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펀드 시장에서 ‘밸류업’ 테마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투자 자금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 정부의 기업가치 제고 정책과 맞물려 관련 상품으로 자금이 집중되는 반면, 안정성을 강조해 온 방어형 펀드는 점차 존재감이 약해지는 모습이다.
1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밸류업 펀드 22개 상품의 총 설정액은 1조 2973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1년 사이 7284억 원이 증가한 수준으로 특히 올해 들어서만 5567억 원이 유입되며 성장 속도가 한층 빨라졌다. 시장에서는 정책 기대감이 실제 자금 유입으로 이어지는 대표 사례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 KB자산운용이 운용하는 ‘KB 코리아 밸류업 액티브 펀드’와 ‘KB스타 코리아 밸류업 인덱스 펀드’는 각각 대규모 자금을 끌어들이며 전체 시장 확대를 견인했다. 두 상품에만 1000억 원 이상의 자금이 몰린 것으로 나타나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것으로 분석된다.
성과 측면에서도 밸류업 펀드는 두드러진 흐름을 보였다. 올해 들어 평균 수익률은 58.19%로 집계되며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 46.93%를 크게 웃돌았다.
삼성그룹펀드(49.06%), 가치주펀드(37.53%), IT펀드(20.70%) 등 주요 유형을 모두 앞서는 성과다. 상법 개정 기대, 주주환원 확대 움직임, 저평가 종목 재평가 흐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상장지수펀드 시장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밸류업 ETF 설정액은 총 1조 1189억 원으로 집계됐으며 올해에만 4153억 원이 증가했다. 13개 상품 가운데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자금 순유입을 기록했다.
특히 ‘ACE 코리아밸류업’, ‘TRUSTON 코리아밸류업액티브’ 등을 중심으로 투자 수요가 확대되며 액티브와 패시브 구분 없이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수익률 또한 최근 일주일, 1개월, 3개월 등 모든 기간에서 국내 주식형 ETF 평균을 상회하며 안정적인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방어형 상품 위축 속 투자 패턴 달라져
반면 변동성 대응을 목표로 설계된 방어형 상품은 명확한 위축세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목표전환형 펀드 114개의 설정액은 올해 들어 1조 2656억 원 감소했다.
해당 상품은 일정 수익률을 달성하면 채권 비중을 확대해 손실 위험을 줄이는 구조로 시장 변동성이 클 때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 수단으로 평가받아 왔다. 그러나 최근 투자자들은 안정성보다 상승 여력을 우선시하는 경향을 보이며 자금 이탈이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월지급식 펀드 역시 상황은 유사하다. 이 상품은 채권 이자나 배당 수익을 기반으로 정기적인 현금 흐름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 1년 동안에는 5600억 원이 순유입되며 꾸준한 수요를 유지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3894억 원이 빠져나가며 흐름이 반전됐다. 연초 이후 수익률도 1.50%에 그치며 상대적으로 부진한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단기 흐름을 넘어 투자자 성향 변화의 신호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기업가치 제고 정책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밸류업 펀드가 중장기 투자 테마로 자리잡고 있다”며 “변동성이 확대된 상황에서도 방어형 상품 대신 성장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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