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권수빈 기자] 일상 속 생활 공간을 거점으로 삼아 시민 누구나 철학과 문학을 친숙하게 접할 수 있도록 돕는 인문학 사업이 추진된다.
13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공동으로 기획한 인문 프로그램 운영 지원 사업의 공모가 시작됐다. 지역 주민들이 학술 기관을 찾지 않고도 일상적인 공간에서 지적 배움을 얻을 수 있도록 돕는 데 목적을 둔 것으로, ‘길 위의 인문학’, ‘지혜학교’ 등 기존의 굵직한 기획들에 더해 새로운 시범 사업을 얹었다.
올해 책정된 예산 규모는 115억 원으로, 전국 단위 1200개의 프로그램이 가동될 예정이다. 눈에 띄는 변화는 철학과 문학이 시민을 만나는 공간의 범주가 넓어졌다는 점이다. 과거 도서관이나 대형 박물관에 집중됐던 혜택을 동네 소규모 책방, 청소년 센터, 노인 복지관 등 생애주기별 맞춤형 시설로 확장했다. 인프라가 부족한 인구 감소 지역이나 소규모 단체도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기존 강좌의 절반 규모로 기획된 입문형을 새롭게 도입했다.
올해 첫발을 떼는 '모두의 인문학'은 개별 공간을 점진적으로 연결해 하나의 거대한 지역 문화 생태계를 조성하는 구상이다. 단일 시설에 예산을 내려보내는 방식에서 벗어나 역량 있는 운영 기관이 생활권 내 작은 도서관과 서점, 복지관 등을 그물망처럼 엮어 기획됐다. 총 20개 운영 주체가 각각 1억 원을 지원받아, 동일한 지역 사회 안에서 세대와 계층을 아우르는 200개의 다채로운 강연과 체험을 선보인다.
첨단 과학기술이 주도하는 현대 사회에서 인간의 자리를 묻는 학문의 효용성은 종종 시험대에 오른다. 그러나 속도와 성과가 최우선으로 매겨지는 시대일수록 역설적으로 철학적 사유의 필요성이 커진다.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구하는 과정은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 단연 필수적이다.
일상의 궤도 안으로 들어온 인문학은 개인과 사회의 회복 탄력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퇴근길에 들른 동네 서점에서 이웃과 지혜를 나누고, 복지관을 찾는 어르신이 문학을 통해 지나온 생을 긍정하게 되는 경험은 건강한 공동체를 조성하는 과정이 된다. 사유의 힘이 생활 반경 안으로 스며들 때 숨을 고를 수 있는 여유가 자리 잡을 수 있다.
뉴스컬처 권수빈 ppbn0101@nc.press
Copyright ⓒ 뉴스컬처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