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전시현 기자 |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인 선박들을 상대로 ‘가짜 통행료’를 뜯어내는 가상자산 사기가 번지고 있다. 이란 당국을 사칭한 일당이 선박의 안전 통과 승인을 내세우며 비트코인(BTC)이나 테더(USDT)로 돈을 보내라고 요구하는 수법인데 이미 실제 피해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1일(현지 시각) 가상자산 전문 매체 비인크립토에 따르면 그리스 해양 위험 관리 업체 마리스크스(MARISKS)는 최근 이런 유형의 사기가 확산하고 있다며 업계에 주의를 당부했다. 마리스크스는 일부 사기범들이 이란 당국 관계자인 것처럼 접근해 “안전하게 해협을 통과할 수 있도록 승인해 주겠다”며 암호화폐 결제를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수법은 실제로 알려진 이란의 가상자산 기반 통행료 정책을 교묘하게 악용한 점이 특징이다. 선박 운항 관계자들로선 긴장이 높아진 해역에서 통항 허가나 안전 보장과 관련한 연락을 받으면 사실 여부를 곧바로 가려내기 쉽지 않다. 사기범들은 이런 불안 심리를 파고들어 비트코인이나 달러 가치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인 테더를 보내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원유 수송의 핵심 길목으로 꼽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선박 운항이 차질을 빚으면 선사와 선원 모두 큰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사기범들은 바로 이 점을 노려 돈을 보내면 통과 문제를 해결해 주거나 안전을 보장해 줄 수 있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 해협 일대에는 수백 척의 선박과 약 2만 명의 선원이 사실상 고립된 상태로 알려졌다. 선박이 한곳에 오래 묶일수록 현장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와 각종 연락이 쏟아질 수밖에 없고 그만큼 사기 피해 위험도 함께 커진다. 업계에서는 특히 운항 지연이 길어질수록 선박 운영사나 현장 실무진을 겨냥한 금전 요구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마리스크스는 공식 기관이나 검증된 항만·해운 채널이 아닌 경로로 들어온 결제 요구는 일단 의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상적인 행정 절차를 벗어나 개인 지갑 주소로 암호화폐 송금을 요구하는 경우라면 사기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실제 국가 기관이나 항만 당국이 긴급 통항 승인 명목으로 비트코인이나 테더를 먼저 보내라고 요구하는 일은 극히 이례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사례는 분쟁과 항로 불안이 커질수록 디지털 자산을 이용한 사기도 함께 늘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가상자산은 한 번 전송하면 되돌리기 어렵고 국경을 넘는 송금도 빠르다는 특성 탓에 사기범들이 자주 악용하는 수단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선사와 선원, 관련 물류 업체들이 비상 시기일수록 공식 연락 체계를 다시 점검하고 출처가 불분명한 지시나 결제 요청에는 응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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