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게 수놓은 워치들의 향연.
공예와 워치메이킹의 조우, 오데마피게, 까르띠에, 불가리
하이엔드 워치메이킹의 가치는 단순히 정교한 메커니즘의 완성도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치밀한 공학적 설계 위에 예술적 장식과 공예가 층층이 더해질 때, 시계는 비로소 하나의 마스터피스로 거듭납니다.
오데마 피게(Audemars Piguet)는 워치스앤원더스 2026에서 아틀리에 데 에타블리쇠르를 통해 하이엔드 워치메이킹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줬습니다. 아틀리에 데 에타블리쇠르는 18세기 말부터 이어진 에타블리사주 시스템에 뿌리를 둔 프로젝트로, 매뉴팩처 안팎의 장인과 독립 공방의 전문 기술을 모아 매우 한정된 수량의 시계를 제작합니다. 첫 공개작 가운데 피콕은 가장 화려한 시크릿 워치입니다. 정교하게 조각한 화이트 골드 딱정벌레 형상의 케이스를 열면 축소형 공작이 모습을 드러내고, 공작의 꼬리를 형상화한 반투명 에나멜 다이얼이 12시 방향 창에서 드래깅 방식으로 시간을 표시합니다. 수동 칼리버 3098.2와 깃털 모양 화이트 골드 브레이슬릿까지 더해져, 피콕은 오데마 피게가 기술과 공예를 얼마나 깊이 있게 결합하는지 압축한 상징적인 작품입니다.
까르띠에(Cartier)는 워치스앤원더스 2026에서 프리베 10번째 오퓌스를 통해 메종의 상징적인 형태를 다시 꺼냈습니다. 크래시 스켈레톤은 까르띠에가 형태와 워치메이킹을 얼마나 긴밀하게 엮는지 보여주는 대표작입니다. 950 플래티넘 케이스 안에는 크래시의 비정형 실루엣을 따라 새롭게 설계한 수동 칼리버 1967 MC를 담았고, 스켈레톤 브리지는 로마 숫자 인덱스를 겸하며 구조 자체가 곧 다이얼이 되는 구성을 완성합니다. 양면에 손으로 해머링한 브리지 마감과 루비 카보숑 크라운, 버건디 앨리게이터 스트랩까지 더해져 특유의 긴장감이 한층 선명해집니다. 150피스 한정으로 공개한 크래시 스켈레톤은 까르띠에가 단순히 아이코닉한 케이스를 복각하는 데 그치지 않고, 메종 고유의 조형 언어를 하이엔드 워치메이킹의 차원으로 확장했음을 보여줍니다.
샤넬(Chanel)은 메종의 상징인 까멜리아와 보우를 이번 컬렉션의 중심에 세웠습니다. 이번에 공개한 너 드 까멜리아 컬렉션은 블랙과 화이트의 대비, 그로그랭 리본을 닮은 질감, 다이아몬드 아래 숨은 다이얼까지 샤넬의 꾸뛰르 코드를 손목 위로 옮겼습니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피스는 너 드 까멜리아 임브로이더드 커프입니다. 르사주 공방의 블랙 시퀸 자수로 완성한 레더 브레이슬릿 위에 화이트 골드 까멜리아를 올리고, 꽃 중심부에는 0.70캐럿 다이아몬드 아래 다이얼을 감춘 시크릿 워치 구성을 더했습니다. 이어 스노 세팅으로 꽃잎의 볼륨을 살린 너 드 까멜리아 커프, 다이아몬드 세팅과 블랙 트리밍으로 리본의 곡선을 강조한 커프와 링, 5.23캐럿 어셔 컷 다이아몬드 아래 다이얼을 숨긴 유니크 피스 너 드 디아망 커프까지 아우르며 샤넬의 아이코닉한 코드를 한층 풍성하게 보여줍니다.
하이 워치메이킹의 끝없는 질주, 예거 르쿨트르와 바쉐론 콘스탄틴
하이엔드 워치메이킹은 이제 복잡한 기능의 개수만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예거 르쿨트르와 바쉐론 콘스탄틴은 이번 시즌, 정밀성과 구조를 각자의 방식으로 끝까지 밀어붙이며 하이 워치메이킹의 다음 장면을 보여줬습니다.
