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강지혜 기자】지난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연쇄적으로 벌어진 이른바 ‘필라테스 먹튀’ 사건의 핵심 인물이 구속 기소된 뒤 보석으로 풀려난 이후 동일한 방식의 영업을 재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일부 지점에서는 환불 거부와 임금 지급 지연 사태까지 나타나면서 추가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석 석방 뒤 지점 인수 과정서 ‘시끌’
“회원권·환불 불이행” 주장 나와
15일 본보가 입수한 피해자 성명서와 제보를 종합하면, 서울 암사와 충정로, 경기 광명 등에서 필라테스 학원을 운영하던 A씨는 사기 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다가 지난 2월 보석으로 석방된 이후 다시 필라테스 센터 인수에 나서며 유사한 구조의 사업을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지난 10일 A씨 측과 접촉해 센터를 양도한 B씨는 “A씨로부터 유리한 조건을 제시받고 센터를 넘겼지만, 계약과 달리 기존 회원권 승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환불도 진행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A씨가 “잔금을 지급하지 않은 상태에서 센터를 양도받아 운영하면서 회원권을 판매하고 수업을 진행하지 않았다”며 “결국 기존 회원들과 신규 회원의 환불을 떠안게 됐다”며 “이 과정에서 상당한 금전적 손실과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토로했다.
내부 직원과 퇴직자 등에 따르면 현재 A씨는 두 달 사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동대문과 신촌, 부천 등 6개 지점을 인수한 상태이며, 일부 지점에서는 환불 거부와 수업 취소 등 운영상 문제가 발생한 상태다. 한 지점에서는 인수 계약금 2000만원 중 일부인 100만원만 지급한 상태에서 수천만원 상당의 필라테스 기구를 무단으로 처분하려는 시도도 이뤄졌다는 증언도 나왔다.
특히 직원 대부분이 20~30대 여성으로, 고액 급여를 미끼로 채용된 뒤 근로계약 과정에서 인감을 요구받고 자신도 모르게 법인 대표로 등재되는 사례까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경우 법적 책임이 직원에게 전가돼 피해자이자 가해자로 전락하게 된다.
“과거 행태 여전” 수백명 피해 주장
회원·강사·임대인 피해 구제 ‘제자리’
지난해 경기와 서울 일대에서 A씨가 운영한 필라테스 학원에서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대 회원권을 구매하고도 폐업으로 환불받지 못한 피해자는 수백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이들 중 일부는 A씨의 지급 능력 부재와 명의 문제로 피해 구제를 포기하거나, 센터를 양도한 전 대표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근본적인 해결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A씨가 당시에도 지금과 같은 유사한 수법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채용 사이트를 통해 고액 급여를 제시해 인력을 모집한 뒤 직원 명의로 법인을 설립하고, 경영난을 겪는 필라테스 센터를 사실상 무상에 가까운 조건으로 인수했다는 것이다. 이후 시세보다 절반 이상 저렴한 회원권을 대량 판매해 자금을 확보한 뒤 환불과 임금, 임대료 지급을 지연시키며 시간을 벌고, 자금을 인출한 뒤 잠적하는 방식을 반복해왔다는 설명이다.
회원뿐 아니라 종사자와 사업자 전반으로의 피해도 확산됐다. 임금 체불을 겪은 직원부터 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한 기존 운영자, 임대료와 공과금을 받지 못한 임대인 등은 갑작스러운 폐쇄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법의 사각지대도 지적되고 있다. A씨는 일부 사업장을 미신고 상태로 운영했음에도, 특별한 제재나 단속을 받지 않았다. 또 필라테스와 같은 업종이 체육시설업이 아닌 자유업종으로 분류돼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적용을 받지 않아 영업정지나 과태료 부과 등 행정처분을 피했다.
또한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는 프리랜서 강사를 고용해 임금 체불이 발생해도 노동부 구제를 받지 못한 사례도 확인됐다. 해당 강사는 “구제 받을 방법이 없어 절차가 복잡한 민사 소송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며 “사태가 발생한 지 1년여 까지 200만원 상당의 임금을 되돌려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 이후 대응 아닌, 피해 예방 방향으로”
구조적 범죄로 수사 확대·제도 개선 촉구
피해자들은 사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A씨가 영업을 재개한 데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수사당국의 미흡한 대응과 제도적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회원들이 직접 수사기관을 찾아 사건을 접수하더라도 ‘다수 피해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사가 미진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이 같은 대응 방식은 피해가 커진 이후에야 움직일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A씨의 영업 재개와 현재 상황 역시 수사당국의 감시나 관리가 아닌 피해자들의 제보와 내부자를 통해 파악되고 있다”며 “피해 발생 이후의 대응이 아닌, 피해 확산을 사전에 방지할수 있는 방향으로 법과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피해자들은 ▲즉각적인 수사 확대 및 구속 수사 ▲추가 피해 방지를 위한 긴급 조치 ▲유사 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해당 사건은 단순한 개인 피해가 아닌, 사회 전반에 걸쳐 반복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 범죄”라며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끝까지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무법인 민후 양진영 변호사는 본보에 “필라테스·헬스장 등 업종이 본질적으로 선불금 대량 확보가 가능한 구조이면서도 자금 사용에 대한 통제가 거의 없다”며 “이러한 구조에서는 명의대여자 또는 실제 운영자 중 법적인 책임을 누가 질지 등 추가적으로 검토할 요소들이 많아서 피해가 발생한 이후에도 신속한 대응이 어려운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행 법·제도가 이러한 피해를 충분히 막지 못하는 이유는 사전적 규제보다는 사후적 구제에 치중돼 있기 때문”이라며 “현행 선불식 거래 관련 규정이나 환불 규정은 존재하지만 실제로 사업자가 선불금을 어떻게 관리하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감독이나 강제 장치는 미흡한 수준인데다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일정 규모 이상의 집단 피해가 확인돼야 수사가 본격화되는 경향이 있어 이번 사건과 같이 이미 자금이 인출·은닉된 이후에야 대응이 이뤄지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반복적 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 가장 시급히 보완해야 할 제도 개선 방향으로 양 변호사는 선불금 보호를 중심으로 한 사전적 통제 장치(에스크로 제도 등)의 도입과 초기 대응 체계의 강화를 지목했다.
그는 “구체적으로는 선불금의 일정 비율을 별도 계좌에 예치하도록 하는 의무화, 보험 또는 보증제도의 실효성 강화, 다수 지점 운영 및 법인 변경에 대한 실질적 심사 강화가 필요하다”며 “동일·유사 수법이 반복되거나 피해자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 곧바로 대대적인 경고, 범죄피해 예방 안내 등을 진행해야 하며 만일 수사기관 또는 정부에서 진행하기 어렵다면 소비자단체들과의 연계를 통해 피해자가 더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널리 알리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A씨는 피해자들이 모여 있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을 통해 “현재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유포되고 있다”며 “해당 글을 작성한 사람에 대해서는 서울 관악경찰서에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소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미 대부분은 불송치 결정이 난 상황이고 20여명은 합의를 마친 상태”라며 “피해를 입은 분들이 있다면 일일이 만나 설명하겠다”고 억울함과 결백함을 호소했다.
투데이신문은 ‘필라테스 먹튀’로 인한 추가 피해 사례를 접수받고 있습니다. 환불을 받지 못했거나 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피해자, 유사한 방식의 영업으로 피해를 입은 분들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자의 신원은 철저히 보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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