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이란 항구 봉쇄가 13일(이하 현지시간) 발효된 가운데 외신이 이번 주 내 협상 재개 가능성을 보도하며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호르무즈 역봉쇄도 미국의 협상 전술이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홍해 바브알만데브 해협 봉쇄 등 이란 쪽 보복이 이어질 땐 에너지 공급 차질이 심화하고 긴장이 고조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봉쇄 장기화 땐 선거 부담을 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보다 이란의 내성이 더 강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협상을 갈구해 미국에 연락을 넣고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13일 이란과의 추가 회담이 계획돼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상대 쪽(이란)으로부터 우리에게 연락이 왔다는 걸 말씀드릴 수 있다. 그들은 매우 간절히 협상 타결을 원한다"고 답했다.
복수의 외신이 미·이란 협상이 이번 주 내 재개될 가능성을 보도하며 추가 회담 기대감이 커졌다. <AP> 통신은 파키스탄 당국자 두 명을 인용해 파키스탄이 며칠 내 자국 이슬라마바드에서 미·이란 2차 회담 주최를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한 당국자는 합의 도출에 실패한 첫 회담이 일회성이 아닌 진행 중인 외교 과정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통신은 미 당국자 2명과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양국이 휴전 만료 전 합의 도달을 위한 새 대면 협상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중재국 중 한 나라의 외교관은 이란과 미국이 이미 새 회담에 합의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 외교관과 미 당국자들은 이슬라마바드가 2차 회담 장소로도 거론 중이라고 덧붙였다. 미 당국자들은 스위스 제네바 또한 회담 장소가 될 가능성이 있으며 16일에 회담이 열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로이터> 통신은 회담 내용을 잘 아는 파키스탄 소식통 두 명을 인용해 파키스탄 정부가 2차 회담 일정을 양측과 협의 중이며 이번 주말 열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파키스탄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란 쪽과 접촉했고 2차 회담에 열려 있다는 긍정적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이란 고위 소식통은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으며 대표단들이 금~일요일(17~19일) 일정을 비워두고 있다"고 전했다.
통신은 미 당국자가 미국과 이란이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으며 합의 도출 노력이 진전 중이라고 설명했다고도 했다. 중동 주재 한 외교관은 JD 밴스 미 부통령이 12일 첫 협상 결렬 뒤 이슬라마바드를 떠난 뒤에도 중재자들과 미국 간 대화가 계속되고 있다고 통신에 말했다. 회담에 관여한 소식통은 파키스탄이 여전히 이란과 미국 사이에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로이터>는 회담 재개 가능성이 나오는 배경에 대해 "수많은 걸림돌에도 불구하고 양쪽 모두 긴장 완화를 고려할 강력한 이유가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경우 이란 공격은 국내에서 인기가 없고 이란 신정 체제를 무너뜨릴 가능성도 낮아 보이며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중간선거를 몇 달 앞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있다는 측면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란의 경우 대량 살인을 통해 겨우 진압한 반정부 시위 뒤 전쟁으로 인한 경제 악화가 정권 기반을 더 약화할 수 있다. 지난해 말에서 올 초 있었던 이란 시위의 도화선도 환율 등 경제 문제였다.
밴스 부통령은 13일 미 폭스뉴스에 이슬라마바드 협상이 실패로 끝났다는 평가를 일축하며 "많은 진전을 이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이해한 바로는 그곳에 있던 (이란) 팀은 협상을 타결할 수 없었던 것 같다"며 "그들은 테헤란으로 돌아가서 최고지도자나 누구로부터 우리가 제시한 조건에 대한 승인을 받아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 공은 그들(이란)에게 넘어갔다"며 "이란인들이 앞으로 일어날 일을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이터>는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 11명을 인용해 12일 미·이란 회담장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파키스탄 정부 소식통은 "협상 중 양쪽이 돌파구를 마련하고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거란 강한 희망이 있었지만 순식간에 바뀌었다"고 전했다. 회담에 관여한 또 다른 소식통은 양쪽이 합의에 "매우 근접"했고 "80%" 가량 진전했지만 현장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부딪혔다고 설명했다.