예거 르쿨트르(Jaeger-LeCoultre)는 마스터 하이브리스 인벤티바 지로투르비용 아 스트라토스페르로 하이엔드 워치메이킹의 정점을 다시 끌어올렸습니다. 새 하이브리스 인벤티바 컬렉션의 첫 번째 손목시계인 이 모델은 칼리버 178을 바탕으로 한 3축 투르비용을 품고, 손목의 다양한 각도에서 생기는 오차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케이스 사이즈는 42mm로 플래티넘 소재를 적용했고, 중앙에서 비켜 배치한 오프센터 시·분 링 덕분에 무브먼트의 주요 요소를 더 직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6시 방향에는 세 개의 티타늄 케이지가 서로 다른 속도로 회전하는 3축 자이로투르비옹이 자리하고, 서브 다이얼 인디케이터가 초를 함께 표시합니다. 여기에 18K 화이트 골드 무브먼트 플레이트에는 선레이 기요셰와 반투명 블루 에나멜을 입혀 기술적인 긴장감과 장식적인 깊이를 함께 담았습니다. 20피스 한정으로 선보인 이번 신제품은 예거 르쿨트르가 생각하는 차세대 하이 워치메이킹의 방향까지 함께 보여줍니다.
바쉐론 콘스탄틴(Vacheron Constantin)은 레 카비노티에 미닛 리피터 투르비용 스켈레톤으로 메종의 컴플리케이션 유산을 다시 꺼냈습니다. 미닛 리피터와 투르비용이라는 전통적인 하이 컴플리케이션을 한 점에 담는 데서 멈추지 않고, 무브먼트를 과감하게 비워내 내부 구조를 정면으로 드러냈죠. 18K 핑크 골드 케이스 안에는 수동 칼리버 2755 TMR SQ를 넣었고, 약 58시간 파워 리저브를 갖췄습니다. 한눈에 시선을 끄는 스켈레톤 작업에는 1년의 시간을 들였고, 메인플레이트 부피도 기존보다 40퍼센트 줄였습니다. 전면의 사파이어 크리스털 너머로 473개 부품이 맞물려 움직이는 장면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블루 미닛 트랙과 45mm 케이스 안에서 돌아가는 투르비용과 미닛 리피터가 기술적 긴장감을 더욱 끌어올립니다. 싱글 피스 에디션으로 완성한 이번 신작은 바쉐론 콘스탄틴이 오랜 컴플리케이션 유산을 오늘의 감각으로 정교하게 계승합니다.
귀로 듣는 하이컴플리케이션, 쇼파드와 파텍필립
현대에는 시간을 눈으로 확인하는 일이 익숙합니다. 하지만 자명종 소리와 벽시계의 종, 성당 종탑의 울림이 하루의 리듬을 알려주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워치메이킹은 발전을 거듭하며 이제 손목 위에서도 맑은 울림으로 시간을 알립니다. 올해 워치스앤원더스에서 만난 차이밍 워치는 그 진화를 가장 인상적으로 들려줍니다.
워치스앤원더스에서 공개한 L.U.C 그랜드 스트라이크는 쇼파드(Chopard)가 축적해 온 차이밍 워치의 정수를 응축한 타임피스입니다. 정각과 15분 단위마다 자동으로 시간을 울리는 그랑 소네리, 보다 간결한 방식으로 시간을 알리는 쁘띠 소네리, 버튼을 누르는 순간 현재 시각을 소리로 전하는 미닛 리피터를 한 점에 담았습니다. 여기에 사파이어 크리스털 공과 워치 글래스 모노블록 구조를 더해 맑고 깊은 울림을 완성했습니다. 1만 1천 시간이 넘는 연구개발과 10개의 특허를 바탕에 둔 칼리버 L.U.C 08.03-L은 총 686개 부품으로 이뤄졌고, 다이얼을 걷어낸 전면부를 통해 복잡한 메커니즘의 움직임까지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제네바 실과 스위스 공식 크로노미터 검정기관 COSC 인증까지 갖춘 점도 눈에 띕니다. L.U.C 그랜드 스트라이크는 쇼파드가 소리를 다루는 기술력과 하이 워치메이킹의 수준을 동시에 입증합니다.
