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보다 기계적 생존력”···韓 상용차, 78조 중동 재건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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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술보다 기계적 생존력”···韓 상용차, 78조 중동 재건 ‘정조준’

이뉴스투데이 2026-04-17 08: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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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타타대우상용차]
[사진=타타대우상용차]

[이뉴스투데이 김경현 기자]중동 지역의 분쟁이 점진적인 휴전 및 종전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전후 복구와 인프라 재건을 위한 상용차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장기화된 내수 건설 경기 한파로 실적 부진에 시달려 온 국내 상용차 업계에 ‘재건 특수’는 하반기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중동 재건 사업의 규모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의 막대한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우선 세계은행(WB)과 유엔(UN), 유럽연합(EU)이 공동으로 발표한 ‘임시 급속 피해 및 필요 평가(IRDNA)’ 보고서에 따르면, 파괴된 가자지구 및 인접 지역의 완전한 복구에만 향후 10년간 약 532억달러(약 78조4806억)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전체 재건 비용의 절반이 넘는 약 300억달러(약 44조2590억)가 주택 및 공공 인프라 복구에 집중될 것으로 명시됐다. 잔해를 치우고 대규모 토목 공사가 시작되는 초기 단계부터 상용차 투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내 금융투자업계 역시 중동 내 시급한 인프라 복구 비용만 최소 250억달러(약 36조8825억)에 달하며, 이 중 한국 기업들이 최대 18조원 규모의 수주를 따낼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현재 글로벌 상용차 시장은 스카니아, 볼보, 만, 메르세데스-벤츠, 이베코 등 이른바 ‘유럽 5대장’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 브랜드는 압도적인 성능을 자랑하지만, 중동 재건 현장의 가혹한 환경을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라인업 자체가 대형급에 편중됐고, 차량 단가와 부품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유럽의 최신 상용차들은 자율주행에 준하는 첨단 운전자보조시스템(ADAS)과 복잡한 전자제어 시스템으로 무장하고 있다. 이는 잘 포장된 유럽의 고속도로에서는 강점이지만, 모래바람이 불고 도로망이 파괴된 중동의 비포장 험지에서는 잦은 고장을 유발하는 요인이 된다. 현지 정비 인프라가 열악한 상황에서 이러한 전자 장비의 고장은 사실상 차량 방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빈틈을 파고든 것이 바로 타타대우모빌리티와 현대자동차 등 한국산 상용차다. 최신 기술의 화려함보다는 ‘고장 나지 않고 고치기 쉬운’ 강점을 무기로, 중동 시장에서 유럽산을 대체할 선택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대형 및 중형 트럭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한 타타대우의 경우, 필수적인 배출가수 규제(유로6)와 기본 안전 사양을 충족하면서도, 험지 운용에 불필요한 과잉 전자장비를 과감히 덜어냈다.

실제로 타타대우 상용차는 최근 우크라이나 재건 현장과 군수 지원 용도로 투입되며 포탄이 오가는 혹독한 전장 환경을 견뎌내고 있다. 아울러 필리핀 육군에도 군용 트럭으로 대거 수출되며 내구성을 검증과 정비성을 검증 받은 바 있다.

그 내구성의 핵심 바탕에는 이탈리아 FPT(피아트 파워트레인 테크놀로지스) 엔진이 자리하고 있다. FPT 엔진은 전 세계 수많은 중장비에 쓰이는 글로벌 스탠다드로, 이란 등 중동 현지에서도 부품 수급과 정비 접근성이 뛰어나다.

The 2026 봉고 Ⅲ. [사진=기아]
The 2026 봉고 Ⅲ. [사진=기아]

여기에 타타대우 트럭의 초기 도입 가격은 유럽 브랜드 대비 20~30% 이상 저렴해 대규모 장비를 운용해야 하는 건설사 입장에서 절대적인 가성비를 자랑한다. 한국의 제조 기술력에 인도 타타그룹의 자본력, 이탈리아 FPT의 범용 엔진이 결합된 다국적 공급망 구조는 서방의 제재 압박에서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 현지 정부 입장에서도 도입 리스크가 적다.

재건 현장 곳곳의 모세혈관을 누빌 1톤 소형 트럭 시장은 현대차 포터와 기아 봉고가 주도하고 있다. 험지와 가혹한 과적 환경을 견뎌내는 내구성을 갖추면서도 정비 또한 간편해 뚜렷한 대체재가 없다는 평가다.

실제, 과거 삼성차가 닛산 아틀라스를 기반으로 1톤 트럭 ‘야무진’을 출시하며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시장 안착에 실패했다. 당시 야무진은 국내의 과적 문화와 험난한 운행 환경을 버티지 못하고 내구성의 한계를 드러냈다.

반면 포터와 봉고는 제원상 적재량인 1톤을 훌쩍 뛰어넘는 4톤의 과적도 무리 없이 버텨낸다. 전 세계 분쟁 지역에서 포터 화물칸에 무거운 중화기를 장착하고 사막을 내달리는 모습이 흔하게 발견되는 것도 기계적 내구성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전쟁으로 파괴된 중동 현지의 열악한 전력망 인프라는 역설적으로 한국산 디젤 트럭의 수요를 부채질하고 있다. 당장 충전 인프라가 필수적인 전기차(EV) 투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단종 수순을 밟고 있지만, 아직 디젤을 생산중인 봉고와 한국에서 넘어간 상태 좋은 중고 디젤 1톤 트럭들이 재건 사업 초기 인프라 공백을 메우는 핵심 자원으로 대거 투입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중동 재건 시장의 특수성이 한국 상용차 업계에 유리한 진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전후 복구 초기 단계에는 첨단 사양이나 친환경 인프라보다는 비용 효율성과 기계적 신뢰성이 장비 도입의 최우선 기준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고비용 구조의 유럽산과 품질 한계를 지닌 중국산 사이에서 한국산 상용차가 전략적 대안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재건 사업 장비는 첨단 기능보다 극한 환경에서 얼마나 오래 버티고, 고장 났을 때 얼마나 빨리 고칠 수 있느냐가 핵심 경쟁력이다”며 “품질과 가격 경쟁력, 범용성을 두루 갖춘 K-상용차가 중동에서 제2의 건설 붐을 이끌며 업계의 확실한 돌파구가 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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