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상장 원칙적 금지… 주주보호 VS 기업성장, 입장차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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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상장 원칙적 금지… 주주보호 VS 기업성장, 입장차 '뚜렷'

데일리임팩트 2026-04-16 16:20:31 신고

중복상장 제도개선 의견수렴을 위한 공개세미나 패널토론 현장 (사진=배효빈기자)


국내 자본시장의 고질적 저평가 요인으로 지목된 '중복상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장의 이해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토론은 중복상장을 '지배구조 레버리지를 악용한 일반주주 권익 침해'로 규정한 투자자·학계 측과 'M&A 위축 및 혁신 기업의 성장 저해'를 우려하는 발행사·벤처업계 측의 시각차가 여실히 드러났다.


16일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개최한 '중복상장 제도개선 의견수렴을 위한 공개세미나'에서 국내 자본시장의 뜨거운 감자인 중복상장 문제를 두고 투자자, 학계, 발행사, 벤처 업계가 팽팽한 설전을 벌였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가 토론에 참여했다. 이 대표는 중복상장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중복상장 구조에서는 지배주주가 각 단계에서 30%의 지분만 보유해도 실질 지분율 대비 10배에 달하는 지배구조 레버리지가 발생한다”며 “소유와 지배가 괴리돼 이사회가 지배주주의 이익만을 위해 일하게 되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의 히타치가 22개 상장 자회사를 전수 해소한 사례를 언급하며 “신규뿐 아니라 기존 중복상장도 단계적으로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예외적으로 허용할 경우 반드시 일반주주 과반 동의(MOM)를 득하도록 명문화해야 한다”며 “미국처럼 자회사 주식을 모회사 주주에게 나눠주는 스핀오프 시 배당소득세를 면제하는 세법 개정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개인투자자 입장을 대변한 한서경 부산대학교 투자동아리 SMP 부회장은 중복상장이 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린다고 지적했다. 한 부회장은 “물적 분할 이후 발생하는 주가 변동 손해에 가장 취약한 것이 개인투자자”라며 “권한은 적고 손해는 큰 비대칭성이 시장의 신뢰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한국 기업들은 수익성이 견조함에도 중복상장으로 인한 불확실성 때문에 해외 대비 자본 비용이 과도하게 높고 할인율이 크게 적용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개인들은 장기 투자 대신 단기 매매에 치중하거나 해외 시장으로 떠날 수밖에 없다”며 “실질적인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해 MOM 제도 등을 적극 활용해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발행사를 대표해 참석한 김춘 상장회사협의회 본부장은 문제 인식에는 공감하면서도 방법론에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 본부장은 “지배주주가 지주회사 체제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측면이 있어 이를 무조건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다”고 운을 뗐다.


그는 특히 주주 동의 절차에 대해 “상장 시점에 주주 동의를 받는다고 해서 주주가 실질적으로 보호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대신 “모회사 이사회가 자회사로부터의 현금흐름을 확보해 모회사 주주들에게 배당 등으로 온전하게 환원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상장 자체는 자회사 이사회의 결의 사항인 만큼, 상법 체계 내에서 이해상충을 조정하고 정합성을 갖추는 방향으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상준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부회장은 벤처·혁신 기업의 특수성을 강조하며 일률적인 규제에 우려를 표했다. 안 부회장은 “상장사가 기술 기업을 인수해 IPO까지 가는데 평균 14년이 걸린다”며 “M&A를 통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빠르게 성장하는 것은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설명했다.


그는 “만약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면 M&A 시장이 급격히 위축될 것이고, 이는 벤처 기업의 자금 조달과 공신력 확보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회수 시장인 IPO가 막히면 공적인 펀드로 운영되는 벤처 생태계 전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며 “혁신 기업에 대해서는 일괄적인 규제보다 예외와 유예를 두는 유연한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투자업계 입장을 대표한 김수현 DS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복 상장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형’으로 규정했다. 김 센터장은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인적 분할을 통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중복 상장이 급증했다”며 “실제로 상장 전후 실적을 비교해 보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기업이 70%를 넘는다. 이는 상장 전 실적 부풀리기가 관행화되어 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복 상장 해소를 위한 대책으로 ▲NAV(순자산가치) 할인율 의무 공시 ▲자발적 상장 폐지 시 세제 혜택 부여 ▲자회사 배당금의 모회사 주주 재배당 의무화 등을 제안하며, 단순 억제를 넘어선 강력한 인센티브와 규제의 병행을 강조했다.


반면 발행 시장 최전선에 있는 IB 업계는 규제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속도 조절’과 ‘자본시장의 기능’을 강조했다. 장한철 한국투자증권 본부장은 “최근 주주 가치 중심 경영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IPO를 통해 조달된 자금은 설비 투자와 R&D 등 기업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된다”고 설명했다.


장 본부장은 “과거 정부 정책에 따라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기업들이나 M&A를 진행한 기업들은 급작스러운 정책 변화에 큰 혼란을 겪고 있다”며 “기업의 경쟁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시장별·규모별로 충분한 제도 적용 유예 기간을 두는 등 유연한 정책 적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법학적 관점에서 접근한 이상훈 경북대학교 교수는 중복 상장의 본질을 ‘이해 상충’으로 정의했다. 이 교수는 “중복 상장은 일반 주주의 현금수취권과 지배권을 동시에 훼손하는 행위”라며 “단순히 주주총회 다수결에 맡기는 것은 이사회의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거래소 가이드라인에 ‘독립 이사회의 의결서’와 ‘금융 자문사의 공정성 의견서(Fairness Opinion)’ 제출을 명시해 이사회의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오래전 상장을 전제로 투자한 벤처캐피탈(VC) 등 모험 자본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해 설립 시점 등에 따른 소급 적용 배제 등의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토론의 마지막은 정책 당국과 유관 기관의 입장 표명으로 마무리됐다. 이문택 한국거래소 상무는 "주주 가치 보호는 거스를 수 없는 글로벌 스탠다드"라며 "업계 의견을 균형 있게 반영해 제도를 다져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권용호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정부 정책의 핵심 키워드로 신뢰와 주주 가치, 혁신, 수요 기반을 제시하며, 이번 중복 상장 논의의 본질을 짚었다. 권 과장은 "중복 상장 조율의 필요성에는 모두가 동의했으나, 속도와 방법론에서 차이가 있었다"고 진단했다.


특히 그는 배당 소득세 문제 등 업계의 현실적 고충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기업의 전향적인 자세 변화를 촉구했다. 권 과장은 "어떤 특정한 기준만 충족하면 상장이 된다거나, 체크리스트만 통과되면 주주 보호를 다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과정이 남아 있는 접근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어떻게 주주를 보호하고 예우할지는 기업들이 직접 고민해야 한다"며 "이것이야말로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를 이행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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