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주택 공급의 핵심 축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재무적 딜레마’가 깊어지고 있다. 사상 첫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상황에서 정부의 공급 확대 지침에 따라 대규모 매입임대 사업에도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수익을 내던 토지 분양이 막힌 상황에서 매입임대 사업에 대한 공사비 연동형 폐지만으로 사업성 개선 동력을 이끌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LH는 건설형 5만2000가구, 신축매입임대 4만4000가구 착공에 나설 예정이다. 올해 새롭게 매입에 나서는 가구도 약 3만5000가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LH는 이재명 대통령의 ‘고가 매입’ 우려 이후 건물의 공사원가를 검증해 적정 매입가를 보장해주던 ‘공사비 연동형’ 산정 방식을 사실상 폐지하고 감정평가형으로 일원화했다.
LH 등에 따르면 감정평가형 신축매입약정의 가구당 평균 매입 단가는 2021년 2억4900만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3억3500만원으로 5년 새 35%(8600만원) 올랐다. 이를 올해 매입 목표치인 3만5000가구에 대입하면 매입 사업비로만 투입해야 할 재원은 약 11조7000억여 원에 달할 전망이다. 정부 지원 등을 제외해도 6조~7조원가량 재원이 소모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지역별로 파편화된 신축매입임대 사업 특성상 유지보수와 임대 관리비 등 고정 지출도 기하급수로 늘어나 LH의 재정 압박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통계를 보면 LH는 지난해 영업 손실 641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7608억원) 순이익을 기록한 후 1년 만에 적자 전환됐다. 특히 2009년 통합 출범 이후로는 처음으로 당기순손실(91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월 열린 이사회에서 비상임이사들이 “이자 부담 부채 증가와 관련해 단기 지급 능력을 판단하는 당좌비율 개선과 유동성 관리가 시급하다”고 경고한 이유다.
그간 LH는 민간 토지 분양 수익으로 임대주택의 적자를 메우는 ‘교차 보전’ 방식을 활용해왔다. 하지만 정부에서 ‘땅 장사’라는 비판을 받은 후 토지 매각이 제약되고 직접 시행 비중이 늘면서 손실을 보전할 경로가 사실상 끊겼다. 이사회 내부에서도 “당기순손실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단위 사업별 수익 제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신축매입을 포함한 공공주택사업 확대로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2023년 약 152조8470억원이었던 LH 부채는 지난해 약 173조6570억원으로 빠르게 늘었다. 특히 정부가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강조하면서 수익 둔화 흐름은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LH의 임대손실 규모는 지난해 이미 2조7000억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LH의 지속 가능한 공급을 위해 재무 건전성 회복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매입임대 사업에 대한 정부 지원 금액이 50~60% 수준이기 때문에 이를 현실화해야 지속적인 공급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민간 부문 공급이 제한된 상태에서 LH가 공공 주도로 공급 물량을 소화하다 보니 구조적인 적자 보존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소규모 택지 개발 등을 통해 수익 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강구해 적자 악화를 제어하고, 장기적으로는 LH의 역할을 재정립해 수익 구조에 균형을 확보하는 ‘투트랙’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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