회담 분위기를 경색시킨 건 핵문제에 대한 양쪽의 다른 입장과 불신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 소식통은 이란 쪽이 미국의 핵심 목표가 이란이 절대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하도록 보장하는 합의를 도출하는 것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란 소식통 2명은 통신에 불가침 보장 의제에 이르자 온화한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의 어조가 날카로워졌고 "지난 제네바 회담에서 당신들(미국)은 외교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공격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우리가 어떻게 당신들을 믿을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지난 2월 핵협상을 직후 이란을 공격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당시 이란 최고지도자를 제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이란과의 협상 쟁점이 뭐였냐는 취재진 질문에 "핵 관련이었다"라고 답했다. 이어 "이란은 핵무기를 가지지 않을 거다. 우린 많은 것들을 합의했지만 그들(이란)은 그것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들이 동의할 거라고 생각한다"며 "그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협상은 없다"라고 못 박았다. 그는 "이란은 핵무기를 가지지 않을 거고 우린 먼지(고농축 우라늄)를 가져올 것"이라고 미국 쪽 조건을 강조했다.
호르무즈 역봉쇄도 협상 전술?…홍해 봉쇄 등 긴장 고조 위험도 커
미 동부시간 기준 13일 오전 10시(한국시간 13일 오후 11시)에 시작된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이란 항구 봉쇄도 이란에 대한 협상 전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이란 항구 봉쇄 목적이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복귀시키는 것인지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는 것인지 묻는 취재진 질문에 "아마도 모든 것. 둘 다, 그리고 그 이상"이라고 답했다.
다만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가 긴장 고조의 계기가 될 우려도 크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조치를 취한다면 "바브알만데브 해협을 잃을 것을 두려워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해 입구의 바브알만데브 해협은 또 다른 에너지 및 물류 주요 운송로로 수에즈 운하와 통해 아시아와 유럽의 공급망을 잇는 요충지다. 이란 연계 예멘 후티 반군 참전 뒤 바브알만데브 해협 차단 위협이 지속돼 왔다. 후티 반군은 가자지구 전쟁을 빌미로 해협을 막고 상선을 공격한 전력이 있다.
아라비아 반도 양쪽의 호르무즈 해협과 바브알만데브 해협이 전부 막히면 물량을 홍해로 돌려 수출 중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공급이 차질을 빚게 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랍 당국자들을 인용해 사우디가 이러한 우려 탓에 미국에 호르무즈 역봉쇄를 그만두고 협상 테이블로 복귀하라고 압력을 넣고 있다고 전했다.
직접적 군사 충돌 가능성도 존재한다. CNN은 분석가들이 이란이 여전히 기뢰, 미사일 탑재 소형 선박, 수상·공중 무인기(드론), 지상 발사 순항미사일 등을 통해 반격할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봉쇄 장기화 '버티기' 땐 선거 앞둔 미국보다 이란 내성이 강할 듯
봉쇄가 장기화할 땐 결국 미국과 이란의 '경제적 고통 견디기' 시험으로 치달을 수 있는데 장기간 제재를 받아 온 이란의 내성이 더 강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CNN은 "이 전쟁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 중 하나는 이란 지도자들이 이를 생존 싸움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며 그들은 국민에 무한한 고통을 가할 준비가 돼 있다"고 지적했다. 올 초 이란 반정부 시위 때 이란 당국 집계로 3000명 이상이 사망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를 몇 달 앞두고 있어 석유 및 물가 상승에 대한 부담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다.
미 정치컨설팅사 유라시아그룹 에너지·이란 담당 선임분석가 그레고리 브루는 이란 정권이 최소 향후 3~4주는 경제적 압박을 견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CNN은 지난달 미국이 이란산 원유 제재를 일시 해제한 탓에 이란이 견딜 수 있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며, 이란을 굴복시키기 위한 봉쇄에 몇 달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시간은 공화당 의원 후보들이 누릴 수 없는 사치"라고 짚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다른 나라가 봉쇄 작전을 도울 예정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렇다"며 "솔직히 우린 다른 나라들이 필요하지 않지만 그들이 도움 제공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련해 "아마 내일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빛나 한국 국방부 대변인은 14일 정례브리핑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의 호르무즈 역봉쇄를 지원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을 받고 "공식적 요청이나 새로운 상황은 없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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