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더그아웃에서 쓰러진 뒤 달라진 인생관으로 우승 두 번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노력하면 안 되는 게 어디 있느냐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그러다 딱 깨우쳤죠.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고,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면 내가 죽겠구나 싶더라고요."
프로야구 LG 트윈스 사령탑 염경엽(58) 감독이 화려한 우승 뒤에 숨겨진 인간적인 고뇌와 공황장애라는 마음의 병을 극복한 과정을 덤덤히 털어놓았다.
염 감독은 1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와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경기 운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과거 자신이 겪었던 시련의 시간을 회상했다.
염 감독에게 '공황장애'라는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것은 과거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감독 시절이었다.
2018년 SK 단장으로 팀을 우승으로 이끈 뒤 2019년 감독으로 부임했고 2020년에는 시즌 초반 거듭된 연패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경기 중 실신했다.
그걸로 염 감독은 자신의 야구 인생이 끝난 것으로 생각했다.
"인간의 삶이 아니었다"고 표현할 만큼 당시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했다.
사람 많은 곳에 가기만 해도 숨이 막히는 증상이 일주일씩 이어졌고, 물만 마셔도 토하는 증세 탓에 누워서만 지내야 했다.
그는 "5개월 동안은 정말 내 인생이 이렇게 끝나나 싶었다"며 당시의 절망감을 고백했다.
완벽주의자였던 그를 무너뜨린 것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강박이었다.
수십 년 동안 야구에만 매달리며 스스로를 채찍질했던 염 감독은 "건강을 잃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달았다"고 했다.
그런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LG에서 2023년 거둔 통합 우승이었다.
염 감독은 "한국시리즈 전까지만 해도 아무도 모르게 약을 먹으며 버텼다"며 "경기 중에 죽을 것 같은 순간도 있었지만 이겨내야 하니까 참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승의 한을 푼 순간, 거짓말처럼 모든 증상이 사라졌다.
그는 "우승하고 나서 비로소 약을 완전히 끊었다"며 밝게 웃었다.
아픔을 겪은 염 감독의 야구관은 이제 '비움'과 '여유'로 채워져 있다.
과거에는 실패를 용납하지 못해 밤잠을 설쳤다면, 이제는 "최선을 다하고 안 되면 그만이다. 잘리면 독박 쓰고 물러나면 된다"는 초연한 마음가짐으로 현장에 선다.
경기가 끝나고 귀가한 뒤 다음 경기 타순만 짜고 더는 야구 생각을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는 그는 "사람이 죽기 살기로만 한다고 다 되는 게 아니더라. 여유의 공간이 있어야 시야도 넓어진다"는 깨달음을 전했다.
그렇게 야구와 '적당한 거리두기' 방법을 깨닫게 된 염 감독은 LG와 지난 3년의 계약 기간에 두 차례 우승을 이끌어 구단 역사상 최고의 감독이 됐다.
올 시즌에도 그는 유연한 사고와 순리대로 풀어가는 야구로 LG 구단 역사상 최초의 '2년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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