파텍필립(Patek Philippe)은 7047G 미닛 리피터로 차이밍 워치에 한층 현대적인 인상을 입혔습니다. 높은 기술력을 요하는 컴플리케이션 워치지만, 외관은 의외로 간결하고 세련됐습니다. 케이스는 38mm 화이트 골드로 완성했고, 네이비 카본 패턴 다이얼에 오렌지 포인트를 더해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라인업 안에서도 경쾌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셀프와인딩 칼리버 R 27 PS를 탑재했고, 최소 43시간에서 최대 48시간의 파워 리저브를 제공합니다. 여기에 두 개의 클래식 공과 22K 골드 오프센터 기요셰 미니로터가 자리해 차이밍 워치 특유의 존재감을 더합니다. 파텍필립이 오랜 시간 다듬어온 미닛 리피터의 무게감은 지키면서도, 전체 인상은 한층 가볍고 현대적으로 정리했다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매일 차고 싶은 스켈레톤 워치, 위블로와 에르메스
스켈레톤 워치는 이제 더 이상 특별한 순간만을 위한 전유물이 아닙니다. 내부 구조를 투명하게 드러내는 시각적 즐거움은 유지하되, 뛰어난 착용감과 가독성 그리고 탄탄한 실용성까지 겸비한 모델들이 메인스트림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위블로(Hublot)는 빅뱅 리로디드를 통해 스켈레톤 스포츠 워치가 도달할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합니다. 이번 박람회에서 오픈워크 빅뱅 유니코 컬렉션의 진화형으로 소개한 이 타임피스는 44mm 사이즈의 케이스와 시각적 층위를 강조한 구조, 투톤 베젤을 통해 한층 입체적인 외관을 완성했습니다. 시계의 심장부에는 인하우스 HUB1280 유니코 셀프와인딩 플라이백 크로노그래프가 박동하며, 72시간의 파워 리저브와 100m 방수 성능으로 강력한 스펙을 뒷받침합니다. 특히 이전보다 한층 정돈된 다이얼 구성 덕분에 컬럼 휠과 오실레이팅 클러치 같은 핵심 부품의 움직임을 더욱 직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는 점이 돋보입니다. 여기에 원클릭 시스템으로 손쉽게 교체할 수 있는 러버 스트랩까지 더해 스켈레톤 특유의 복잡한 구조를 매일의 손목 위에서 보다 경쾌하게 즐길 수 있도록 했습니다.
반면, 에르메스(Hermès)는 H08 스켈레트를 통해 스켈레톤 워치를 가장 담백하고 세련된 방식으로 다뤘습니다. H08 특유의 원과 사각형이 공존하는 케이스 안에 새로운 H1978 S 메커니즘을 정교하게 맞물려 넣었고, 블랙 DLC 코팅 티타늄 케이스와 세라믹 베젤, 속을 비워낸 오픈워크 블랙 전면부가 에르메스 특유의 절제된 미감을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케이스 폭은 39mm, 러그 투 러그는 42mm로 손목 위에서 균형감이 좋고, 60시간 파워 리저브와 100m 방수 성능까지 갖춰 일상적인 착용에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무엇보다 전면을 과하게 비우지 않고 미닛 트랙과 인덱스를 또렷하게 남겨 가독성까지 놓치지 않았습니다. H08 스켈레트는 복잡한 구조도 충분히 모던하고 편안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며, 에르메스다운 위트를 손목 위에 자연스럽게 더합니다.
기술의 정교함과 예술의 농밀함이 교차하는 자리에서 올해의 워치 라인업이 출발했습니다. 워치스앤원더스에서 공개한 하이라이트 노벨티 가운데 가장 마음을 끈 한 점은 무엇인가요. 올 한 해 손목 위에 펼쳐질 새로운 장면을 천천히 지켜볼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