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환자들도 늘어나고 있는 파킨슨병. 하지만 정부의 도움을 받기가 쉽지 않은 현실에 좌절할 수밖에 없다.
22일 SBS는 5년 전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51살 한양태 씨의 일상을 보도했다. 그의 삶은 이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손 떨림으로 시작된 증상은 시간이 갈수록 악화됐고, 이제는 일상적인 동작 하나하나가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한 씨는 “당시 진단 받기 전에 한 7, 8년 전부터 손이 떨렸습니다. (의사가) 문진하더니 '술 좀 덜 드시면 되겠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초기 증상이 가볍게 여겨지면서 정확한 진단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그 사이 병은 서서히 진행됐다.
유튜브'SBS 뉴스'
현재 한 씨에게 옷을 입고 설거지를 하는 일, 걸음을 옮기는 것조차 모두 큰 부담이다. 그는 “앉아서 일어나는 것도 그냥 일어나지 못 해요.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서 그렇습니다.”라고 말했다. 근육이 뻣뻣해지고 움직임이 느려지는 증상은 일상의 기본적인 기능을 하나씩 무너뜨리고 있다.
문제는 질병 자체의 고통뿐만이 아니다. 한 씨는 장애 등급을 받지 못해 제도적인 지원에서도 배제돼 있다. 그 결과 ‘장애인 일자리’ 대상에서 제외됐고, 결국 승진을 앞두고 해고 통보까지 받았다. 이동권 역시 제한된다. 장애인 주차장이나 전용 택시를 이용할 수 없어 병원 방문조차 큰 부담이다. 그는 “장애인 주차장은 댈 수가 없으니까, 차에서 내려서 병원 입구까지 오는 데 한두 시간 걸립니다.”라고 토로했다.
이 같은 상황은 현행 장애 등급 판정 기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보건복지부는 치료 약물이 있는 질환의 경우, 약을 복용한 상태에서 기능을 평가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입장이다. 시력 장애를 안경 착용 상태에서 판단하는 것과 같은 논리다. 그러나 파킨슨병 환자들에게 약물은 일시적인 효과만을 제공할 뿐이다. 약을 복용하면 잠시 증상이 완화되지만, 약효가 떨어지면 다시 운동 장애가 나타나는 ‘온(ON)·오프(OFF)’ 상태가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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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러한 질환의 특수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권겸일 순천향대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파킨슨병 환자는) 약을 먹었을 때 '온(ON)' 상태가 늘 안정적으로 유지가 되시는 게 아니에요. 시력 장애 환자와 동일시해서 장애 평가를 하는 것은, 파킨슨 질환의 특수성을 정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아닌가….”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약물 효과가 일정하지 않은 질환임에도, 현재의 판정 방식은 ‘가장 좋은 상태’를 기준으로 삼고 있어 실제 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뇌전증처럼 발작 여부와 빈도를 기준으로 별도의 장애 판정 체계를 두고 있는 사례와 비교할 때, 파킨슨병 역시 독립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파킨슨병은 대표적인 퇴행성 신경계 질환으로, 뇌의 흑질에서 도파민을 생성하는 신경세포가 점차 소실되면서 발생한다. 도파민은 신체 움직임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경전달물질로, 이 물질이 부족해지면 운동 기능에 이상이 생긴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손이나 팔이 떨리는 진전, 몸이 뻣뻣해지는 강직, 움직임이 느려지는 서동, 균형 유지가 어려워지는 자세 불안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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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에는 한쪽 손의 미세한 떨림이나 글씨가 작아지는 변화 등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시간이 지나면서 걸음이 느려지고 보폭이 짧아지며, 얼굴 표정이 줄어드는 ‘가면 얼굴’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운동 증상 외에도 우울감, 수면 장애, 변비, 후각 저하 등 비운동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파킨슨병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노화가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이 외에도 유전적 요인, 환경적 독소 노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완치가 가능한 질환은 아니지만, 약물 치료를 통해 증상을 상당 부분 조절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도파민을 보충하거나 작용을 돕는 약물이 사용된다.
다만 앞서 언급된 것처럼 약물 효과는 일정하지 않으며, 장기간 복용 시 약효 지속 시간이 짧아지거나 이상운동증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이 때문에 환자의 상태에 따라 약물 용량과 복용 시간을 세밀하게 조절해야 한다. 일부 환자에게는 뇌심부자극술(DBS)과 같은 수술적 치료가 시행되기도 한다.
재활 치료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물리치료와 운동 치료를 통해 근육의 유연성을 유지하고 균형 감각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꾸준한 걷기 운동이나 스트레칭은 증상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무엇보다 환자의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족과 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수적이다.
한 씨의 사례는 단순한 개인의 어려움을 넘어 제도의 사각지대를 보여준다. 질환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기준은 환자들을 지원 체계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 파킨슨병 환자들이 실제 삶에서 겪는 어려움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보다 현실적인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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