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현대인의 감정 지형을 가장 날카롭게 관통하는 단어는 무엇일까.
JTBC 새 토일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가 그 답을 ‘불안’과 ‘자기 의심’에서 끌어올린다. 오늘(18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는 작품은, 각자의 자리에서 밀려나거나 혹은 스스로를 밀어내며 살아가는 인물들의 내면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연출은 ‘동백꽃 필 무렵’, ‘웰컴투 삼달리’의 차영훈 감독, 집필은 ‘나의 아저씨’, ‘나의 해방일지’의 박해영 작가가 맡았다. 이름만으로도 서사적 신뢰를 형성하는 두 창작자의 만남은 이번 작품의 기대치를 단숨에 끌어올린다.
■연기 밀도만으로도 이미 완성형…“한 프레임이 곧 장면”
이번 작품의 가장 강력한 동력은 배우들의 조합이다.
구교환, 고윤정, 오정세, 강말금, 박해준, 한선화까지. 서로 다른 결의 연기 결이 한 화면 안에서 충돌하며 긴장과 공감을 동시에 만들어낸다.
구교환은 데뷔의 문턱을 수년째 맴도는 영화감독 지망생 ‘황동만’으로 분해, 과장된 말과 불안한 자의식을 오가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구축한다. 고윤정은 날카로운 시선과 균형 감각을 지닌 PD ‘변은아’로 등장해 감정의 온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맡는다.
오정세는 성공 이후 오히려 과거의 그림자에 갇힌 감독 ‘박경세’로, 강말금은 현장을 단단하게 지탱하는 제작사 대표 ‘고혜진’으로 극의 균형을 잡는다. 박해준은 침묵으로 무너진 삶의 결을 드러내는 전직 시인 ‘황진만’을, 한선화는 화려함 뒤 공허를 끌어안은 톱스타 ‘장미란’을 통해 각기 다른 결핍의 얼굴을 보여준다.
■통찰과 온기의 교차…연출과 대사의 결합 구조
작품은 현실을 정제하지 않는다. 오히려 날것 그대로의 감정선을 드러낸다.
“매일 죽기 살기로 하면 진짜 죽지 않는다” 같은 직설적인 문장은 경쟁 사회의 피로감을 그대로 끌어올린다. 동시에 “불안하지 않으면 된다”는 고백은 생존의 기준이 바뀌고 있는 시대 감각을 반영한다.
차영훈 감독은 이 대사들을 과장 없이 눌러 담는다. 감정의 폭발보다 미세한 흔들림을 따라가는 방식이다. 박해영 작가 특유의 문장은 그 안에서 더 조용히, 그러나 오래 남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결국 이 드라마는 거대한 사건보다 ‘작은 무너짐의 순간’을 축으로 삼는다. 일상의 균열을 확대하지 않고 그대로 비추는 방식이 오히려 더 큰 공감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무가치함’이라는 감정의 정면 돌파
작품이 붙잡고 있는 핵심은 성공 서사가 아니다.
오히려 반대편에 있는 감정, 즉 ‘나는 왜 이렇게 별로인가’라는 내면의 질문이다.
잘나가는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며 발생하는 시기, 불안, 자기혐오는 이 작품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이야기는 그 감정을 지우거나 미화하지 않는다. 대신 각 인물이 그 감정과 어떻게 충돌하고, 어떤 방식으로 버티는지를 따라간다.
무너짐을 끝으로 보지 않고, 관계 속에서 다시 연결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완벽한 회복이나 극적인 반전보다 ‘견디는 상태’ 자체를 서사로 끌어올린 점이 특징이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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