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동산+/⑫]서민 주거 사다리인가? 현금부자 '로또판'인가?…분양가상한제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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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동산+/⑫]서민 주거 사다리인가? 현금부자 '로또판'인가?…분양가상한제의 역설

비즈니스플러스 2026-04-17 09:42:3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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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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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은 토지나 건물처럼 움직여서 옮길 수 없는 재산을 말합니다. 사람의 거주지가 걸린 문제이니 만큼 개인 재산 중에서는 구매 및 거래과정이 가장 복잡하고 까다로우며 가격도 어마어마합니다. 그만큼 대한민국에서 규제와 세금이 가장 강력한 시장 중의 하나입니다. 그래서 비즈니스플러스는 최근 이슈 및 업계 동향에 대해 쉽게 풀어드리려고 합니다. 그럼 요즘 부동산에 대해 하나하나씩 알아가볼까요. [편집자주] 

정부가 주택 시장 안정과 무주택 서민의 내 집 마련을 위해 도입한 '분양가상한제'(분상제)가 당초 취지와 달리 고소득 자산가들의 '자산 증식 통로'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 상급지의 낮은 분양가가 수십억 원의 시세차익을 보장하는 '로또'가 되면서, 자산 동원력이 충분한 고소득층이 추첨제 물량에 대거 몰리는 '카지노 청약판' 현상이 심화하고 있어서다.

1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에서 공급된 주요 민영아파트 8개 단지의 특별공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분상제가 적용되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등 이른바 '상급지'일수록 고소득 맞벌이 가구의 진입이 용이한 추첨제에 수요가 압도적으로 집중됐다.

최근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서초구 '아크로 드 서초'다. 이 단지의 전용면적 59㎡ 분양가는 약 18억6000만원으로 책정됐다. 인근 신축 단지 시세와 비교하면 최대 20억원에 가까운 차익이 기대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당첨 확률이 극히 희박함에도 불구하고 추첨제 경쟁률은 6710대 1이라는 기록적인 수치를 보였다. 

서초구 '오티에르 반포' 전용 84㎡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27억5000만원이라는 높은 분양가에도 신혼부부 특별공급 추첨제에서 1589.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분양가 자체가 이미 서민 가계의 대출 가능 범위를 훌쩍 넘어섰음에도 불구하고, 자금 동원력이 있는 '금수저' 혹은 '고소득 전문직' 신혼부부들에게는 놓칠 수 없는 투기 기회로 인식된 것이다.

현행 청약 제도상 신혼부부 특별공급의 우선·일반공급은 엄격한 소득 기준을 적용받는다. 그러나 전체 물량의 30%를 배정하는 '추첨제' 단계에서는 소득 제한이 사라진다. 대신 부동산 공시가격 3억3100만원(2024년 기준) 이하라는 자산 기준만 충족하면 된다.

문제는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고가의 전세나 월세에 거주하며 높은 근로소득을 올리는 무주택 가구의 경우, 보유 부동산 자산이 적기 때문에 이 기준을 손쉽게 통과할 수 있다. 결국 '돈은 많지만 집만 없는' 고소득 가구가 분상제로 억눌린 낮은 분양가의 혜택을 독점하는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실제로 상급지일수록 추첨제 지원 비중은 압도적이다. 아크로 드 서초 신혼부부 신청자의 51.7%, 오티에르 반포 신혼부부 신청자의 52.59%가 추첨제에 몰렸다. 반면 분양가가 8억 7000만원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노원구 '해링턴플레이스 노원센트럴' 전용 59㎡의 경우, 추첨제 접수율은 9.2%에 그쳤다. 소득과 가점에 기반한 '진짜 서민'들은 실거주 목적으로 비규제지역을 찾는 반면, 자산가들은 상급지 시세차익을 겨냥해 추첨제라는 '베팅'에 나서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분양가상한제는 2007년 전면 도입 이후 주택 가격 급등기에 시장 과열을 막는 방어막 역할을 해왔다. 신규 분양가를 낮춰 주변 시세 상승을 억제하고 무주택자의 진입 장벽을 낮추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공급 위축과 '로또 청약'이라는 부작용은 제도 도입 초기부터 끊임없이 제기된 문제다.

최근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가 치솟는 상황에서 분양가만 인위적으로 누르다 보니, 공급자는 공급을 기피하고 수요자는 '당첨만 되면 수억원'이라는 기대감에 매몰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분상제가 오히려 시장의 수급 조절 기능을 마비시키고, 공공의 이익이 아닌 특정 당첨자에게 과도한 사적 이익을 몰아주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서울 내에서도 규제 지역과 비규제 지역 간의 온도 차가 커지면서 '청약 시장의 계급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강남권 입성은 자산가들의 전유물이 되고, 정작 내 집 마련이 절실한 서민들은 대출 규제와 고금리에 막혀 외곽으로 밀려나는 형국이다.

업계에선 분양가상한제의 향후 운용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한국부동산연구원 안지희 부연구위원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과거 분상제는 아파트 가격을 약 4.8% 하락시키는 효과가 있었으나, 제도 완화나 해제 시기에는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했다.

결국 정부의 정책 당국이 단순히 가격을 억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청약 제도의 허점을 보완해 실질적인 무주택 서민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자산 기준의 현실화나 상급지 물량에 대한 수익 공유형 모기지 도입 등 과도한 시세차익을 환수할 수 있는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청약 시장은 운 좋게 당첨된 소수에게 부를 몰아주는 구조"라며 "분상제가 투기 수요를 자극하는 '기폭제'가 아닌 시장 안정의 '안전판'으로 기능하려면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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