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없는 방, 2200시간 격리"… 정신병동 현장은 참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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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없는 방, 2200시간 격리"… 정신병동 현장은 참혹했다

이데일리 2026-04-17 17:32:1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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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국내 정신병동 상당수가 인권·안전 기준에 미달하는 고밀도·저면적 구조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의 존엄성 회복과 안전 확보를 위해 정신의료기관의 물리적 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인권위가 시행한 '정신의료기관 시설·환경 실태조사'의 정신의료기관 내 샤워실의 우수사례와 부적절사례 사진. (사진= 인권위)


◇격리실 44.6%, 창문 전혀 없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정신의료기관 시설·환경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토론회’에서 ‘수용과 통제’ 위주의 후진적 정신의료 환경 실태를 공개했다.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정신병동의 공간 설계는 환자의 회복보다는 관리 편의에 치중돼 있었다. 조사 대상 기관의 83.6%가 복도 양옆으로 병실이 배치된 ‘중복도형’ 구조였으며, 이로 인해 환자들이 머무는 공간의 자연채광과 환기가 극히 불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실태조사의 책임연구원을 맡은 김성완 전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주제 발표를 통해 국내 정신의료기관의 물리적 환경이 환자의 치료적 회복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현재 국내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은 병실 최소 면적과 보호실 설치 개수 등 최소한의 기준만 두고 있어 병원마다 시설 격차가 매우 크다”며 “영국, 호주,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이 정부 차원에서 보호실 모형과 병동 설계 지침을 상세히 제시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집단 감염에 취약한 고밀도 다인실 구조와 안전 설비 부재는 환자와 의료진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인권 침해 논란이 잦은 보호실(격리실)의 경우 상황이 더 심각했다. 전체 보호실의 44.6%는 외부를 볼 수 있는 창문이 전혀 없었으며 환자의 심리적 안정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 및 위생 설비 기준조차 마련돼 있지 않아 집단 감염과 안전사고 위험에 상시 노출돼 있었다.

실태조사 결과 발표를 맡은 권미진 인권위 조사관은 “(직접 병동에 들어가보니) 폐쇄병동의 철문이 닫히는 순간 다시 나갈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에 떨었다”며 “현재의 시설이 환자의 병을 오히려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장 조사에서는 제도적 허점과 인력 부족이 맞물려 발생한 참혹한 사례들도 폭로됐다. 권 조사관은 “한 기관에서 환자를 무려 96일(2200시간) 동안 연속으로 격리한 사실을 확인해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환자가 도움을 요청하며 철문을 두드린 흔적이 주먹 모양으로 움푹 패어 있었으나 야간 시간대 간호사 1명이 여러 층을 관리하는 열악한 인력 구조 탓에 적절한 개입은 이뤄지지 못했다.

이 밖에도 조사 과정에서는 환자 간 폭행으로 인한 사망, 자살 사고 등이 확인됐으며 낙상을 예방한다는 명목으로 창문을 완전히 폐쇄해 악취가 진동하는 등 비인도적인 처우가 곳곳에서 목격됐다.

토론회 공동 주최자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한민국의 정신 의료 시스템은 경제 수준에 걸맞지 않게 후진적”이라고 지적하며 “시설과 인력 기준을 강화함과 동시에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 및 의료급여 수가를 현실화하는 재정적 지원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자 존엄성 위한 공간 패러다임 전환 필요”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환자의 존엄성 회복을 위해 공간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낮은 침대와 곡선형 가구 도입 △투명창 및 평면 LED 조명 설치 △환자가 스스로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안정실(Comfort Room)’ 신설 등이 제시됐다. 특히 호주와 영국처럼 입원실과 진료실 디자인에 관한 구체적인 ‘시설 가이드라인’을 법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시설 개선과 같은 하드웨어적 변화뿐만 아니라 인력과 제도·치료 문화를 아우르는 소프트웨어 측면의 혁신이 병행돼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야간 시간대 등 안전 관리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적정 인력 배치 기준의 강화와 더불어 의료기관이 이러한 인적·물적 투자를 지속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 및 의료급여 수가를 현실화하는 재정적 보상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 격리·강박과 같은 제한적 조치를 결정할 때 다학제적 전문가가 참여하는 논의 구조를 정착시키고 행정 당국의 철저한 정기 감독을 통해 통제 중심에서 환자의 인권과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회복 지향적 치료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는 점이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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