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롱도르 위엄 증명한 뎀벨레의 원맨쇼와 음바페 공백 지운 엔리케호의 완벽한 시스템 축구.
- 레알을 꺾고 증명한 케인·올리스·디아스 삼각편대의 화력과 노이어가 지키는 알리안츠의 요새.
- 시메오네 감독 집권 14년의 집념, 훌리안 알바레스와 '감독 아들' 굴리아노가 이끄는 투지.
- 사카와 외데가르드의 부상 변수 속에서도 사상 첫 빅이어를 노리는 아르테타 감독의 완성형 스쿼드.
매년 봄이면 유럽 축구는 한 해의 정점을 향해 달린다. 레알 마드리드가 떠났고 바르셀로나도 사라진 자리에, 각 리그를 대표하는 팀들만 남았다. PSG, 바이에른 뮌헨,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아스날. 각 팀이 이 자리까지 오게 된 이야기는 전부 다르고, 이 트로피를 원하는 이유도 전부 다르다. 5월 30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릴 결승을 향한 마지막 두 관문이 4월 말부터 시작된다.
1. 디펜딩 챔피언 PSG
PSG는 음바페가 떠난 뒤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인한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 출처: 게티이미지스
8강에서 PSG가 리버풀을 다루는 방식은 인상적이었다. 합산 4-0, 원정 안필드에서도 2-0 승리를 거뒀다. 안필드는 유럽 축구에서 원정팀이 가장 이기기 어려운 구장으로 알려져 있다. 수많은 강팀들이 팬들의 응원 속에서 무너졌다. PSG는 흔들리지 않았다. 전술의 핵심은 우스만 뎀벨레였다. 발롱도르 수상자인 그는 전반에 결정적 찬스를 여러 차례 날려 팬들을 불안하게 만들더니, 후반에 두 골을 연속으로 꽂아 경기를 끝냈다. 스타의 가치는 큰 경기에서 드러난다. 실수를 하더라도 결국 해결사로 마무리를 짓는 능력, 그게 뎀벨레가 발롱도르를 받은 이유다. 뎀벨레를 빼도 PSG의 공격력은 여전히 강력하다. 조지아 출신의 윙어 크비차가 왼쪽 측면을 지배하고, 역습 전문가 바르콜라가 오른쪽을 뚫는다. 측면 수비수 하키미는 공격 상황에서 거의 윙어처럼 올라선다. 엔리케 감독이 팀에 심어놓은 건 전술이 아니라 문화다. 음바페가 떠난 뒤 '스타 한 명에게 의존하는 팀'에서 '시스템으로 이기는 팀'으로 완전히 탈바꿈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PSG는 최근 챔피언스리그에서 영국 클럽을 상대로 5연승 중이다. 첼시에 이어 리버풀까지, 잉글랜드 팀들에게 PSG는 지금 최악의 상대다. 다만 바이에른과의 상성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최근 챔피언스리그 맞대결 네 경기에서 바이에른은 단 한 골도 내주지 않고 PSG를 이겼다. 통계가 전부는 아니지만, 무시하기도 어렵다.
2. 레알을 꺾은 바이에른, 자신감의 실체
바이에른 뮌헨은 선수들을 등에 업고 유럽 정상을 바라보고 있다. / 출처: 게티이미지스
바이에른 뮌헨의 8강은 한 편의 영화였다. 홈 2차전, 경기 시작 34초 만에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가 발로 찬 공을 아르다 굴러가 낚아채 선제골을 넣었다. 상상도 못 한 실수였다. 그러나 뱅상 콤파니의 팀은 흔들리지 않았다. 6분 만에 파블로비치가 헤더로 동점을 만들었고, 전반 내내 골이 쏟아졌다. 해리 케인이 역전골을 넣고, 레알이 다시 앞서고, 다시 따라잡고, 전반에만 네 골이 터진 혼전이었다. 바이에른은 최종 합산 6-4로 승리했다. 레알 마드리드를 원정 베르나베우와 홈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연속으로 꺾었다는 것, 그게 이번 시즌 바이에른이 얼마나 특별한 팀인지를 설명한다. 공격의 축은 케인·올리스·루이스 디아스 세 명이다. 케인은 뮌헨 이적 후 매 시즌 리그에서 30골 이상을 기록하고 있고, 이번 챔피언스리그에서도 결정적인 순간마다 이름을 새겼다. 다만 걱정은 부상이다. 좌측 풀백 알폰소 데이비스는 8강 도중 햄스트링 문제로 교체됐고, 독일 대표팀 에이스 자말 무시알라도 발목 피로성 골절로 빠졌다 들어오기를 반복했다. 두 선수가 준결승까지 완전한 컨디션으로 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노이어의 볼 배급 실수도 분석가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PSG처럼 전방 압박이 강한 팀을 상대로 또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홈구장 알리안츠 아레나는 이번 시즌 전 경기를 통틀어 단 한 경기만 졌다.
