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중재로 78년 적대 관계에 휴전 성사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조제프 아운 레바논 대통령과의 통화 사실을 밝히며 10일간의 휴전 합의를 공식 발표했다. 미국은 지난 14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양국 주미대사 간 협상을 직접 중재한 바 있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78년간 사실상 전쟁 상태를 이어온 두 나라가 공식 휴전에 들어간 것이다. 미 국무부가 공개한 휴전 합의문에는 양측이 동의할 경우 10일 이상 휴전을 연장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와 아운 대통령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후속 회담을 열 것이라고도 밝혔다. 두 나라는 공식 외교관계가 없어 이번이 성사된다면 1983년 이후 처음 있는 의미 있는 양국 정상 간 접촉이 될 전망이다.
◇네타냐후 “철군 없다”…헤즈볼라 “이스라엘 점령 불용”
휴전 발효와 함께 각 당사자들은 자신들의 조건을 즉각 공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영상 성명을 통해 휴전 수용을 확인하면서도 “약 10㎞ 규모의 안전지대를 유지하겠다”고 못 박았다. 그는 “그곳에 계속 주둔할 것이며 떠나지 않을 것”이라며 철군 가능성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협상 조건으로는 헤즈볼라 무장 해제와 지속 가능한 평화 협정 체결을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호르무즈 해협 봉쇄 지속과 이란 핵 능력 해체 추진을 보장받았다고도 덧붙였다.
이스라엘군은 휴전 발효 이후에도 레바논 남부 주민들에게 리타니강 이남으로 이동하지 말 것을 당부하는 등 사실상 레바논 영토 내 주둔을 이어갔다. 레바논 국영통신 NNA는 휴전 발효 약 30분 후에도 이스라엘의 포격이 계속됐다고 보도했다.
헤즈볼라는 첫 공식 논평에서 “어떠한 휴전 합의도 이스라엘이 레바논 내부에서 행동의 자유를 누리는 것을 허용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헤즈볼라 소속 의원 이브라힘 무사위는 CNN에 “이스라엘 점령군이 공격을 중단하고 휴전 협정을 위반하지 않는 한 준수할 것”이라는 조건부 입장을 전했다. 레바논 전체 영토에서의 이스라엘군 철수도 촉구했다.
휴전 발효 직전까지 교전도 이어졌다. 헤즈볼라는 휴전 발효 10분 전까지 이스라엘을 향한 공격을 지속했다고 공개했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에 공습을 가했으며, 가지에 마을 주거용 건물에 대한 공습으로 7명이 사망하고 33명이 부상했다고 레바논 보건부는 밝혔다. 레바논 베이루트에서는 휴전 발효 시각인 자정을 전후해 축포와 총성이 30여 분간 울려 퍼졌다.
◇이란은 환영…미·이란 핵 담판 분수령
이란 외무부는 “레바논 휴전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다만 “레바논에서의 전쟁 종식은 미국과 이란의 휴전 합의의 일부였다”고 덧붙이며 자신들의 입장을 견지했다. 이란은 지난 7일 미국과 2주간의 휴전에 합의한 이후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이 휴전 위반이라고 주장해왔다.
이번 레바논 휴전은 미·이란 종전 협상의 판도에도 직결되는 사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협상 타결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파키스탄 군 수장 아심 무니르 합참의장은 현재 테헤란에서 이란 고위 당국자들과 접촉하며 2차 미·이란 회담 성사를 위한 중재를 진행 중이다.
지난 11~12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1차 회담에서 미국은 이란의 핵 활동 20년 전면 중단을 제안했고, 이란은 3~5년 부분 중단을 역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농축우라늄(HEU) 반출 문제를 둘러싼 접점도 조금씩 좁혀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이란은 영구적 휴전과 유엔(UN) 보장이 전제되지 않는 한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세계 원유·가스 공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폐쇄 장기화는 국제통화기금(IMF)이 글로벌 경기 침체 위기를 경고할 만큼 세계 경제에 충격을 주고 있다. 미 국방장관 피트 헤그세스는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군사 작전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레바논에서는 지금까지 2100명 이상이 사망하고 최소 100만명이 피난길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 측도 민간인 2명과 군인 13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스라엘-레바논 휴전이 미·이란 2차 협상의 물꼬를 트는 전환점이 될지, 아니면 현장의 충돌로 또다시 좌초될지가 향후 중동 정세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