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바뀌었다…고금리 장기화·전쟁 리스크로 PF '각자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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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바뀌었다…고금리 장기화·전쟁 리스크로 PF '각자도생'

이데일리 2026-04-21 21:47:0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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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마켓in 김성수 기자] 고금리와 중동 전쟁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각자도생' 체제로 바뀌고 있다.

부동산 호황기에는 이해관계자들이 협력해 대규모 개발사업을 끌고 갔던 반면 지금은 각자의 손익을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다.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당분간 이같은 흐름이 지속되면서 부동산 시장 전반의 위축과 구조 재편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주도 '자율 구조조정' 확대

21일 금융위원회 등 관계 부처의 이달 '부동산 프로젝트 금융(PF) 상황 점검회의 개최' 결과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까지 유의·부실우려 사업장 18조5000억원이 정리·재구조화됐다.

이 중 경·공매, 수의계약 및 상각 등을 통한 정리가 13조3000억원으로 약 72%를 차지한다. 재구조화(신규자금 공급 및 자금구조 개편 등)는 5조2000억원(약 28%) 규모로 진행됐다.

정부가 부동산 개발사업장의 사업성을 평가해 정상 사업장은 자금이 원활하게 공급되게 하고, 부실 사업장은 공매로 넘기는 등 재구조화·정리를 유도한 것이다.

또한 금융감독원은 PF 부실채권 정리 및 정상화를 위한 펀드 투자로 인해 저축은행이 유가증권 및 집합투자증권 투자한도를 초과하더라도 오는 6월 30일까지 관련 조치를 면제하기로 했다.

이번 연장은 당초 지난해 말까지였던 기한을 6개월 더 늘린 것으로, PF 시장 정상화가 예상보다 더딘 상황이 반영된 조치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그러나 최근에는 시장이 스스로 PF 대출 만기 연장을 불허하고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자율 구조조정'이 뚜렷해지고 있다. 대주단이 대규모 사업장이라도 대출 만기 연장을 거부해서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서울 중구 남대문로5가 일대 추진 중인 '이오타 서울2'(메트로타워·서울로타워 개발) 프로젝트는 최근 약 1조2000억원 규모로 공매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메리츠금융그룹과 NH투자증권이 브릿지론의 신규 선순위 대주로 참여하며 급한 불은 껐지만, KB국민은행 등 기존 대주단이 공매 추진에 합의해 절차대로 공매가 진행됐다.

또한 엠디엠자산운용이 전국 10개 홈플러스 점포에 투자한 펀드는 대출 만기 연장이 무산되며 EOD 위기에 몰렸었다. 결국 모회사인 엠디엠그룹이 5100억원을 직접 투입해 대출을 전액 상환했다.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부동산 PF 연체율은 비(非) 은행권을 중심으로 급등했다. 건설사 부도 및 선별적 수주, 개발회사들의 재무악화, 자산매입 수요 부진 등이 중첩되고 정부의 부동산 PF 관리도 강화된 결과다.

지난해 말 기준 증권업계의 PF 대출 연체율은 28.38%로 직전 분기 말인 지난해 9월 말(27.65%)보다 0.73%포인트(p) 올랐다. 이는 같은 기간 금융권 전체의 PF 대출 연체율이 4.24%에서 3.88%로 0.36%p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고금리·전쟁 리스크 장기화 여파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거시환경 악화가 자리 잡고 있다. 상업용부동산 시장은 이미 2022년 기준금리 인상을 기점으로 하락세에 접어들었으며, 고물가 환경 속에서 금리 인하 기대도 제한적이었다.

여기에 올 들어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긴장 고조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건설 원가까지 상승했다. 고유가에 따른 물가 상승 우려에 기준금리 인상 압력마저 높아져 신규 개발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낙관하기 더욱 어려워졌다.

금융권도 중동 불확실성을 회피하기 위해 대출 심사에 보수적으로 나서면서 PF 시장 유동성이 급격히 위축됐다. 서울 서초구 '서리풀 복합시설 개발사업'(5조3500억원 본PF 조달) 등 사업성이 우수한 지역에 자금이 쏠리면서 사업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사업지는 자금조달이 더욱 어려워진 것이다.

이 같은 환경 변화 속에서 금융권은 '시간을 벌기 위한 대출 연장' 대신 '리스크를 털고 가자'를 택하고 있다. 사업성이 악화된 프로젝트의 PF 대출 만기를 계속 연장하며 부실 처리를 지연시키기보다 '기한이익상실'(EOD)을 통보해 손실을 관리하겠다는 판단이다.

시장 구조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과거 부동산 호황기에는 이해관계자들이 협력해 대규모 개발사업을 추진했다면, 지금은 각 주체가 자신의 손익을 우선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향으로 바뀌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각자도생 체제'로의 전환이라고 평가한다.

이처럼 PF 시장에서 새로 돈 빌려줄 곳을 찾기 어려워지면서 자금 조달 여건이 나빠진 만큼 개발사업 전반이 위축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단기간에 반전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자금 시장의 경색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당분간 이같은 흐름이 지속되면서 부동산 시장 전반의 침체와 구조재편이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실물 부동산이라도 안정적 현금흐름이 확보되지 않으면 대주단이 만기 연장을 쉽게 해주지 않는 분위기"라며 "특히 코로나19 시기 저금리 환경에서 높은 가격에 매입된 자산들이 금리,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사업성이 떨어져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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