지 못했다. 알츠하이머도 자신의 발견이 이렇게 흘러갈 줄은 몰랐을 것이다.
그의 출발은 순수했다. 오늘의 병명조차 그의 스승인 현대 정신의학의 태두 에밀 크레펠린이 붙인 것이다. 그는 단지 기억을 잃어가는 환자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절망, 그럼에도 끝내 치료법을 찾으려는 의사의 자존심에서 답을 찾으려 했다.
120년 전 알츠하이머의 순수함으로 돌아가면 희망에 가까워질 수 있을까. 예단할 수는 없지만, 치매 연구는 아직도 그의 출발선 근처에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j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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