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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정부가 늘어나는 태양광 발전 전력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16일부터 산업용 낮 전기요금을 내렸으나, 아직 소비 시간대 이동 효과는 뚜렷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아직 시행 초기이기는 하지만 이번 요금제 개편 만으론 소비 시간대 이전 효과가 뚜렷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030년 재생에너지 100기가와트(GW) 보급 계획이 현실화하려면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21일 산업용 계절·시간대별(계시별) 요금제 개편안이 적용된 지난 16일 전후의 실시간 전력수급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금까지 유의미한 시간대별 전력 수요 변화는 관측되지 않았다.
가령 새 요금제 시행 직전인 지난 15일과 시행 직후인 16일의 국내 실시간 전력 수요 그래프를 비교해보면, 16일 11~15시 전력 수요는 전날보다 오히려 평균 0.8GW 줄었다. 이 시간대 전기요금이 전날보다 1킬로와트시(㎾h)당 15.4원(약 9%) 내린 만큼 각 사업장의 수요가 늘어나는 흐름이 예상됐으나 실제론 수요가 오히려 소폭 감소한 것이다. 요금 부담이 커진 저녁 시간대(18~21시)나 새벽 시간대(22~8시) 역시 수요 감소 흐름이 예상됐으나 해당 시간대의 양일간 실시간 수요 그래프는 거의 일치했다.
16일 이후로도 제도 도입 취지에 맞춰 낮 수요가 늘거나 밤 수요가 줄어드는 효과를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17일과 20일의 경우 15일과 비교해 낮 수요가 늘어나기는 했지만, 이는 이후 이어진 흐린 날씨 탓에 자가용 태양광 발전량이 대폭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된다. 날씨와 그에 따른 낮 태양광 발전량 등이 유사한 날과 비교했을 경우 새 요금제 전후로 두드러진 수요 변화는 없었다.
아직 시행 초기인 만큼 각 사업장이 새 요금제에 따른 전력 사용시간대 조정이 이뤄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실제 514개 대상 기업이 준비 미흡을 이유로 새 요금제 적용 기한을 10월로 반년 남짓 연기한 상태다. 그러나 이번 요금제 개편만으론 당국이 기대한 수준의 수요이전 효과를 얻지 못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도체나 철강, 석유화학처럼 24시간 가동하는 전력 다소비 기업은 애초에 전력 사용 시간대를 유연하게 조정하는 게 쉽지 않은데다, 개편된 시간대별 요금 차등도 각 사업장의 수요 변화를 유도하기에는 충분치 않다는 게 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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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금제 개편에 따른 전기 사용 시간대 이전 효과가 충분치 않다면 정부의 재생에너지 보급 계획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정부는 현재 약 30GW 수준인 태양광 발전량을 2030년까지 87GW까지 늘린다는 목표인데, 수요 시간대 이전 없이 태양광 보급이 단기간 내 3배 가까이 늘어난다면 봄·가을 낮 시간대는 상시적인 전력 과잉공급 위험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력은 저장이 어려운 특성상 수요-공급량을 실시간으로 맞춰야 하고 부족해도 문제이지만 넘쳐도 전력망 과부하에 따른 대형 정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이미 태양광 발전 전력은 정오를 전후로 전력망의 40% 이상을 차지했다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당국의 수급 관리 어려움을 키우고 있다.
정부는 각 사업장의 업무 시간대 조정을 유도하고 6월 이후 중소 사업장이나 상업시설에 적용되는 산업용(갑)이나 일반용, 일부 주택용 요금제에도 새 요금제를 적용해 낮 전력 사용을 유도할 방침이다. 다만, 국내 전체 전력수요의 50%를 차지하는 산업용(을) 요금제를 통해 충분한 실효를 거두지 못한다면, 다른 요금제 도입을 통해서도 실효를 거두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뒤따른다. 태양광 보급 확대에 맞춰 수요 시간대 조정을 유도할 좀 더 강력한 정책을 단계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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