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채팅 플랫폼으로 알려진 디스코드가 일부 10대들 사이에서 ‘가상국가’로 변질되며 현실 사회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실태가 공개된다. 온라인에서 왕과 권력자가 된 이들이 조직적인 역할 분담을 통해 허위 테러 신고와 신상 유포까지 벌였다는 점에서, 단순한 일탈을 넘어선 사이버 범죄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KBS ‘시사기획 창’은 이 같은 디스코드 내부의 폐쇄적 권력 구조가 어떻게 현실 범죄로 이어졌는지 추적했다.
KBS1 '시사기획 창'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KBS 제공
방송에서 가장 먼저 조명되는 사례는 인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폭파 협박 사건이다. 이른 아침 “학교를 폭파하겠다”는 신고가 119안전신고센터에 접수되면서 경찰과 소방이 긴급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그러나 이는 실제 테러가 아닌, 허위 신고로 공권력을 출동시키는 ‘스와팅’ 범죄였다. 단순 장난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학생과 교직원, 지역 사회 전체가 긴장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이 같은 범죄는 우발적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었다. 디스코드 내 일부 서버에서는 ‘가상국가’라는 이름 아래 현실 국가를 모방한 구조가 형성돼 있었다. 서버 운영자는 ‘왕’으로 군림했고, 그 아래에는 대통령, 장관, 상원의원, 군대 등 권력 체계가 촘촘히 구축됐다. 이용자들은 역할에 따라 임무를 나누고, 활동량과 영향력에 따라 승진하거나 권한을 부여받았다.
KBS1 '시사기획 창'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KBS 제공
이 구조 안에서 권력은 곧 영향력이었고, 영향력은 곧 ‘존재감’으로 여겨졌다. 더 많은 인원을 끌어들이고, 더 강한 행동을 할수록 상위 계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점점 자극적인 행동이 반복됐다. 단순 채팅을 넘어 외부인을 공격하거나 사회적 혼란을 유발하는 행동까지 경쟁처럼 이어졌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VPN과 익명 이메일 등을 활용해 추적을 피하며 범죄를 조직적으로 실행했다. 학교뿐 아니라 대통령, 대기업, 주요 시설 등을 대상으로 협박을 시도한 사례도 확인됐다. 실제로 공공기관을 겨냥한 허위 신고는 막대한 공권력 낭비를 초래하고, 긴급 상황 대응 체계를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위험이 크다.
더 심각한 문제는 서버 내부의 통제 방식이었다. 일부 ‘가상국가’에서는 사실상 탈퇴가 어려운 구조가 만들어졌고, 이를 벗어나려는 이용자들에게는 보복이 뒤따랐다. 고위직 이용자들이 실제로 피해자의 학교에 찾아가거나 집 근처까지 접근하는 등 온라인 갈등이 오프라인 위협으로 이어진 사례도 확인됐다.
KBS1 '시사기획 창'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KBS 제공
또 다른 서버에서는 이른바 ‘박제방’이 운영됐다. 서버와 갈등을 빚거나 탈퇴한 이용자의 사진, 학교, 연락처, 주소 등을 공개하고 허위 사실을 덧붙여 퍼뜨리는 공간이다. 피해자들은 사이버 괴롭힘을 넘어 현실 생활까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학교생활이 어려워지거나 일상 자체가 무너졌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이러한 행위가 반복되는 배경에는 왜곡된 인식도 자리하고 있다. 가상국가 내부에서는 타인을 공격하거나 정보를 유포하는 행위가 ‘놀이’처럼 소비되거나, 자신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여겨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VPN을 쓰면 잡히지 않는다”는 잘못된 믿음이 더해지며 범죄에 대한 경계가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단순히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한다. 폐쇄적인 온라인 커뮤니티 안에서 권력이 집중되고, 이를 견제할 장치가 부족할 경우 현실과 유사한 권력 남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청소년들이 이 구조 안에서 권력을 경험하며 왜곡된 성취감을 느끼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KBS1 '시사기획 창'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KBS 제공
또한 공권력 낭비와 개인정보 유출, 협박 등으로 이어지는 피해 규모에 비해 처벌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점도 지적된다. 실제 스와팅이나 신상 유포는 중대한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들이 이를 가볍게 인식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에서 만들어진 ‘가상국가’가 현실을 침범하는 순간, 그 피해는 특정 개인을 넘어 사회 전체로 확산된다. 단순한 채팅 서버에서 시작된 권력 구조가 어떻게 범죄로 변질됐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10대들이 왜 ‘왕’이 되려 했는지는 21일 밤 10시 KBS 1TV ‘시사기획 창’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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