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권리금은 통상 상가 건물의 영업시설, 비품, 거래처, 신용, 영업상의 노하우, 건물 위치에 따른 이점 등 유형·무형의 재산적 가치를 이용하는 대가로 신규 임차인이 기존 임차인에게 지급하는 금전을 말한다. 이처럼 권리금은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지급하는 보증금·차임과 전혀 다르다. 누구나 상가 권리금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오랜 기간 우리나라의 법률과 판례는 권리금의 법률관계를 규율할 명확한 기준을 설정하지 않아 혼란이 벌어졌다. 결국 국회는 2015년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하 ‘상가임대차법’)에 권리금 관련 규정을 신설했다.
위 법률은 기존 임차인이 신규 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받는 계약을 체결할 때 임대인이 이를 방해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권리금을 보호한다. 예컨대 임대차 기간이 종료될 시점이 다가오자 기존 임차인(갑)이 신규 임차인(을)을 물색해 임대인(X)에게 소개했다. 갑은 을로부터 권리금으로 1억원을 받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X가 을에게 주변 시세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은 수준의 보증금과 차임을 제시하면서 이 금액이 아니면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렸고 결국 X와 을의 임대차 계약은 무산됐다. 임대인인 X가 자신의 판단에 따라 특정한 계약 조건을 제시하는 것은 그의 자유다. 문제는 X의 행위로 인해 갑이 을로부터 권리금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따라서 갑은 권리금 회수 기회가 소멸됐음을 이유로 X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것이 권리금 보호를 위해 상가임대차법이 채택한 수단의 핵심이다.
반대로 다음과 같은 사례라면 갑은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한다. X는 갑이 주선한 을에게 시세에 딱 들어맞는 보증금과 월세를 제시하면서 계약의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그러나 을은 자금이 부족해 보증금과 월세를 지급할 형편이 아니었다. 이 경우 X에게 무작정 을과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 다시 말하면 X가 을과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정당하다. 따라서 갑은 X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대법원은 최근 선고한 판결(2025년 11월20일 선고 2024다305605, 305612 판결)에서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에 따른 임대인의 손해배상 책임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한 바 있다.
첫째, 임차인이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를 주선했는데 임대인이 이를 정당한 이유 없이 거절한 경우 임차인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임대인이 사전에 정당한 사유 없이 임차인이 주선하는 사람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의사가 없음을 확정적으로 밝힌 경우라면, 임차인이 실제로 신규 임차인을 주선하지 않았더라도 임차인은 권리금 회수 방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둘째, 임차인이 신규 임차인을 주선했는데 임대인이 자신이 그 상가에서 직접 영업할 계획이라는 이유로 신규 임대차계약의 체결을 거절했다면 이는 정당한 이유에 해당하는가? 위 판결은 ‘임대인 자신이 직접 영업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정당한 이유로 볼 수 없으며, 임차인은 임대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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