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롯데건설이 장기 근속자와 임금피크 대상자를 중심으로 대규모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가동하며 조직 슬림화와 체질 개선에 나선다. 중동 전쟁 여파로 이미 악화된 건설업황이 한층 더 어려워진 가운데, 대형 건설사들이 잇따라 인력 구조조정과 위기경영 체제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롯데건설은 13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희망퇴직 시행 계획을 공고했다. 회사는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장기 근속자와 임금피크 대상자 등을 중심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로 했다.
희망퇴직 신청자에게는 근속 연수에 따라 최대 기본급 30개월분의 퇴직 위로금이 지급된다. 여기에 일괄적으로 3천만원의 특별 위로금이 추가로 제공된다. 자녀 지원책도 포함됐다. 대학교 재학 이하 자녀에 대해서는 1인당 1천만원의 학자금이 지급되며, 퇴직 이후를 대비한 재취업 컨설팅 등도 제공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이번 조치가 단순한 구조조정이 아니라 인력 구조 재편을 통한 경쟁력 제고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인력 선순환을 통한 조직 체질 개선이 목적”이라며 “단순한 인력 감축이 아닌, 젊고 단단한 조직 구축을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희망퇴직과 동시에 신규 채용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롯데건설은 올해 1분기에만 39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했으며, 2분기 이후에도 신입 및 경력직 채용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번 희망퇴직을 롯데건설이 본격적인 위기경영 국면에 들어섰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침공으로 촉발된 중동 전쟁 이후 글로벌 불확실성이 급격히 커지면서, 이미 둔화되고 있던 국내 건설 경기가 추가 타격을 받고 있어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공사비원가관리센터에 따르면 건설공사비지수는 최근 6개월 연속 상승해 지난 2월 133.69를 기록,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여기에 중동 사태가 본격화한 3월 이후 유가와 자재비가 잇따라 오르면서 공사비 인상 압력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일부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시공사가 조합에 공사비 증액을 공식 요청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달부터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 송파구 마천4구역 재개발, 강서구 등촌1구역 재건축 사업 조합에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고정된 공사비로는 급등한 원가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인력 구조조정 움직임은 이미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12월, 2014년 현대엠코와 합병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 프로그램(커리어 리빌딩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DL이앤씨는 착공 현장이 크게 줄어든 영향으로 지난해 현장 채용 계약직을 중심으로 인력을 14% 이상 감축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연구위원은 “불확실성이 커진 건설사들이 취할 수 있는 최적의 판단은 보수적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신규 사업도 더 꼼꼼히 사업성을 판단해 선택 수주하고, 필요하다면 감원을 포함한 위기 경영으로 기조를 전환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롯데건설의 이번 희망퇴직은 ‘인력 선순환’과 ‘젊은 조직 구축’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공사비·자재비 급등과 분양·수주 부진이 겹친 건설업 전반의 위기 속에서 비용 구조를 조정하려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업계에서는 롯데건설을 시작으로 다른 대형 건설사들도 추가적인 인력 구조조정과 선별 수주 전략을 강화하며 ‘방어 모드’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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