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당제약은 ‘S-PASS’ 기술을 기반으로 경구 세마글루타이드 제네릭 개발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삼천당제약은 FDA와의 사전 미팅 자체를 제네릭 트랙 가능성을 인정받은 신호로 해석하며 생물학적 동등성(BE) 시험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제네릭 의약품 허가 신청(ANDA) 트랙을 통해 허가를 받겠다는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해당 전략은 유럽 5조3000억원, 미국 15조원(10년간) 매출을 제시한 경구 세마글루타이드 사업의 핵심 전제로 꼽힌다. 제네릭으로 개발하되 스낵(SNAC)을 회피하는 S-PASS 기술을 통해 경쟁사 대비 출시 시점을 앞당기고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논리다.
실제로 지난 7일 삼천당제약은 보도자료를 통해 “FDA 규정상 Pre-ANDA 프로그램은 제네릭 개발 가능 품목에 한해 운영된다. 미팅 승인 자체가 제네릭 개발 경로가 공식적으로 인정된 것”이라며 “생물학적동등성(BE) 시험 데이터만으로 추가 임상 없이 ANDA 절차에 진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천당제약 측은 FDA 제네릭 트랙 옵션2 트랙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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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A 미팅 신청, 제네릭 가능성 의미 아냐”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FDA 심사관 출신 전문가 A교수는 이 같은 해석에 선을 그었다. 생물학적 동등성 입증이 제네릭 승인 요건의 핵심인 만큼 흡수 메커니즘이 다른 경구 제형으로 동일성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는 판단이다.
A교수는 “FDA 미팅이나 신청 자체가 제네릭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제네릭 신청은 누구나 할 수 있고 FDA도 이를 검토하지만 이는 승인이나 제네릭 트랙 인정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FDA는 'Pre-ANDA Program'에 대해 "ANDA를 제출하기 전 단계에서 신청자 또는 예비 신청자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로 보다 완성도 높은 제출 자료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고 ANDA 심사 과정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높이며 심사 반복 횟수를 줄이고 궁극적으로 복합 제네릭 의약품의 허가를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Pre-ANDA 프로그램은 △GDUFA 기반 과학 및 연구 △제품별 가이드라인(Product-Specific Guidances, PSG) △Pre-ANDA 미팅 △사전 질의응답(controlled correspondence) 으로 구성된다. 즉 Pre-ANDA 프로그램은 사전 지원 제도로 제네릭 신청 전에 FDA가 개발 방향을 조율해준다.
삼천당제약은 기존 경구 세마글루타이드 대비 흡수 보조물질(SNAC)을 사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제네릭 개발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접근이 오히려 제네릭 성립 요건과 충돌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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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성 입증이 관건…흡수 메커니즘부터 달라
삼천당제약 경구 세마글루타이드 제네릭 트랙 가능성에 대한 이데일리 제약·바이오 프리미엄 콘텐츠 팜이데일리 질의에 A교수는 “제네릭은 동일 의약품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하는데 흡수 방식이나 제형이 달라지면 동일성을 인정받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물학적 동등성 기준은 AUC와 Cmax가 일정 범위 내에 들어오는 것은 기본 조건이지만 약효 발현 시간과 흡수 패턴까지 유사해야 한다”며 “흡수 메커니즘이 다르면 동일성 입증 자체가 구조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AUC는 약물의 총 흡수량을 뜻하고 Cmax는 약물의 최대 효과를 나타내는 지표를 말한다.
A교수는 경구 제형 특성상 음식 섭취 여부에 따라 약물 흡수가 달라지는 점도 주요 변수로 지목했다. 그는 “대부분의 약물이 공복과 식후 조건에서 서로 다른 약동학적 결과를 보인다"며 "이 경우 실제 복용 환경에서 동일성을 유지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마글루타이드가 원래 주사제로 개발된 물질이라는 점에서 경구화 자체가 이미 기술적 장벽이 높은 영역"이라며 " 동일성을 입증하는 과정 역시 일반 제네릭보다 까다로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규제 판단의 현실적인 한계도 언급했다. 그는 “특수한 정책적 상황이 아니라면 FDA는 경구제와 기존 제형을 동일하게 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트럼프가 하라고 하지 않는 이상 그렇게 판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는 현행 규제 기준 내에서는 제네릭 인정이 쉽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2025년 10월 개정된 FDA 세마글루타이드 가이드라인(Draft Guidance on Semaglutide)에 따르면 '세마글루타이드는 경구 투여 후 흡수를 촉진하는 살카프로제이트 나트륨(salcaprozate sodium, SNAC)과 함께 제형화돼 있다. 따라서 시험 의약품이 기준 의약품(RLD)의 해당 강도와 정성적으로 동일하고 정량적으로 유사한 경우에 한해 옵션2가 허용된다'고 기재돼 있다.
특히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 정제의 시험 의약품은 살카프로제이트 나트륨의 함량 변화가 기준 의약품에 포함된 살카프로제이트 나트륨 함량 대비 ±10% 이내인 경우 정량적으로 유사한 것으로 간주된다. 살카프로제이트 나트륨을 포함한 모든 첨가제의 총량 차이는 시험 의약품과 기준 의약품의 해당 강도를 비교했을 때 정제 총 중량 대비 백분율(w/w) 기준으로 ±10% 이내여야 한다. 이러한 성분 구성은 제형 내에서의 기능이나 약물 전달 특성을 변화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허용된다'고 명시돼 있다.
해당 조건을 충족할 경우 옵션2에서는 2건의 인 비보(in vivo) 생동성 시험과 추가적인 in vitro 시험으로 BE 입증이 가능하지만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에는 옵션1에 해당하는 추가적인 생동성 시험 수행이 요구될 수 있다는 게 FDA 가이드라인 요지다.
임상 및 규제에 대해 잘아는 전문가들도 같은 맥락의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 임상 전문가는 "약동학(PK)가 같다 하더라도 그게 본질적으로 같은 물질이기는 어렵다"며 “규제당국에선 제네릭보다는 바이오시밀러처럼 인식될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추가 임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또 다른 임상 전문가는 "회사가 PK 시험은 임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인가"라고 물으며 "SNAC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기존 제품과 완전히 다른 제형인데 이 경우 경구 GLP-1도 PK 스터디를 안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PK란 약물이 체내에 얼마나 흡수되고 어느 정도 농도로 얼마나 오래 유지되는지를 판단하는 데 활용되는 수치를 말한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생물학적 동등성만으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 제네릭 전략은 성립하기 어렵고 임상을 전제로 한 505b(2) 등 다른 허가 트랙으로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505b(2) 트랙은 기존 의약품 데이터를 일부 활용할 수 있지만 제형이나 투여 방식 등 변경된 요소에 대해서는 별도 임상적 입증을 요구하는 개량 신약 허가 경로다.
A교수는 “임상시험이 필요해지는 순간 제네릭이 아니라 다른 트랙으로 가는 것”이라며 “이럴 경우 제네릭이 아닌 505b(2) 트랙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 제네릭과는 전혀 다른 접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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