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역사재단, 20∼24일 학술 조사…'탁본 명장' 흥선 스님 참여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백성이 들어가 살게 할 수도 없고, 한두 해 간격을 두고 수토(搜討)하게 하는 것이 합당합니다." (숙종실록 1694년 기록)
조선 조정은 울릉도를 관리·수호하기 위해 관리를 파견한다.
1694년 9월 무신 장한상(1656∼1724)을 비롯해 여러 수토사(搜討使)가 정기적으로 울릉도를 찾았고, 방문 흔적을 남기기도 했다.
수토는 수색해서 무언가 알아내거나 찾기 위해 조사한다는 의미다.
삼척영장이었던 박석창(생몰년도 미상)은 1711년 5월 울릉도를 살펴본 뒤 지도를 그려 올렸는데, '울릉도도형'(鬱陵島圖形)이라는 이름으로 전한다.
울릉군 태하리 해변의 바위벽 등지에서는 각석문(刻石文)이 발견되기도 했다.
한성주 강원대 교수가 2021년 학술지 '독도연구'에 발표한 '울릉도 수토 각석문의 현황과 특징' 논문에 따르면 울릉도 수토의 역사를 유추할 수 있는 각석문 가운데 현재 남아있는 것은 4개다.
수토사 혹은 수토관이 남긴 흔적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울릉도와 주변 섬을 정기적으로 순찰하며 영토 수호의 '최전선'을 지킨 수토관의 발자취를 찾는 학술 조사가 이뤄진다.
동북아역사재단은 이달 20일부터 24일까지 울릉군 일대를 조사한다고 17일 밝혔다.
재단 관계자는 "광복 직후 우리 영토를 지키기 위해 추진했던 울릉도·독도 학술조사의 정신을 계승해 약 70년 만에 종합적으로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사단은 재단 소속 연구위원과 외부 전문가 등 20여 명으로 구성된다.
기존에는 역사, 문화, 자연과학 등 분야별로 조사가 진행됐다면, 이번 조사에서는 수토를 중심으로 울릉도·독도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볼 예정이다.
수토와 관련한 기록이 남아 있는 글자(각석문)를 조사하고 황토굴, 돌고리 등 관련한 유적 현황을 살핀다. 옛 지도나 사료 속 지명도 고증할 방침이다.
국내 최고의 탁본(拓本) 전문가로 꼽히는 흥선 스님이 이번 조사에 참여한다.
탁본은 돌이나 금속, 나무 등에 새긴 글씨나 그림을 종이와 먹으로 그대로 찍어내는 것을 뜻한다.
흥선 스님은 40여년 간 전국 곳곳을 돌면서 탁본 1천100점 이상을 제작해왔고, 2024년 대한불교조계종 탁본 명장으로 인정받았다.
흥선 스님은 수토제 혹은 수토관 흔적을 담은 각석문을 먹과 두드림으로 되살려 역사적으로 남기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고 재단 관계자는 귀띔했다.
재단은 "글자가 닳아 판독이 어려운 울릉도 수토관 각석문 등을 명장의 손길로 복원해 사료의 학술적 신뢰도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단은 울릉도를 중심으로 조사한 뒤, 하반기에는 독도로 범위를 넓힐 예정이다.
김영수 독도연구소장은 "울릉도·독도와 관련한 문헌 자료, 유적, 탁본 등을 아우르며 (1953년 조사 이후) 70년 사이 변화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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