3. 14년 묵은 시메오네의 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시메오네 감독의 14년 철학이 응축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훌리안 알바레스의 결정력을 앞세워 9년 만의 4강 신화를 이어간다. / 출처: 게티이미지스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이 아틀레티코를 맡은 지 14년이 됐다. 그 사이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두 번 올랐고, 두 번 모두 레알 마드리드에게 졌다. 그리고 9년 만에 다시 4강에 왔다. 8강에서 아틀레티코가 바르셀로나를 이기는 과정에선 아틀레티코의 본질을 그대로 보여줬다. 1차전 바르셀로나 원정에서 훌리안 알바레스와 쇠를로트의 골로 2-0을 만들었다. 홈 2차전에서는 경기 시작 4분 만에 라민 야말이 터뜨리고 24분에 추가골이 터져 순식간에 합산 동점이 됐다. 그럼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루크먼이 침착하게 골을 넣어 합산 3-2로 다시 앞섰다. 바르셀로나가 높은 볼 점유율로 밀어붙였지만, 에릭 가르시아가 퇴장을 당하면서 승부는 끝났다. 이번 시즌 아틀레티코의 공격을 책임지는 건 훌리안 알바레스다. 2022 월드컵 우승 멤버로, 챔피언스리그에서 결정적인 순간마다 이름을 새기고 있다. 1월에 합류한 루크만은 불과 17경기에서 9개의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아틀레티코에는 독특한 이야기가 하나 더 있다. 감독 디에고 시메오네의 아들이 팀에서 뛰고 있다. 2부리그 임대에서 9골을 넣고, 알라베스에서도 성장을 증명하며 이번 시즌 1군에 자리를 잡았다. 8강 바르셀로나 원정 1차전에서 바르셀로나 수비수 파우 쿠바르시의 태클을 유도해 결정적인 프리킥 기회를 만든 것도 굴리아노 시메오네였다.
4. 부상 위기 속 역사를 노리는 아스날
주축 선수들의 부상 악재 속에서도 아르테타 감독의 아스날은 단단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사상 첫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라는 역사를 정조준한다. / 출처: 게티이미지스
아스날은 한 번도 빅이어를 들지 못했다. 미켈 아르테타 감독이 팀을 맡은 이후 지금이 가장 완성도 높은 시즌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고,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만 11경기 10승을 기록하고 있다. 8강 스포르팅 CP전은 화려하지 않았다. 그런데 홈 2차전에서 팀의 핵심 선수 들이 전부 결장한 채 0-0을 지켜냈다는 사실이 의미심장하다. 주전 없이도 실점을 허용하지 않는 스쿼드 깊이를 보여줬다. 문제는 그 부상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팀의 에이스 사카는 아킬레스 문제로 최근 세 경기 연속 결장했다. 주장 외데가르드는 리스본 1차전에서 무릎을 다쳐 아직 회복 중이다. 팀버르는 발목 부상으로 한 달 가까이 빠져 있다. 아르테타 감독은 선수들의 복귀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핵심 선수 중 누가, 얼마나 빨리 돌아오느냐가 아스날의 준결승 운명을 결정짓는 첫 번째 변수다. 설상가상으로 아스날은 챔피언스리그 준결승과 프리미어리그 타이틀 레이스를 동시에 치르고 있다. 직전 리그 경기에서 본머스에게 패했고, 그 사이 2위 맨체스터 시티가 격차를 좁혔다.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챔피언스리그 준결승과 리그 막판 경기가 겹치는 일정은 말 그대로 전쟁이다. 그래도 홈구장 에미리츠의 유럽 최근 8경기 무패 기록은 실질적인 심리적 방패다. 사카와 외데가르드가 돌아온다면, 에미리츠에서 아틀레티코라도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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