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김봉연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14일 현재의 형벌 제도에 대해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형사처벌의 과도한 남발이 수사기관의 비대를 초래하고 사법의 정치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법무부와 재정경제부로부터 ‘형벌 합리화 방안’을 보고받은 뒤, “형사처벌이 너무 남발되면서 죄형 법정주의가 사실상 무너진 상황”이라며 개선의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전 세계서 전과자 가장 많을 것”…경제 제재 강화 주문
이 대통령은 수사기관에 집중된 과도한 권력과 규정의 모호성을 강하게 질타했다.
이 대통령은 “웬만한 일은 다 처벌을 할 수 있게 돼 있다 보니 검찰과 수사기관의 권력이 너무 커지고 검찰 국가화됐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일부는) 사법 권력을 이용해 정치를 하는 상황까지 오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규정이 모호하다 보니 (조항을) 확대해석하거나 조작을 하게 되고, 결국 기준이 없는 원시적 사회가 돼 버렸다”며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 국민의 전과가 가장 많을 것이다. 웬만한 사람은 전과가 다 있다”고 덧붙였다.
대안으로는 시대 변화에 맞춘 ‘경제적 징벌’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옛날에야 경제력이 없으니 과징금도 효과가 별로 없다고 생각해 형사처벌을 했을 수 있지만, 지금은 경제 제재가 오히려 큰 효과가 있는 시대”라며 과징금이나 과태료 중심의 형벌 설계를 지시했다.
특히 실효성 확보를 위해 제재 수위를 대폭 높일 것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벌금 감경안이 거론되자 “벌금으로 처벌을 하는 거라면 그 액수를 많이 하는 것이 옳지, 왜 깎아주느냐”고 반문하며, “벌금 500만원을 과태료로 바꿔준다면 그 액수는 5000만원, 1억원 등으로 해야 한다. 똑같이 ‘과태료 500만원’으로 바꿔준다면 아무 효과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음주운전에 걸려도 300만원만 내면 면책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제재 효과가 없어져 버리지 않겠느냐”고 경고했다.
◇“관료 조직의 ‘회색 논리’에 물들지 마라”…국무위원에 투쟁 당부
이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을 향해 관료 조직의 매너리즘과 전문성 뒤에 숨은 논리에 포획되지 말 것을 당부하며 직업 공무원을 애니메이션 ‘태권브이’에 비유해 눈길을 끌었다.
이 대통령은 “만약 그 지휘관이 빨간색이고 관료 조직은 회색이라고 한다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빨간색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그런데 실제로는 회색이 위로 밀고 올라와서 빨간색이 어느 날 회색이 돼 있다”고 묘사했다.
이어 “주변 (공무원들이) 워낙 전문가들인 데다 나름의 논리가 있어서 얘기하다 보니 그 말이 다 맞는 것 같다”며, “결국 국민은 빨간색을, 또는 파란색을 꽂았는데 나중에 보면 회색이 다 침투해서 거무튀튀하게 변해 있다”고 꼬집었다.
개혁의 동력을 유지하기 위한 처절한 노력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원래 그렇다. 거기 들어가면 힘들다. 사상 투쟁도 해야 하고, 논리 투쟁도 해야 하고, 권력 투쟁도 해야 한다”며 “끊임없이 공부하고, 우리 권력의 원천인 국민이 뭘 원하는지 탐구해서 밑에서 밀고 올라오는 것 견디고 밑으로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도 맨날 여러분 보고에만 의존하지 않고 회색으로 변하지 않으려고 엄청나게 노력하고 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부동산 정책서 다주택자 철저 배제…여수 세계섬박람회 긴급 점검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서는 이해관계의 원천 차단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다주택자 배제 지침을 언급하며 “(부동산 정책에) 이해관계가 절대 침투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용지를 복사하는 직원조차도 다주택자여선 안된다”며 “서류를 복사하는 사람들도 다 빼야 한다”고 단호한 의지를 보였다.
또한 5개월 앞으로 다가온 ‘2026 여수 세계섬박람회’의 미흡한 준비 상황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이 대통령은 “인프라 조성과 홍보 등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시점인데, 현장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6월 지방선거로 인한 행정 공백 가능성을 감안하면 대회 준비를 전적으로 지방정부에만 맡겨두기가 만만치 않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준비 상황을 빈틈없이 점검하고 필요한 지원을 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외에도 이 대통령은 완도 냉동창고 화재로 순직한 소방관들을 애도하며 “죽음에 이르기까지 소임을 다한 고인의 용기와 헌신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동시에 소방관 안전 매뉴얼 점검과 소방 로봇 도입 확대를 통한 화재 진압 시스템 개선을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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