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은 토지나 건물처럼 움직여서 옮길 수 없는 재산을 말합니다. 사람의 거주지가 걸린 문제이니 만큼 개인 재산 중에서는 구매 및 거래과정이 가장 복잡하고 까다로우며 가격도 어마어마합니다. 그만큼 대한민국에서 규제와 세금이 가장 강력한 시장 중의 하나입니다. 그래서 비즈니스플러스는 최근 이슈 및 업계 동향에 대해 쉽게 풀어드리려고 합니다. 그럼 요즘 부동산에 대해 하나하나씩 알아가볼까요. [편집자주]
잦은 사업 지연과 불투명한 운영으로 '지옥주택'이라 불리며 서민들의 눈물을 쏙 뺐던 지역주택조합(지주택) 제도가 대대적인 수술대에 오른다. 정부가 지주택 사업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토지 확보 기준을 대폭 낮추고, 부실 대행사를 퇴출하기 위한 등록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고사 위기에 처한 지주택을 재건축·재개발에 이은 제3의 주택 공급 축으로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발표한 '지역주택조합 피해 예방 및 사업 정상화 방안'의 핵심은 토지 소유권 확보 기준의 완화다.
현행법상 지주택이 사업계획 승인을 받으려면 전체 토지 면적의 95% 이상에 대한 소유권을 확보해야 한다. 나머지 5%에 대해서만 매도청구권(강제 수수)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일반 주택건설사업의 기준이 80%인 것과 비교해 문턱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전국 618개 지주택 현장 중 절반이 넘는 51.2%가 초기 단계인 '모집 신고' 상태에 머물러 있다.
정부는 이 기준을 일반 사업과 동일한 80%로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이번 조치로 토지 매입 과정에서 소요되는 기간이 평균 1년 이상 단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 지연의 주범으로 꼽혔던 이른바 '알박기' 차단책도 병행된다. 업무대행사 등이 보유한 토지에 대해서는 보유 기간과 상관없이 매도청구권을 부여해, 소수 토지 소유자가 과도한 보상을 요구하며 대다수 조합원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원천 봉쇄할 방침이다.
지주택 사업의 또 다른 고질적 병폐는 전문성 없는 업무대행사의 횡포와 불투명한 정보 공개였다. 조합 가입 시 설명과 달리 추가 분담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거나, 대행사가 조합비를 횡령하고 잠적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는 '업무대행업 등록제'를 도입한다. 일정 수준 이상의 자본금과 전문 인력을 갖춘 업체만 지주택 사업에 발을 들일 수 있도록 문턱을 높인 것이다. 아울러 조합원이 정보 공개를 청구할 경우, 조합 측이 공개해야 할 자료 범위를 법령에 명확히 특정하기로 했다. '포괄적 규정'을 악용해 중요 정보를 숨겨온 관행을 뿌리 뽑겠다는 취지다.
공사비 분쟁을 해결할 안전장치도 마련된다. 시공사가 최초 계약 대비 공사비를 5% 이상 증액하려 할 경우, 한국부동산원 등 전문기관의 검증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또한 시공사 선정 시 경쟁입찰을 의무화해 조합원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사업의 객관성을 높이기로 했다.
사업지 내 거주하던 원주민 조합원에 대한 역차별 논란도 해소될 전망이다. 기존에는 원주민이라 해도 85㎡ 이하 1주택 요건을 충족해야 조합원 자격을 유지할 수 있어 정착에 어려움이 많았다. 앞으로는 사업지 내에서 2년 이상 주택을 보유하고 1년 이상 거주한 토지 소유자라면 평형과 관계없이 조합원 자격을 얻을 수 있다.
다만, 이를 악용한 투기를 막기 위해 모집신고 신청일을 기준으로 주택 보유 및 거주 요건을 엄격히 적용할 계획이다. 원주민의 주거권은 보호하되, '지분 쪼개기' 등으로 사업성을 해치는 행위는 철저히 가려내겠다는 계산이다.
현재 전국에서 추진 중인 지주택 사업 규모는 약 30만가구에 달한다. 이 중 수도권에만 10만가구, 서울에는 5만가구가 집중돼 있다. 재건축·재개발 규제가 완화되고는 있지만, 정비사업만으로는 도심 내 신규 주택 공급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지주택은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업계에선 이번 대책이 지주택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변곡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그동안 지주택은 리스크가 너무 커 메이저 건설사들이 참여를 꺼려왔다"며 "토지 확보 기준이 완화되고 공사비 검증 체계가 잡힌다면 브랜드 건설사들의 참여가 늘어나 사업 안정성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우선 금융권의 '돈줄'이 마른 상황에서 사업 추진을 위한 원활한 자금 조달이 가능할지가 관건이다. 업계 관계자는 "토지 확보 기준이 완화된 것은 지주택 사업자에겐 환영할 일이지만, 고금리 상황에서 조합원들이 브릿지론이나 PF(프로젝트파이낸싱)를 이용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금융 지원에 대한 추가적인 제도 개선이 없다면 사업 속도를 내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이번 대책이 '공수표'에 그치지 않으려면 지방자치단체의 강력한 행정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아무리 규정을 촘촘하게 바꿔도 현장에서의 지도·감독이 소홀하면 부실 조합과 대행사는 독버섯처럼 다시 자라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방향성은 옳지만, 결국 현장에서 조합의 투명성을 감시하고 부실 업체를 걸러내는 주체는 지자체장"이라며 "지자체 내 지주택 전담 조직을 강화하고 정기적인 실태 조사를 통해 문제가 있는 현장은 과감하게 정리하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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