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정치가 선택의 장으로 떠올랐다. 김상욱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두겸 국민의힘 후보 간 대결 구도가 형성되면서, 산업도시의 정체성을 둘러싸고 민심의 방향이 주목된다.
울산은 8년 전 송철호 전 울산시장 당선을 제외하고 역대 선거에서 모두 보수 정당 후보가 승리했다. 다만 현대차 등 공단이 몰린 동·북구는 비교적 진보세가 강하다. 이에 동·북구 지지세를 바탕으로 진보정당 후보도 꾸준히 20~30%의 득표율을 보였다. 앞서 2024년 4월 총선에서는 동구와 북구에서 각각 김태선 민주당 의원과 윤종오 진보당 의원이 당선됐다.
이번 6·3 지방 선거에서도 이러한 지역적 특성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김 후보는 노동과 복지, 지역 균형을 강조하며 진보적 의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반면 김 시장은 기업과 투자, 성장 전략을 중심으로 경제 활성화를 강조하고 있다.
김 후보는 핵심 공약으로 '시민이 주인 되는 민주 도시' 조성을 제시했다. 전시성 사업 등에 예산이 낭비되고 복지와 시민 안전 분야에 대한 투자가 부족한 현실을 지적하며 행정의 기본을 바로 세우겠다는 입장이다. 산업 구조와 인공지능(AI) 시대 변화에 대응한 '제조업 AX 대전환'도 내세웠다. 단순한 AI 도입을 넘어, 기술 변화 속에서도 노동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는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반면 김 시장은 기업 친화적 정책을 앞세우고 있다. 단수 공천된 김 시장은 행정경험이 가장 큰 강점이다. 구의원, 시의원, 구청장에서 시장까지 거치며 바닥부터 시정을 다져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정 경험을 바탕으로 투자 유치와 산업 경쟁력 강화,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울산 경제를 다시 성장 궤도에 올려놓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특히 울산이 직면한 산업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업 환경 개선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 가운데 '행정통합'을 두고 양 후보의 차이점이 부각된다. 앞서 김 시장은 올해 초 기자회견을 통해 "공론위원회를 구성한 뒤 여론조사에서 시민 50% 이상이 동의하면 부산·경남 행정통합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부·울·경 통합에는 선을 그었다. 김 후보는 지난 14일 김경수 경남지사 후보,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와 함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서 만나 부울경 메가시티 추진을 공식화했다.
같은 날 국민의힘은 오는 2028년 출범을 목표로 부산·경남 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이에 김 후보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안 이름엔 경남과 부산만 있고 울산은 없다"며 "부산·울산·경남이 함께 만들어 온 부·울·경 경제공동체에서 울산만 지워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후보의 과제는 확장성이다. 노동 중심 메시지는 분명한 지지층을 형성하지만, 동시에 중도층과 기업 종사자들을 설득해야 하는 과제가 남는다. 특히 산업 구조 변화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정책 신뢰도에서 한계를 드러낼 수 있다.
현직인 김 시장 역시 안심할 수 없다. 전날 여론조사꽃이 발표한 울산시장 적합도 가상 다자대결 조사에서 김 후보가 38.9%의 지지율로 김 시장을 앞섰다. 다만 권역 기준으로 남구에서는 김 시장이 37.4%로 김 후보를 앞서며 남구청장을 통해 다진 민심이 나타났다.
또 하나 주목할 변수는 단일화다. 양당 후보 외에도 김종훈 진보당 후보, 황명필 조국혁신당 후보, 박맹우 무소속 후보가 출사표를 내며 다자 구도가 예상된다.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울산은 민주 진보 단일화가 승패를 좌우하는 곳"이라고 지적했다. 김종훈 진보당 울산시장 후보도 "이번 지선에서 부울경은 내란 청산의 중요한 척도가 될 것"이라며 "이제는 민주당의 답을 들을 때"라고 덧붙였다.
울산은 지금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산업 도시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번 선거는 그 방향을 결정짓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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