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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IRGC) 항공우주군이 2024년 말 중국 기업 어스아이(Earth Eye)가 제작·발사한 정찰위성 ‘TEE-01B’를 인수해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어스아이는 위성을 궤도에 올린 뒤 해외 고객에게 이전하는 ‘궤도 내 인도’(in-orbit delivery) 방식을 통해 이란에 위성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유출 문건에 포함된 시간 기록이 찍힌 좌표 목록과 위성 영상, 궤도 분석 자료를 보면 이란 군 지휘관들은 이 위성에 미군 주요 기지 감시 임무를 부여했으며, 촬영은 올해 3월 미사일·드론 공격 전후에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구체적으로 위성은 사우디아라비아의 프린스술탄 공군기지를 3월 13~15일 촬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3월 14일 프린스술탄 공군기지 소속 미 공군 공중급유기 5대가 피격됐다고 확인한 바 있다. 요르단의 무와파크 살티 공군기지, 바레인의 미 제5함대 기지 인근, 이라크 에르빌 공항 등도 IRGC가 공격을 자처한 시기에 감시 대상에 포함됐다.
걸프 지역 민간 인프라도 감시 대상이었던 것이 확인됐다. 아랍에미리트(UAE)의 코르파칸 컨테이너 항만과 키드파 발전·담수화 시설, 바레인의 세계 최대 알루미늄 제련소 알바(Alba) 시설 등이 포함됐다.
TEE-01B는 약 0.5m 해상도의 영상을 촬영할 수 있어 항공기·차량·시설 변화를 식별할 수 있다. IRGC가 기존에 보유한 최신 군사위성 ‘누르-3’의 해상도(약 5m)보다 약 10배 정밀한 수준이다. 시앙스포의 니콜 그라예프스키 연구원은 “이 위성은 민간 우주 프로그램이 아닌 IRGC 항공우주군이 운용하고 있어 군사 목적이 명백하다”며 “사전에 표적을 식별하고 공격 성과를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유출 문건에 따르면 IRGC 항공우주군은 2024년 9월 위성 체계 인수를 위해 약 2억 5000만위안(약 540억원)을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위안화로 체결된 이 계약서에는 IRGC 항공우주군 준장의 서명이 담겨 있으며, 위성과 발사체, 기술 지원, 데이터 인프라 비용이 명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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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중국 베이징 소재 위성 관제 서비스 기업 엠포샛(Emposat)의 역할이다. 엠포샛은 아시아·중남미 등에 걸친 글로벌 지상국 네트워크를 통해 IRGC에 위성 운용 소프트웨어와 지상 인프라를 제공한다. 명령 송신, 영상 수신, 원격 제어가 모두 가능한 구조다.
제임스마틴비확산연구소의 짐 램슨 선임연구원은 “이란의 위성 지상국은 작년과 올해 공격으로 이미 타격을 받았다”며 “다른 나라에 있는 중국 지상국은 공격할 수 없기 때문에 이란의 우주 자산 분산 전략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상업 우주 부문을 민간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엠포샛은 중국 인민해방군 항공우주군과 긴밀한 인적 연결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하원 중국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엠포샛 창업자 리처드 자오는 중국 정부 산하 우주기술연구원에서 15년간 근무한 인물이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에이든 파워스리그스 연구원은 “엠포샛은 중국 상업 우주 분야의 떠오르는 기업이지만, 여전히 국가·군사 체제의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한 전직 서방 정보기관 고위 관계자는 “중국에서 어떤 기업도 정부의 승인 없이 위성을 발사할 수 없다”며 “중국이 이란에 정보를 지원하면서 정부 개입을 숨기려 해온 것은 오래전부터 분명했다”고 말했다. 주미 중국대사관 류펑위 대변인은 “중국에 대한 추측성 허위 정보 유포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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