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관리에 인공지능(AI)·가전·헬스케어 기술을 적용한 '슬립테크(Sleep Tech)' 시장이 차세대 먹거리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대기업까지 뛰어들면서 일종의 골목 상권 침해라는 시선도 병존한다.
21일 시장조사기관 스트레이트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슬립테크 시장 규모는 2024년 205억 달러(약 30조1000억원)를 돌파했고, 2033년 646억9180만 달러(약 95조7000억원)로 커질 전망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은 슬립테크를 '연결된 생활 데이터 사업'으로 접근하고 있다. 슬립테크는 '수면(Sleep)'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수면 데이터를 측정·분석하고 숙면을 돕는 기술과 산업을 뜻한다.
삼성전자는 스마트싱스를 중심으로 갤럭시 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에서 수집한 수면 데이터를 에어컨·공기청정기·조명 등과 연동해 최적의 수면 환경을 자동으로 조성하는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 사용자의 수면 단계에 따라 온도·조도를 조절하거나 기상 시간에 맞춰 공기 질과 빛 환경을 바꾸는 방식이다.
LG전자 역시 'AI 홈' 전략을 통해 수면 데이터를 가전 전반으로 확장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공기질·온습도 제어 기능을 갖춘 가전과 연계해 개인 맞춤형 숙면 환경을 제공하고, 헬스케어 플랫폼과의 결합을 통해 수면 데이터를 건강 관리 영역으로 끌어올리는 구조다. 특히 구독형 가전 서비스와 결합된 '수면 관리 서비스' 제공까지 검토하는 등 사업 확장 가능성을 모색 중이다.
대기업이 데이터와 가전 생태계를 기반으로 시장에 진입하면서 슬립테크는 '제품 경쟁'에서 '플랫폼 경쟁'으로 빠르게 전환되는 양상이다. 수면 데이터를 중심으로 다양한 기기를 연결하는 구조가 자리 잡을 경우 시장 주도권이 가전·플랫폼 기업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대기업의 생태계 교란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슬립테크가 아직 성장 초기 단계인 만큼 자본력과 플랫폼을 갖춘 대기업이 시장을 잠식할 경우 경쟁 구도가 급격히 기울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슬립테크 업체들은 기술 고도화로 대응하고 있다. 특히 코웨이는 슬립테크 대표 주자로 슬립&힐링케어 브랜드 '비렉스(BEREX)'를 통해 모션베드, 안마 매트리스, 수면센서 매트리스 등 다양한 제품군을 구축하고 '수면 전 과정 관리'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시몬스 역시 프리미엄 매트리스와 모션베드, 체험형 컨설팅 등 역량을 강화 중이다. 장수돌침대도 온열 기술에 수면·헬스케어 기능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슬립테크는 향후 수면 데이터와 헬스케어를 결합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대기업이 플랫폼을 장악할 경우 기존 침대 업체들은 단순 하드웨어 공급자로 밀릴 수 있어 시장 재편 과정에서 갈등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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