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즈우드 홍콩에 도착하자 밤이 시작되고 있었다. 홍콩의 밤에는 어김 없이 압도된다. 구룡반도 워터프론트를 따라 늘어선 빛의 군락, 수면 위로 번지는 맞은편 홍콩 섬의 스카이라인.... 빅토리아 하버의 풍경에 푹 꽂힌 시선을 돌린 것은 실비아의 경쾌한 목소리였다. “웰컴, 웰컴. 반가워요!” 로즈우드 홍콩의 시니어 PR 매니저인 실비아는 잔뜩 상기된 얼굴이었다. “아트 바젤 홍콩 오프닝이 이틀 뒤라 로비가 고객들로 분주해요. 우리는 안쪽 엘리베이터로 이동합시다.”
짐을 풀기도 전 57층 하버 하우스에서 파티가 시작됐다. 로즈우드와 루이 비통이 공동으로 연 아트 위크 칵테일 파티다. 말끔하게 단장한 아트 피플들이 보글거리는 샴페인을 홀짝이며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빅토리아 항구의 전경을 즐기고 있었다. “재미있는 사실 하나 알려 드릴게요. 이 호텔에 총 몇 개의 엘리베이터가 있을까요? 무려 50개예요! 이례적으로 많은 숫자죠.” 문득 붐비는 로비를 지나 스위트 룸과 스위트 전용 라운지 ‘매너 클럽(Manor Club)’에 들 르고, 다시 하버 하우스로 이동하는 동안 직원의 동선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던 사실이 떠올랐다.
65층짜리 수직 건물에서 엘리베이터 동선은 사실상 서비스의 종류를 물리적으로 설계하는 인프라다. 로즈우드 홍콩에는 크게 일곱 가지의 고객이 공존한다. 일반 객실 투숙자, 91개 스위트와 버틀러 서비스 이용자, 매너 클럽 전용 고객, 〈미쉐린 가이드〉 스타 셰프 레스토랑을 비롯 11개에 이르는 F&B 시설만 이용하는 외부 방문자, 스파 이용자, 레지던스 장기 거주자, 이벤트와 연회 참석자까지. 50개의 엘리베이터로 다양한 목적을 가진 고객의 동선을 영리하게 분리해내는 이 수직 도시는 지난 ‘월드 50 베스트 호텔 2025’에서 1위를 차지했다. ‘All-out hospitality for as many guests concurrently...’. 선정의 핵심 이유로 언급된 표현이다. 규모에서 섬세함을 유지할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이 이 호텔의 최대 강점 중 하나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트립의 핵심 일정인 아트 바젤 홍콩이 열리는 홍콩컨벤션센터는 빅토리 아 항구 건너편에 있다. 로즈우드 홍콩이 있는 구룡 워터프론트 맞은 편이다. 지하철을 타거나 택시를 잡아도 되지만, 아트 위크 기간 동안 로즈우드는 다른 방법을 제안했다. 호텔 앞 전용 선착장에서 프라이빗 요트 에 오르는 것! 구룡반도에서 홍콩 섬으로, ‘로즈우드’라 적힌 전용 요트 에 올라 샴페인과 바람을 즐기며 이어지는 15분가량의 항해는 홍콩컨벤션센터 입구에 정박해 아트 바젤 홍콩이라는 또 다른 문화 생태계로 들어서면서 끝난다. 아트 바젤 홍콩과 센트럴 지구를 걸으며, 홍콩의 아트 신이 팬데믹 이전의 에너지를 회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체감한 오후를 지나 다시 요트를 타고 호텔로 돌아온 밤. 로비에선 거대한 스케일의 붉은 용 인형으로 보이는 작품 앞에서 칵테일 파티가 열렸다.
붉은 용의 한 가운데는 ‘복(福)’이 쓰인 하트 램프와 어린아이 형상이 있었다. 사람들은 연신 아이 형상의 조각에 손바닥을 대고 하트 램프에 불을 켜며 즐거워했다. 로즈우드가 ‘A Sense of Place®’ 철학에 기반해 올해 아트 먼스 프로그램으로 직접 커미션한 이 조형 작품은 네덜란드 아티스트 프랭키(Frankey)의 ‘러키 드래곤(Lucky Dragon)’이다. 유머로 이룬 예술은 누구에게나 친근한 법. 그 앞에서 관람자는 직관적으로 손을 내밀게 된다.
“어른이 되면서 잃어 버리는 것 중 가장 소중한 것은 경이로움을 느끼는 능력 같아요. 홍콩의 가장 강력한 문화적 상징인 ‘복(福)’, 번영을 상징하는 숫자 ‘8’, 붉은 색, 용 을 여덟 살 아이의 눈으로 다시 보고 싶었습니다. 가장 직관적이고 단순한 눈으로 말이에요.” 프랭키는 자신의 어린시절 상상력을 길러준 영화 〈피트의 드래곤〉 〈고스트 버스터즈〉 〈백 투 더 퓨처〉, 책 〈괴물들이 사는 나라〉 등의 문화 코드를 결합해 ‘러키 드래곤’을 완성했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로즈우드 홍콩에선 눈길 닿는 곳마다 방대한 아트 컬렉션과 마주할 수 있다. 로비에선 린 채드윅의 ‘Pair of Walking Figures– Jubilee’(1977)가 반겼고, 애프터눈 티 플레이스인 ‘더 버터플라이 룸’에 들어서면 데미언 허스트의 ‘Zodiac’ 콜렉션이 한쪽 벽에 가득했다.
마지막 날 저녁, 호텔 곳곳을 자세히 살폈다.각 층의 엘리베이터 홀은 누군가의 거실처럼 책과 오브제, 낮은 라운지 체어 등으로 여유롭게 채워져 있었다. 절제와 풍요가 동시에 느껴지는 소재와 물건들이 가득하다. ‘팔괘(八卦)’ 문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래커 패널, 대리석 바닥 등으로 동서양의 감각 역시 층층이 쌓아 놓았다. 하지만 정작 이 호텔에서 지내는 동안 나는 바닥의 결이나 기둥의 질감을 의식적으로 분석하지 않았다. 그저 편안했고, 아름다웠으며, 홍콩이라는 도시의 에너지를 자연스럽게 느끼고 있었다. 공간 디자인을 담당한 토니 치의 설계 철학이 이것이다. 보이지 않는 디자인. 그는 ‘호스피털리티’가 이것에 관한 문제라고 했다. 셰프가 접시를 지나치게 꾸미면 음식 맛을 잊게 되니까.
생각해 보면, 그건 좋은 예술이 작동하는 방식과 같다. 설명하거나 분석하지 않아도 인상을 남긴다. 그래서 지금의 도심 속 럭셔리 호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한 단어로 정의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훌륭한 경험이었다는 감각’을 누군가에게 말해야 한다면, 로즈우드 홍콩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 것이다. 2027년, 서울 용산에 문을 열 로즈우드 서울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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