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합니다.]
기후변화, 고령화, 지역 소멸. 우리 시대의 복합적인 사회문제가 자본시장의 언어로 번역되고 있다. '임팩트투자'(Impact Investment)라는 분야가 더 이상 공익적 실험이 아닌 하나의 주류 투자 방식으로 자리 잡아가는 이유다. '글로벌 임팩트 인베스팅 네트워크'(Global Impact Investing Network, GIIN)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임팩트투자 운용자산(AUM)은 약 1조5천710억 달러(약 2천100조 원)에 달하며, 2019년 이후 연평균 21% 성장을 기록했다.
우리나라도 2021년 약 7천300억 원 규모에서 2023년 25억4천만 달러로 확대됐고, 2030년까지 연평균 21.2% 성장해 97억6천만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그러나 숫자가 커질수록 오히려 본질에 대한 질문이 더 중요해진다. 임팩트투자란 무엇인가.
흔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개선), 친환경, 사회적 가치처럼 '좋은 분야'에 투자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분야만으로는 부족하다. 임팩트는 사회문제가 실제로 해결되고, 그 결과 공공의 자산이 늘어날 때 비로소 창출된다. 그리고 그 출발점에는 한 가지 전제가 있다. 지금 이 순간, 누군가가 그 문제로 인해 실제로 고통받고 있어야 한다는 것. 고통이 없는 문제에는 해결의 긴급성도, 끝까지 버티게 만드는 집요함도 생겨나기 어렵다.
결국 임팩트투자의 핵심은 분야가 아니라 사람이다. 더 정확히는, '문제를 끝까지 해결하려는 창업자'에 대한 투자다.
진정한 임팩트투자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명확한 의도(intentionality)'에서 출발한다. 좋은 아이디어나 매력적인 시장보다 먼저 봐야 할 것은, 창업자가 왜 이 문제를 풀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다. 그 동기가 얼마나 깊고 '개인적'인지가 장기적인 실행력을 가른다. GIIN은 임팩트투자의 정의에서 측정할 수 있는 사회적·환경적 성과와 재무적 수익의 동시 추구를 강조하지만, 실제 성공 사례를 보면 창업자의 개인적 문제의식이 핵심 동력이다.
현장에서 만나는 우수한 임팩트 스타트업에는 공통점이 있다. 사업 아이디어 이전에, 창업자의 문제의식이 매우 개인적이고 뿌리 깊다는 점이다. 남들에게는 사회 통계로 보이는 문제가 이들에게는 삶의 경험으로 새겨져 있다. 가족의 돌봄 과정에서 겪은 고통, 치료 과정에서 느낀 불합리함, 환경 문제와의 직접적인 충돌. 이들은 문제를 사업 기회로 보지 않는다. 반드시 풀어야 할 삶의 과제로 받아들인다.
예를 들어, 테스트웍스의 창업자는 사회적 기업으로서 장애인 고용 문제를 가족 경험에서 출발해 해결하며 성공했다. 에누마는 학습 플랫폼으로 글로벌 확장을 이루며 교육 불평등을 공략했다. 더함은 사회적 부동산 플랫폼으로 소셜벤처를 활성화했다. 이들 성공 뒤에는 창업자의 집요한 실행력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의 불확실성, 기술적 한계, 자금 부족이라는 장벽 앞에서도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 해결해야 할 이유가 분명한 사람은 더 오래 버티고, 더 깊이 고민하며, 결국 더 나은 해법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 임팩트투자가 기존 투자와 구분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시장 규모보다 창업자의 태도와 집요함을 먼저 보고, 문제를 끝까지 풀어낼 사람인지를 판단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쓴다.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조지 세라핌(George Serafeim) 교수의 연구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는 ESG와 임팩트투자가 장기적으로 재무 성과를 높인다고 분석하며, 창업자의 지속 가능한 임팩트 핵심성과지표(KPI, Key Performance Indicator) 관리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투자자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자본을 제공하고 성과를 기다리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창업자가 포기하지 않도록 함께 버티고, 방향을 점검하며, 장기적인 시각으로 문제 해결의 여정을 함께 걷는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임팩트는 단기 성과표에 찍히는 숫자가 아니라, 긴 시간 위에 쌓이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한국사회혁신금융의 이상진 대표는 "임팩트투자는 창업자에게 KPI를 제대로 가이드해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키워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펀드 청산 주기(5~8년)가 짧은 만큼, '인내 자본'이 필수다.
세라핌 교수는 "머지않아 모든 투자가 임팩트를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이 현실이 된다면, 우리 앞에 놓인 질문은 결국 이것이다. 어떤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그리고 누구와 함께 그 문제를 풀어갈 것인가.
임팩트투자의 본질은 사람이다. 그리고 그 사람은, 문제를 끝까지 놓지 않는 창업자다. GIIN의 성장 통계처럼 시장이 커지는 만큼, 창업자의 의도와 집요함을 보는 눈이 더 날카로워져야 한다.
이순열 공익법인 임팩트투자 NGO 큐네스티 대표
<정리 :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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