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충남 계룡 소재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이 교사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를 두고 교원단체는 교육 현장의 안전망이 무너졌다며 근본적인 해결책을 촉구했다.
14일 논산경찰서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8시 44분께 충남 계룡 한 고등학교 교장실에서 10대 A군이 30대 남성 교사 B씨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일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B씨는 등과 목 등을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생명에 지장은 없는 상태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고등학교 3학년 A군을 긴급체포했다. A군은 미리 범행에 사용할 흉기를 준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해 학생은 지난 6일 충남 아산의 한 위탁교육기관으로 옮겼으나 지난 13일 오전 사전 예고 없이 학교를 찾아와 교장에게 피해 교사와의 1대1 면담을 요구했다. 두 사람은 교장실에서 마주했고 교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 A군이 뒷주머니에 숨겨온 흉기를 꺼내 공격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해당 학생이 범행을 염두에 두고 흉기를 미리 준비해 면담을 요청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 학생은 촉법소년 연령대에 해당하지 않아 성인과 동일한 수준의 형사 처벌 대상이 된다.
피해 교사는 가해 학생이 중학생 시절 학생부장으로 재직하며 생활지도를 맡았던 인물로, 당시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 상태다.
최근 교육 현장에서는 교사를 대상으로 한 폭력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말 경기 광주의 한 중학교에서는 체육 수업 도중 여교사가 남학생에게 폭행을 당해 전치 6주의 중상을 입었다. 지난해 5월 경기 수원에서는 중학생이 50대 교사에게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는 사건이 일어난 바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에 따르면 교원을 대상으로 한 상해·폭행 등 중대 침해 사례는 2024년 675건, 지난해 상반기 389건으로 집계됐다. 이를 수업일 기준으로 환산하면 2024년에는 하루 평균 약 3.5건, 지난해 상반기에는 약 4건으로 증가한 셈이다.
앞서 2023년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교권 침해 문제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확산됐다. 이후 정부와 국회는 교사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법 개정에 착수해 이른바 ‘교권 보호 5법’을 마련했다. 그러나 교원단체들은 해당 제도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여전히 보호 체계가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학생에 의한 물리적 폭력 발생 시 교사를 즉각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대응 체계가 미비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충남교총 이준권 회장은 전날 성명에서 “이번 사건을 단순한 개별 사고로 치부하지 말고 유사 사례 예방을 위한 법·제도적 대수술에 나서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교육당국은 모든 교원이 안전하게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폭행 등 중대한 교권 침해 사안에 대해서는 학생부에 해당 내용을 기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국교총 강주호 회장은 “2023년 교육부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교원의 90%와 학부모의 76.7%가 교육활동 침해조치에 대한 학생부 기록에 찬성했다”며 “중대 교권침해 조치사항에 대한 학생부 기재를 더는 늦출 수 없다”며 정부와 국회에 교원지위법 개정을 촉구했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이번 참사는 우리 교육 현장의 안전망이 얼마나 처참하게 무너져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며 “개인의 책임이 아닌 사회적 책임으로 끌어안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구하며 해당 교사와 학교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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