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전세라 기자】4월인데도 벌써 날씨는 초여름처럼 느껴집니다. 거리에는 이미 반팔을 입은 사람들이 보이고 유통·패션 업계에서는 여름맞이 대규모 기획전과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는데요. 계절의 시계가 이전과는 달리 빠르게 움직이며 우리의 생활방식도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게 될 것 같습니다.
햇살을 피해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영화관의 어두운 좌석, 현실의 시름을 잊게 하는 무대, 현실의 비극을 예술로 승화한 전시까지. 이번 주도 어김없이 ‘무엇을 볼까’, ‘어디를 갈까’ 고민하는 분들을 위해 엄선한 문화예술 소식을 선보입니다.
영화 누룩
나만의 ‘누룩’을 찾아서
어린 시절 막걸리는 왠지 우유와 같이 고소하고 달큰한 맛이 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성인이 되고난 뒤 막상 막걸리를 마셔보니 어렸을 때 생각하던 맛과는 달랐는데요. 구수한 맛뿐만 아니라 톡 쏘는 탄산과 함께 시큰한 맛이 느껴지는 복잡하고 다채로운, 그야말로 ‘어른의 맛’이었습니다. 곡물이 술이 되기 위해 꼭 필요한 재료가 ‘누룩’인데요. 요리 채널에서나 등장할 것 같은 이 누룩을 소재로 한 영화가 개봉했습니다.
영화 <누룩> 은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진정성 있는 열연을 보여주던 배우 장동윤이 감독으로 나선 첫 장편 영화입니다. 영화는 제목처럼 소박하고도 신선한 이야기를 다뤘는데요. 막걸리를 사랑하는 소녀가 사라진 ‘누룩’을 찾아 나서는 특별한 여정을 담아냈죠. 누룩>
한 인터뷰에서 장 감독은 이야기 구상의 출발점이 코로나19였다고 밝혔는데요. 정체도 불분명한 ‘코로나’라는 바이러스를 둘러싸고 여러 속설이 있었죠. ‘빨간 약으로 가글하면 예방된다’, ‘김치 먹으면 낫는다’ 등 근거 없는 소문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누룩을 찾아 나서는 소녀의 호기심 어린 이야기를 구축했다고 합니다.
영화 <누룩> 의 주연인 신인 배우 김승윤이 고등학생 소녀 역으로 등장합니다. 크고 작은 영화의 조연으로 등장한 그는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는데요. 이번 작품에서도 막걸리를 꼭 안은 채 자신의 세상을 찾으려 애쓰는 소녀의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냈습니다. 누룩>
흔치 않은 소재인 ‘누룩’으로 진심을 담아 빚은 장동윤 감독의 스크린 데뷔작 <누룩> 은 현재 전국 메가박스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누룩>
전시 힘겨루기
전쟁을 플레이하다
두 나라에서 비롯된 전쟁으로 전 세계가 깊은 우려에 휩싸여 있습니다. 바로 지난 2월 28일 발발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전인데요. 예술은 우리의 감성을 일깨울 뿐만 아니라 비극적인 현실을 직시해 변화의 가능성을 모색하게 하기도 하죠.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전장의 긴장감을 ‘게임’으로 재해석하며 평화와 상생의 가치를 되묻는 전시가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전쟁을 마치 스포츠 게임처럼 묘사해 논란이 된 미국의 공습 작전 홍보 영상인 ‘Epic Fury(장대한 분노)’를 중요한 화두로 삼습니다. 정해진 규칙에 따라 플레이하는 게임과 달리 백린탄과 집속탄이 오가는 현실의 전쟁에는 자비란 없죠. 전시에는 실제 전쟁의 공포와 불안을 체감해온 중동 작가들과 서울 작가들이 함께 참여해 폭력의 현실과 그 이면에 놓인 감각을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냈습니다.
‘게임’과 ‘전쟁’이라는 키워드로 동시대의 불안한 현실을 들여다보는 5명의 작가는 영상, 회화, 설치 등 여러 매체를 통해 전쟁이 소비되고 재현되는 방식을 비판적으로 조명합니다. 전쟁을 주제로 한다고 해서 무겁고 암울한 분위기만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아닌 오히려 밝고 선명한 방식으로 역설적인 긴장감을 만들어내는데요. 놀이와 오락이라는 형식을 빌리면서도 그 안에 감춰진 폭력성과 인간의 상처를 드러내며 묵직한 질문을 던지죠. 작가들은 작품을 통해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접하는 전쟁의 이미지와 서사가 현실의 비극을 얼마나 무디게 만들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합니다.
살벌한 싸움판 같은 오늘의 세계에서 예술로 한 송이 꽃을 피우고자 하는 전시 <힘겨루기: 게임의 법칙> 은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스페이스 더 파란에서 오는 30일까지 만나볼 수 있습니다. 힘겨루기:>
공연 Please Right Back
무대로 올라온 상상
요즘은 보고 즐길 거리가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부모들은 아이가 금세 싫증을 낼까 봐 새로운 장난감을 채워주려 하지만 오히려 장난감이 많지 않을 때 아이들은 주변의 평범한 물건들로 자신만의 놀이를 만들어내며 더 큰 상상력을 발휘하게 된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자라난 상상력은 추상적·확산적 사고를 돕고 나아가 현실 속 문제를 해결하는 힘으로도 이어지는데요. 바로 그 어린 날의 상상과 감정의 세계를 무대 위로 불러낸 공연이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한국 관객과 만납니다.
공연
일상과 환상이 교차하는 무대 위에서 이야기는 한 소녀의 시선을 따라 펼쳐집니다. 무대 위 배우는 애니메이션으로 구현된 이미지 속을 오가며 마치 ‘살아 있는 그림’처럼 움직여 현실과 상상이 자연스럽게 뒤섞이는데요. 이러한 장면은 1880년대 해외 무성영화나 그래픽 노블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하는데요. 특유의 영국식 유머와 따뜻함이 공존하는 서사 속에서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들이 시각적인 이미지로 펼쳐지는 점 또한 이 작품의 매력인데요. 이번 공연을 연출한 수잔 안드라데는 “작품을 통해 하나의 결론을 얻어가기보다는 각자의 감정과 이미지로 기억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하기도 했죠.
상상이라는 언어로 감정을 풀어내는 독특한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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