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한 마리 3만 원, 피자 한 판 4만 원을 넘보는 고물가 시대가 도래하면서 외식 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과거 특별한 날에만 찾던 고가의 외식 장소로 인식됐던 패밀리 레스토랑이 오히려 합리적인 가격에 수준 높은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 선택지로 재평가받는 모습이다.
14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8% 오르며 전체 소비자 물가 상승률(2.2%)을 상회했다. 5년 전인 2021년 3월과 비교하면 외식 물가는 25.2%나 급등해 같은 기간 전체 물가 상승률(16.7%)을 크게 웃돌았다.
외식물가지수가 2020년 11월 이후 64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소비자 부담을 키우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합리적 외식 소비의 대명사로 떠오른 패밀리 레스토랑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랜드이츠의 애슐리퀸즈는 2022년 59개였던 매장 수를 올해 4월 기준 118개까지 늘렸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5% 성장한 5000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방문객 수도 2100만 명을 돌파하며 전년 대비 24% 증가했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빕스 역시 내실 있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빕스는 2022년 25개였던 매장 수를 2023년 27개, 2024년 32개에 이어 지난해 35개까지 늘리며 전략적 출점을 지속 중이다. 매장마다 사전 예약이 조기 마감되고 당일 100팀 이상의 대기가 발생할 정도다.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 역시 2022년 78개였던 매장 수를 현재 108개까지 확대했다. 지난해 4544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4306억 원) 대비 약 5.5% 성장했다. 특히 성수기로 꼽히는 지난해 12월에는 전국 매장에서 역대 최고 월 매출을 경신하며 견고한 수요를 입증했다. 해당 달 전체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8.6% 증가했으며 전월 대비로는 55.5% 급증했다. 크리스마스 이브와 당일 이틀 동안에만 약 100억 원 규모의 매출이 집중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시장 규모 자체도 팽창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패밀리 레스토랑 시장 규모는 2023년 8961억 원에서 2024년 1조817억 원으로 성장했다. 올해는 1조1742억 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패밀리 레스토랑이 다시 인기를 끄는 핵심 이유는 역설적으로 가격에 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 정보 사이트 '참가격'을 보면 지난 2월 서울 기준 칼국수 한 그릇은 1만 원, 삼계탕은 2만 원에 근접했다. 배달음식인 치킨과 피자 가격은 각각 3만 원, 4만 원에 육박하며 소비자들이 느끼는 가격 저항선이 무너진 상태다.
이에 돈을 조금 더 내더라도 메뉴 구성이 다양하고 편안한 공간을 제공하는 패밀리 레스토랑이 오히려 경제적이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애슐리퀸즈 평일 런치 가격은 성인 1명 기준 1만 9900원으로, 치킨 한 마리 가격도 되지 않는 수준에 식사부터 디저트, 커피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아웃백이나 빕스의 경우 이보다 가격이 높긴 하지만 통신사 할인이나 쿠폰 등을 사용하면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다. 빕스는 KT멤버십 고객을 대상으로 이달 50%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제2의 전성기를 맞은 패밀리 레스토랑 업계는 전략을 더욱 세밀화하고 있다. 애슐리는 이랜드 계열사와의 통합 구매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극대화하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복합몰과 프리미엄 아울렛 중심으로 출점을 확대하고 있다. 아웃백은 유동인구가 풍부한 핵심 상권으로 매장을 옮기는 '리로케이션' 전략을 통해 매장당 매출 상승을 이끄는 동시에 타깃 맞춤형 신메뉴와 IP 협업 마케팅을 강화하는 추세다.
빕스 역시 단순한 식사 공간을 넘어 상권별 맞춤형 프리미엄 다이닝 공간을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샐러드바와 더불어 와인과 맥주, 핑거푸드를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와인&페어링존'을 운영해 고객들에게 여유로운 다이닝 경험을 제안하는 것이 핵심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채로운 시즌 메뉴를 쾌적한 공간에서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패밀리 레스토랑의 큰 매력"이라며 "타 외식 메뉴 대비 가격 격차가 크게 줄어들면서 합리적인 외식을 선호하는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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