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테마주'로 주목받던 상장사들이 잇따라 상장폐지 위기에 내몰리면서 투자자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무 불안과 사업 불확실성이 누적된 기업들이 시장에서 퇴출 수순을 밟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거래소가 상장폐지 요건까지 대폭 강화하면서 부실기업에 대한 '조기퇴출'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엔플러스는 감사보고서 제출 과정에서 '감사의견 거절'을 받으며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올랐다. 일정 기간 내 심의를 거쳐 상장폐지 여부 또는 개선기간 부여 등을 판단할 예정이다. 특히 심의 결과에 따라 즉각적인 상장폐지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엔플러스의 재무 상황은 이미 위기를 맞고 있다. 2023년 약 1721억원이었던 자산 규모는 지난해 약 426억원 수준으로 급감했고, 같은 기간 유동자산 역시 큰 폭으로 감소했다. 영업손실 또한 수년째 이어졌고, 2024년에는 170억원이 넘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는 등 수익 구조 역시 심각하게 악화됐다.
문제는 이러한 재무 악화가 단기간의 경영 부진이 아니라 사업 구조 자체의 불안정성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이엔플러스는 본업인 소방 특장차 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해왔지만 이후 이차전지 소재와 그래핀 등 신사업으로 방향을 급격히 전환하며 투자 비중을 확대했다. 그러나 이러한 사업 확장은 수익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오히려 자금 부담만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최대주주 변경과 유상증자, 전환사채 발행 등이 반복되면서 기업의 연속성과 신뢰도 역시 크게 흔들렸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행보를 두고 '사업 성장'이 아닌 '자금 조달'에만 혈안이 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실제 이차전지 등 유행 테마와 결합되며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했지만 핵심 사업의 경쟁력은 뒷받침되지 못했다는 평가다.
최근 금융당국이 부실기업 퇴출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신중한 투자가 요구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최근 부실 상장사 퇴출을 강화하기 위한 규정 개정을 예고했다. 시가총액 기준을 상향하고 일정 기간 '동전주' 상태가 지속되는 경우에도 관리종목 및 상장폐지 요건에 포함시키는 등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구체적으로 코스피는 시가총액 300억원, 코스닥은 200억원 기준을 일정 기간 충족하지 못할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이후에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절차로 이어진다. 향후에는 이 기준이 각각 500억원, 300억원까지 상향될 예정이어서 퇴출 문턱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또 기존에는 사업보고서 기준으로만 판단하던 완전자본잠식 요건을 반기보고서에도 적용하는 등 재무 건전성 평가 기준도 강화됐다. 재무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는 기업을 조기에 시장에서 걸러내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상장 유지 기준이 강화되면서 과거처럼 '버티기' 전략으로 상장을 유지하던 기업들은 점차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속적인 적자와 불확실한 사업 구조를 가진 기업일수록 상장폐지 리스크가 빠르게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단순한 테마나 기대감이 아닌 기업의 재무 상태와 사업 구조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복적인 적자, 잦은 최대주주 변경, 과도한 신사업 확장 등은 대표적인 위험 신호로 꼽힌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화려한 사업 계획보다 실적과 재무 안정성을 우선적으로 점검하는 보수적인 접근이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성장 스토리만으로 기업 가치를 판단하는 투자 방식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며 "시장에서는 이미 부실기업에 대한 관용이 줄어들고 있으며 상장 유지 자체가 기업의 기본적인 재무 건전성과 지속가능성을 전제로 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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