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7주째 이어지는 가운데,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온도차가 뚜렷해지고 있다. S&P 500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월가의 낙관론을 키우고 있지만, 정작 미국 가계는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16일(현지 시간) The New York Times(NYT)와 CNBC 등에 따르면 최근 유가 상승 여파로 항공료와 식료품 가격이 오르고, 농가 비용과 주택 구매 부담도 함께 확대되고 있다. 특히 에너지 가격 상승은 물류와 생산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체감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그러나 Donald Trump 대통령은 경제 상황에 대해 비교적 낙관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주식시장은 강하고 유가는 안정되고 있으며 이란과의 협상도 긍정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휘발유 가격 역시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실은 다소 다르다. American Automobile Association(AAA)에 따르면 2026년 초 이후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은 약 49% 급등했다. 최근 휴전 기대감으로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민심 역시 악화되는 모습이다. 퀴니피액대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5%가 유가 상승 책임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렸으며, 경제 운영 지지율도 38%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전쟁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과 생활비 부담이 정치적 리스크로 번지고 있는 셈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중요한 분기점에 서 있다고 진단한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성장 둔화와 인플레이션 재확산 가능성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Goldman Sachs는 성장률 둔화와 물가 상승 압력 확대를 전망했으며, JPMorgan Asset Management 역시 중동 에너지 인프라가 타격을 받을 경우 경제 충격이 한층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통화정책 역시 딜레마에 직면했다. Federal Reserve Bank of Richmond의 토머스 바킨 총재는 “유가 상승은 물가 안정과 고용 모두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언급하며 금리 정책 운용의 어려움을 시사했다.
백악관은 여전히 낙관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경제자문위원회와 국가경제위원회는 유가 상승을 일시적 현상으로 평가하며, 올해 경제 성장률이 4~5%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다만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이러한 기대가 현실화될지는 불투명하다.
결국 현재 미국 경제는 ‘강한 금융시장’과 ‘지친 가계’라는 상반된 흐름 속에 놓여 있다. 전쟁의 향방과 에너지 가격 추이가 향후 경제 흐름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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