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괄호 밖은 안녕'·'슬픔의 펼침면'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 문제적 여성들의 북클럽 = 마리 보스트윅 지음. 이윤정 옮김.
1963년 미국 워싱턴 D.C. 신도시에 주택을 마련한 마거릿은 안정적 직장을 가진 남편과 아이 셋을 둔 전형적인 미국 중산층 주부다.
하지만 설명할 수 없는 삶의 공허함을 느끼고, 이웃 여자들과의 커피 모임에서도 늘 반복되는 대화에 피로를 느낀다.
그러던 중 새 이웃 샬럿을 만나 독서모임을 꾸리게 된다. 독서모임 멤버는 마거릿, 샬럿, 비브, 빗시. 저마다 가정과 일터에서 불행을 겪는 이들 네 여성은 북클럽이라는 공간에서야 비로소 고충을 나눌 기회를 얻는다. 또 베티 프리던의 '여성성의 신화'를 비롯해 당대의 문제작들을 읽고 대화를 나누며, 서로를 지지하는 힘이 되어준다.
자기 발견, 끈기, 그리고 여성 연대에 바치는 찬가다.
정은문고. 494쪽.
▲ 괄호 밖은 안녕 = 이주혜 지음.
2016년 창비신인소설상으로 등단하고, 신동엽문학상을 받은 이주혜 작가의 세 번째 소설집이 출간됐다. 작품집에는 '번역가 이주혜'로서의 면모가 담긴 여덟 편의 단편이 묶였다.
표제작 '괄호 밖은 안녕'에서 번역가인 '나'는 두 권의 책의 번역을 끝낸 뒤 일본으로 여행을 떠난다. 여행 중 산속에서 맨발의 젊은 여자를 마주친 '나'는 그를 차에 태우는데, 둘은 언어가 아닌 몸짓과 표정으로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이 여정에서 '나'는 과거 가정폭력에서 도망쳐 나온 한 여자를 잠시 집에 들였던 일을 떠올린다.
번역이란 작업을 기억으로 옮겨와 한때 온전히 이해할 수 없었던 것들을 해석하려는 부단한 몸짓이 이야기 곳곳에 녹아 있다.
문학동네. 292쪽.
▲ 슬픔의 펼침면 = 이제야 지음.
"우리를 길러낸 건/ 슬픔을 접는 능력이었을걸/ 읽다 만 슬픔을 다시 펼치면/ 환영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의 슬픔이/ 너의 슬픔을 되오는 세계에서"('시인의 말' 전문)
슬픔을 탐구한 이제야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시인은 단순히 슬픔이란 감정을 소모하거나 극복의 대상으로 다루지 않는다.
시인은 슬픔을 접힌 상태에서 펼쳐보는 일에 골몰한다. 그 과정에서 슬픔은 개인의 고립된 감정이 아니라, 타인과 연결되는 하나의 장(場)이 되고, 서로를 굳세게 한다.
시인은 시집에 수록된 산문에서 "비슷한 구조로 서사를 조금씩 바꿔가며 슬픔이 반복되는 것이 삶이라면 우리가 그 삶을 계속 이어 올 수 있었던 것은 그때마다 슬픔을 접어두었기 때문"이라며 "접어두는 것은 도피와 외면이 아니라 조금 늦은 환대"라고 말한다.
먼곳프레스. 1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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