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모의 실사구시 경제] 삼전·SK하이닉스의 ‘K-반도체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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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모의 실사구시 경제] 삼전·SK하이닉스의 ‘K-반도체 역사’

경기일보 2026-04-22 19:41:3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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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모 경희대 명예교수

 

기업의 존재 이유는 단순히 이윤 추구에 머물지 않고 좋은 제품을 만들어 정당한 이익을 내고 이를 통해 회사를 튼튼하게 키우는 것이다. 기업이 이익을 내야만 국가 운영의 근간인 세금을 납부할 수 있으며 신기술 개발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빈곤을 구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반도체의 역사는 불가능에 대한 도전에서 시작됐다. 1974년 이건희 전 회장은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비를 털어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며 정보기술(IT) 강국의 초석을 닦았다. 이어 1983년 이병철 창업 회장의 ‘도쿄선언’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당시 일본의 NEC, 도시바 등은 한국의 도전을 비웃었으나 삼성은 선언 10개월 만에 세계에서 세 번째로 64K D램 개발에 성공하며 반전의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삼성의 승부수는 ‘고위험 고수익’ 전략과 과감한 공정 혁신이었다. 일본 기업들이 안정적인 트렌치 공정에 안주할 때 삼성은 웨이퍼 위에 회로를 쌓아 올리는 스택(Stack) 공정을 선택해 기술적 한계를 돌파했다. 그 결과 1992년 세계 최초 64Mb D램 개발과 함께 세계시장 점유율 1위에 올라선 후 30년 넘게 초격차 전략을 유지하며 전 세계 메모리 시장의 제왕으로 군림해 왔다.

 

메모리산업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널뛰는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이다. 2000년대 들어 세 차례나 벌어진 잔혹한 치킨게임은 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바꿨다. 삼성전자는 경쟁사들이 투자를 줄일 때 오히려 설비 투자를 두 배로 늘리는 역발상 경영으로 일본의 엘피다와 유럽의 키몬다를 무너뜨렸다.

 

SK하이닉스의 생존사는 더욱 극적이다. 2001년 현대그룹에서 분리된 후 10년간 채권단 관리 체제라는 암흑기를 보냈으나 현장 노동자들과 연구진은 생산성 개선에 사활을 걸며 버텼다. 2012년 SK그룹에 인수된 후 최태원 회장의 강력한 지원 아래 공격적인 설비 투자를 단행한 하이닉스는 오늘날 삼성, 마이크론과 함께 세계 메모리 시장을 삼분(三分)하는 거물로 성장했다.

 

2022년 생성형 인공지능(AI)인 챗GPT의 등장은 반도체산업에 새로운 변곡점을 가져왔다. 과거 자료를 저장하던 디지털 창고에 불과했던 메모리는 이제 AI 연산의 핵심 엔진인 고대역폭메모리(HBM)로 진화했다. 이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독보적인 적층 기술과 공정 고도화를 바탕으로 엔비디아 공급망을 선점하며 2025년 D램 점유율 1위라는 반란을 일으켰다.

 

삼성전자 역시 전열을 재정비하며 반격에 나섰다. 설계(System LSI), 제조(Foundry), 메모리를 모두 갖춘 세계 유일의 종합 반도체 기업(IDM)으로서 HBM부터 첨단 패키징까지 한번에 해결하는 ‘턴키 솔루션’을 통해 AI 아키텍트로서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삼성과 SK의 메모리 없이는 AI 인프라 구축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할 만큼 한국은 대체 불가능한 전략적 요충지가 됐다.

 

현재 글로벌 반도체 전선의 설계의 엔비디아, 제조의 TSMC, 메모리의 삼성·SK라는 삼각 구도는 고정된 것이 아니다. 중국의 막대한 보조금을 등에 업은 추격과 미일 중심의 반도체 동맹은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이제 반도체는 기업 간의 경쟁을 넘어 국가 대항전인 ‘기정학(Techno-politics)’의 영역에 들어섰다.

 

과거 일본 반도체가 성공에 취해 몰락했듯이 우리도 과거의 영광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대만이 TSMC를 중심으로 ‘실리콘 실드’를 구축했듯이 우리 정부도 파격적인 세제 지원과 인프라 확충, 그리고 강력한 컨트롤타워를 통해 기업들이 마음껏 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43년 전 무모해 보였던 도전을 위대한 승리로 바꾼 기업가정신과 근로문화를 다시금 일깨워야 한다. 반도체는 우리 경제의 심장이자 자유민주주의와 국부를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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