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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컨설팅업체 리스타드 자료를 인용해 미 정유업체의 원유 정제 마진이 배럴당 20~25달러에 달해 3월 초 대비 두 배에 달한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이후 아시아 정유업체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원유를 정제해 만드는 디젤과 항공유 등 석유 제품 가격이 급등했다. 유럽과 아시아 정유사는 중동산 원유를 구하지 못해 타격을 입었지만 미국산 원유와 캐나다 및 멕시코산 원유를 조달해 정제하는 미국 정유사들은 원가는 유지한 채 판매 가격만 오르는 횡재를 맞은 것이다.
‘전쟁 특수’에 미 정유사들은 최근 생산 시설 가동률을 최대로 높이고 있다. 미국산 석유 제품은 유럽과 아시아를 넘어 호주까지 수출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셰일가스 붐을 바탕으로 내세운 미국의 ‘에너지 지배력 강화’ 구상이 현실화하고 있는 셈이다.
석유 기업 엑슨모빌과 셰브런 주가는 연초 대비 각각 21%, 18% 올랐다. 원유 원가에 더 큰 영향을 받는 정유 중심 기업 발레로에너지·HF싱클레어·마라톤페트롤리엄·필립스66등의 주가는 평균 27% 급등했다.
수잔 벨 리스타드 다운스트림 부문 수석부사장은 “북미 원유 가격은 아시아의 원유 가격만큼 크게 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 정유사들이 큰 이익을 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미국이 이달 초 베네수엘라를 공격한 이후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수입한 것도 미 정유사들의 마진을 극대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미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미국의 베네수엘라산 원유 수입량은 하루 평균 41만2000배럴로, 미국 전체 원유 수입량의 3.5%에 달한다. 이는 전년대비 세 배에 달하는 규모다.
베네수엘라 최대 민간 석유업체 셰브런은 니콜라스 마두로 전 대통령 축출 이후 베네수엘라 프로젝트에 대한 지분을 늘렸다. 앤디 월즈 셰브런 사장은 “세계는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며 “가능한 한 많은 휘발유와 디젤, 항공유를 생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미 정유사들이 시장 변동성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엑슨모빌과 셰브런은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한 파생상품 평가손실이 발생했다고 최근 밝혔다. 필립스66도 약 9억 달러의 손실을 보고했다. 아울러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아시아 정유사들도 미국산 원유로 눈을 돌려 원유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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