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전시현 기자 | 비트코인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의 정체를 둘러싼 오랜 미스터리에 새 가설이 더해졌다. 22일 공식 사이트를 통해 온라인 공개된 다큐멘터리 ‘사토시를 찾아서’는 사토시가 특정 개인이 아니라, 미국 암호학자 할 피니와 컴퓨터 보안 연구자 렌 사사만이 함께 사용한 공동 가명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비트코인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등장한 뒤 세계 금융 질서에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겼지만, 이를 만든 인물의 실체는 지금까지도 안갯속이다.
▲ 코드는 피니, 글은 사사만
다큐는 비트코인을 한 명의 천재가 단독으로 만든 결과물이 아니라 서로 다른 강점을 지닌 두 사람의 협업 산물로 그린다. 제작진은 할 피니가 코드 작성과 기술 구현을 맡고, 렌 사사만은 비트코인의 핵심 원리를 설명한 9쪽 분량의 백서와 각종 문서 정리, 외부 소통을 담당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피니는 비트코인 초창기 소프트웨어를 가장 먼저 내려받아 사용한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혀 왔고, 사사만은 익명성 기술과 암호학 분야에서 활약한 사이퍼펑크 진영의 핵심 인물이었다.
▲ 엇갈린 시간대가 남긴 단서
제작진은 두 사람의 온라인 활동 기록이 사토시의 행적과 유난히 정교하게 맞물린다는 점에 주목했다. 후보들의 게시물 작성 시점과 이메일 교신 기록, 활동 시간대를 대조한 결과 피니와 사사만의 흔적이 가장 높은 수준으로 겹쳤다는 것이다. 기존 추적이 문체나 접속 시간 분석에 집중했다면, 이번 다큐는 두 사람의 움직임이 서로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이어졌다는 데 무게를 싣는다. 한 명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공백이, 두 사람의 공동 작업으로는 설명된다는 논리다.
▲ 마라톤 기록이 뒤집은 추적
대표적 사례로는 할 피니의 산타바바라 마라톤 참가 시점이 제시된다. 당시 피니가 오프라인 행사에 나가 있던 시간대에도 사토시 명의 계정은 다른 개발자와 이메일을 주고받은 기록을 남겼다고 전한다. 보통 이런 정황은 특정 인물을 후보에서 제외하는 근거가 되기 쉽다. 그러나 제작진은 이를 정반대로 해석했다. 한 사람이 아니라 두 사람이 같은 이름을 함께 썼다면, 한쪽이 자리를 비운 동안 다른 한쪽이 온라인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끊기지 않은 기록이 오히려 공동 창시자설의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 사토시와 함께 멈춘 시간
이 가설이 더 큰 관심을 끄는 이유는 두 사람 모두 이미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렌 사사만은 2011년 사망했는데, 이는 사토시가 마지막 공개 게시물을 남긴 시기와 겹친다. 이후 사토시는 사실상 공개 무대에서 자취를 감췄다. 할 피니 역시 루게릭병으로 알려진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 합병증으로 2014년 숨졌다. 비트코인 초창기 핵심 인물로 꼽혀 온 두 사람이 모두 고인이 되면서, 진실을 직접 확인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 정체는 안갯속, 파장은 확산
물론 이번 다큐의 주장이 곧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사토시의 정체를 둘러싼 추적은 지난 수년간 수많은 가설과 반론을 반복해 왔다. 특정 인물의 문체가 비슷하다거나 활동 시간이 겹친다는 이유만으로 창시자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다만 ‘사토시를 찾아서’는 비트코인이 한 사람의 단독 창작물이 아니라, 서로 다른 재능을 지닌 두 암호학자의 협업 결과일 수 있다는 새 시선을 던졌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파장을 낳고 있다. 한편 현재 이 작품은 주요 OTT가 아니라 공식 사이트를 통한 온라인 공개 형태로 안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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