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NATO’ 탈퇴 위협···유럽 자력화 가속에 ‘K방산’ 역할 커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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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NATO’ 탈퇴 위협···유럽 자력화 가속에 ‘K방산’ 역할 커지나

이뉴스투데이 2026-04-21 08: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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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이 ‘전략적 자율성’ 확보를 가속하고 있는 가운데 K방산이 유럽 전력 공백을 메울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폴란드 국방부]
유럽이 ‘전략적 자율성’ 확보를 가속하고 있는 가운데 K방산이 유럽 전력 공백을 메울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폴란드 국방부]

[이뉴스투데이 김재한 항공·방산 전문기자] 반세기 넘게 이어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미국 의존’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나토 탈퇴 위협 속에 유럽은 ‘국방 자립’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모습이다. 이러한 변화가 가속되면서 K방산이 유럽 전력 공백을 메울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유럽, 무기 자립화 가속

21일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유럽의 태도 변화는 더 이상 선언에 그치지 않고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 마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이 지난달 25일 발표한 ‘2025 나토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기준으로 군대가 없는 아이슬란드 제외한 32개 모든 나토 회원국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이상의 국방비 지출 목표를 사상 처음으로 100% 달성했다. 일부 동유럽 국가들은 이 비중을 5%까지 끌어올리며 사실상 전시 체제에 준하는 군비 확장에 나섰다.

뤼터 사무총장은 보고서를 통해 “유럽 동맹국들이 미국의 군사력에 과도하게 의존했던 시대는 끝났다”며 “우리의 안보를 스스로 책임지는 근본적인 인식 변화가 일어났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규제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유럽 집행위원회(EC)가 채택한 ‘유럽 방위산업전략(EDIS)’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오는 2030년까지 국방 조달 예산의 최소 50%를 유럽 역내 제품 구매에 사용하고 공동 조달 비중을 40%까지 높일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산의 빈자리를 노리는 국가 중 가장 주목받는 국가가 한국이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지난달 발표한 ‘2025 무기거래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21~2025) 나토 회원국의 무기 수입 시장에서 한국은 점유율 8.6%를 기록하며 58%를 점유한 미국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전통적 방산 강국인 이스라엘(7.7%)과 프랑스(7.4%)까지 제친 결과다.

유럽이 한국에 주목하는 이유는 유럽 방산의 노후화와 생산 능력 저하에 있다. 프랑스 전략연구재단(FRS)이 내놓은 올해 분석에서도 “유럽 국가들이 즉각적인 안보 위협에 직면한 상황에서 독일, 프랑스 등 역내 강국보다 압도적으로 빠른 한국의 납품 역량이 결정적 차이를 만들었다”고 짚었다. 실제 폴란드는 한국과의 계약을 통해 자국 무기 수입의 47%를 한국산으로 채웠다.

K방산, 지속 가능한 공급망 시험대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유럽의 탈(脫) 미국 움직임은 역내 방산 보호주의라는 양날의 검을 동반한다. 지난달 채택된 ‘유럽방위산업프로그램(EDIP)’ 이행 결정문에 따르면, 유럽연합은 향후 2년간 약 15억유로(약 2조6000억원)를 역내 기업 간 협력과 공급망 강화에 집중적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이는 한국과 같은 역외 국가에는 거대한 장벽이다.

이에 대해 군사 전문가들은 일본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일본은 차세대 전투기 개발을 위해 미국 일변도에서 벗어나 영국, 이탈리아와 공동개발 체제를 구축했다. 이는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 요구와 타국의 기술력을 결합한 모델이다. 한국 역시 단순 판매자를 넘어 ‘역내 파트너’로서의 지위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럽 내 생산기지 구축은 단순한 시장 진입을 넘어 K방산의 체질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K방산의 핵심 경쟁력은 규모의 경제를 통한 단가 절감과 숙련된 노동력이었지만, 유럽 현지 생산은 높은 인건비와 까다로운 노동 규제라는 변수를 동반한다. 방산업계 관계자들은 유럽 현지 생산 시 국내 대비 상당 수준의 제조 원가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스마트 팩토리 기반의 생산 자동화 기술을 유럽 현지에 이식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 조립을 넘어 부품 공급망 자체를 현지화하되, 핵심 설계와 품질 관리 시스템은 한국이 주도하는 하이브리드 생산 모델이 정착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비용 상승을 상쇄할 만큼의 고부가가치 MRO(유지·보수·정비) 서비스와 연계된 패키지 딜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을 방문한 폴란드 군사대표단이 K9 자주포의 정비 시범을 참관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육군]
한국을 방문한 폴란드 군사대표단이 K9 자주포의 정비 시범을 참관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육군]

‘무기 판매국’에서 ‘안보 동맹국’으로

나토의 탈미국화는 K방산에 단순한 장비 공급을 넘어, 유럽 안보 체계에 함께 참여하는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유럽이 미국산 무기를 줄이면서 생기는 빈자리를 한국이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산하 연구소에 따르면, 향후 유럽 방산시장은 단순 구매계약보다 국가 간 ‘국방협력협정(DCA)’을 동반한 포괄적 파트너십을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국이 단순한 무기 수출국을 넘어 준 동맹국 수준의 지위를 요구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영국의 왕립국제문제연구소(Chatham House)도 “한국 방산이 유럽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남기 위해서는 폴란드 등 특정 국가를 넘어 회원국의 방위 역량을 조율하는 ‘나토 방위계획 프로세스(NDPP)’와 발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원준 전북대 첨단방산학과 교수는 유럽 방산시장이 단순한 ‘구매 시장’을 넘어 권역 내 생산과 기술 축적, 일자리 창출을 중시하는 ‘자립형 산업 생태계’로 재편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구조 변화 속에서 완제품 수출과 가격 경쟁력 중심 전략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장교수는 K방산이 단순한 외부 공급자가 아니라 유럽 방산 생태계의 내부 파트너로 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는 유럽 방산 생태계의 내부 파트너로 들어가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유럽연합 및 나토와의 협력 체계 구축, 공동 연구개발 참여, 표준·인증 연계 등 제도적 기반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장 교수는 향후 경쟁력은 성능이나 가격이 아니라 유럽 내 생산과 기여도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현지 생산기지 구축과 합작법인 설립, 라이선스 생산 확대, 공급망과 MRO 체계의 현지화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는 ‘메이드 인 유럽 바이 코리아(Made in Europe by Korea)’ 전략이 핵심이 될 것”이라며 기술 및 지식재산권 보호와 선택적 이전, 수출금융과 중장기 MRO 계약을 결합한 사업 구조 설계, 그리고 공급망 안정성 확보가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나토의 탈미국화는 K방산에 ‘지정학적 파트너’로 도약할 기회를 주는 동시에, 유럽산 위주로 재편되는 시장 규제를 뚫어야 하는 고난도 숙제를 던지고 있다. 향후 2~3년 내 유럽 현지 생산기지 안착과 차세대 무기 공동개발 참여 여부가 K방산의 향후 10년을 결정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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