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2주기를 맞아 침몰하는 배 안에서 마지막까지 아이들을 구조했던 ‘파란 바지의 의인’ 김동수 씨의 삶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구조의 순간은 짧았지만, 그날 이후의 시간은 12년이 지나도록 끝나지 않은 채 이어지고 있다.
JTBC는 김동수 씨를 직접 만나 요즘 근황을 물었다.
제주도에 사는 김동수 씨 / 유튜브 'JTBC News'
김 씨에게 4월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시간이다. 제주에 살고 있는 세월호 생존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그는, 몸은 앞으로 달리고 있지만 머릿속은 그날에 머물러 있다고 말한다. 달리기를 할 때마다 아이들의 목소리가 떠오른다는 그의 고백은, 시간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는 기억의 무게를 짐작하게 한다.
그의 삶에서 달리기는 오랫동안 중심이었다. 1988년 20대 초반이던 그는 제주에서 육상 코치로 일하며 선수들에게 끈기와 정신력을 강조했다. 그는 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결국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믿었고, 그 과정에서 길러지는 버티는 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어린 시절부터 우유와 신문을 배달하며 뛰어다니는 걸 좋아했고, 해녀였던 어머니를 따라 바다에서 물질을 하며 자연스럽게 몸을 쓰는 삶을 익혔다고 돌아본다.
김동수 씨를 지켜주는 가족 / 유튜브 'JTBC News'
1994년 4월, 그는 지금의 아내를 만나며 삶의 방향이 달라졌다. 당시 그는 거창한 프러포즈를 하지 못했지만, 몸이 약했던 아내를 편하게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고 회상한다. 사랑을 표현하기보다 책임으로 받아들였던 그의 태도는 이후 삶의 선택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1997년 4월, 그는 가족을 위해 육상 코치를 그만두고 화물차 운전을 시작했다. 하루에 1000km에서 1400km를 달리는 고된 일이었지만, 그는 이를 또 다른 달리기로 여겼다. 무엇보다 자식들에게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2014년 4월 16일, 그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화물차를 싣고 배에 오른 그는 아침 식당에서 수학여행을 가던 학생들을 처음 마주했다. 아이들이 질서를 지키며 조용히 줄을 서고 서로를 챙기는 모습에 “세상에 이렇게 착한 아이들이 다 있나 싶었다”는 기억이 지금까지도 선명하다고 한다.
'의인'으로 불리며 공로패가 주어졌지만, 여전히 삶이 고통스러워 견디려 노력하고 있다는 김동수 씨 / 유튜브 'JTBC News'
배가 기울기 시작했을 때, 그의 머릿속에는 그 아이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소방 호스를 몸에 감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20명이 넘는 아이들을 구조했지만, 그날 이후 그의 삶은 멈춘 것과 다름없었다. 어깨와 손가락 신경이 손상됐고, 무엇보다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깊은 고통으로 남았다.
그는 지금의 삶을 묻는 질문에 “지금은 삶이 없는 것 같다”는 표현으로 답한다. 특히 희생된 아이들의 부모를 만날 때마다, 왜 자신만 살아남았느냐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되묻게 되고 그때마다 가장 큰 미안함을 느낀다고 털어놓는다.
이후의 시간은 쉽지 않았다. 그는 도망치듯 살아가기도 했고, 스스로를 해치는 순간도 있었다. 그 곁을 지켜본 아내 역시 깊은 고통을 함께 견뎌야 했다. 아내는 “만약 그 자리에 함께 있었다면 남편을 끌고라도 나왔을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동시에 그가 어떤 선택을 했을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한다.
세월호에서 만났던 아이들을 회상하는 김동수 씨 / 유튜브 'JTBC News'
주변 사람들 역시 그를 그렇게 기억한다. 평소에도 그냥 지나치는 일이 없는 사람이었고, 위험한 상황에서 남을 돕는 일을 당연하게 여겼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상에서도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는 등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행동을 이어왔다고 가족은 전한다.
아내가 바라는 건 크지 않다. 사고 이전처럼, 자신이 알고 사랑했던 김동수로 돌아오는 것이다. 그저 평범하게 웃고 살아가던 그 모습으로 돌아와 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는 지금도 달린다. 몸을 움직이며 기억을 견디고, 스스로를 붙잡기 위해 애쓴다. 머릿속에서는 여전히 그날의 장면이 반복되지만, 멈추지 않으려는 의지로 하루를 이어간다.
아내는 그에게 생일을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며, 여전히 숨이 찰 만큼 달리던 그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 짧은 말 속에는, 다시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과 예전의 그로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함께 담겨 있다.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해양수산부의 배·보상 직권재심의를 촉구하던 김동수 씨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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