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중동발 원자재 공급 불안이 의료 현장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한국과 일본 정부가 각각 수입 다변화와 비축 물자 방출 등 대응에 나서며 단기적인 수급 불안은 일단 진정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다만 나프타를 중심으로 한 석유화학 원료 의존 구조가 유지되는 한, 가격 상승과 공급 불안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수액백, 주사기, 의약품 포장재 등 의료 소모품 부족 사태가 일시적으로 완화된 상태다. 플라스틱 원료인 에틸렌의 핵심 기초물질인 나프타 수급이 흔들리면서 촉발된 이번 사태는 정부의 긴급 대응으로 급한 불을 끈 것으로 평가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러시아 등으로부터 나프타 공급선을 다변화했고,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제조소 추가 허가와 포장재 변경 승인 절차를 신속 처리하는 등 규제 완화에 나섰다. 동시에 주사기·주사침 사재기 금지 조치를 시행해 유통 질서를 안정시키는 데 주력했다.
실제 공급 지표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최근 기준 주사기 재고는 4500만개 수준으로 집계됐으며, 생산과 출고도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수액백 제조업체 역시 단기 원료 확보를 통해 최소 수개월간 생산 차질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입장이다.
다만 현장 체감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이다. 일부 유통 단계에서는 발주 대비 약 80% 수준의 물량만 분납 형태로 공급되고 있으며, 가격도 평균 20%가량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적 공급 안정과 별개로 비용 부담이 의료기관과 환자 측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일본 역시 유사한 구조적 리스크에 직면하며 대응에 나섰다. 일본 정부는 의료용 장갑 부족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약 5억장 규모 비축 물량 중 5000만장을 다음 달부터 방출하기로 했다. 이는 월간 수요의 절반 수준을 충당할 수 있는 규모다.
현지에서는 이미 약 1500개 의료기관에서 장갑 공급 불안을 호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나프타 공급 차질 여파는 의료를 넘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실제로 욕실용품 제조업체의 생산 차질 사례도 발생하는 등 석유화학 기반 산업의 취약성이 드러나고 있다.
양국 정부 대응으로 단기적 ‘물량 공백’은 일정 부분 해소됐지만,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를 구조적 문제의 신호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의료 소모품과 의약품, 의료기기 상당수가 석유화학 원료에 의존하는 만큼, 원료 가격 상승은 결국 생산 단가와 공급 안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제약업계에서도 원료의약품 합성에 쓰이는 유기용매 가격 상승과 수급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공급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동 정세 불안이 이어질 경우 단기 대응을 넘어 원료 조달 구조 자체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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