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원식 디시젠 공동대표(서울대병원 유방외과 교수)의 창업 일성은 단호하다. 의료 현장에서 마주하는 환자들의 절박함을 기술로 해결하고, 나아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의지가 디시젠 탄생의 모태가 됐다. 유전자 분석 전문기업 디시젠은 이제 단순한 벤처를 넘어 글로벌 정밀의료 시장의 게임 체인저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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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U 메디컬 드림팀’이 일군 집념, 정밀의료의 닻을 올린다
디시젠의 역사는 2017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동문 선후배 교수들의 의기투합에서 시작됐다. 당시 서울대학교병원 유방외과 교수인 한 공동대표를 필두로 신희철 교수(부대표), 이한별 교수(CMO) 등 3인방이 창업의 닻을 올렸다. 이들은 서울대 의과대학 동문으로, 임상 현장에서 만나는 환자들이 항암치료라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피하고 싶어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후 갑상선내분비외과 권위자인 채영준 교수(CSO)까지 합류하며 이른바 'SNU 메디컬 드림팀'이 완성됐다.
한 공동대표는 서울대 의과학 박사 출신으로 450여 편의 학술 논문을 발표하고 1만 6000회 이상의 인용 횟수를 기록한 세계적인 유방암 권위자로 꼽힌다. 2017년에는 엘스비어(Elsevier) 선정 세계 톱 16 연구자에 이름을 올릴 만큼 학술적 역량을 검증받았다. 그는 한국유전체학회 부회장과 한국유전체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하며, 국내 정밀의료 산업을 이끌고 있다.
이 CMO는 서울대병원 외과 부교수로 재직하며 주력 제품 온코프리 개발을 실무적으로 책임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위원회 전문위원과 한국유방암학회 간사장 등 대외 활동을 통해 기술의 임상적 표준을 정립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신 부대표는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부교수로 디시젠 법인 설립부터 7년간 대표를 맡아 팁스(TIPS), 시리즈A 투자 등 초기 투자와 성장을 김홍섭 공동대표와 함께 이뤄냈다. 신 부대표는 호프(HOPE) 및 호프스코어(HOPE Score) 개발을 주도했다. 채영준 CSO는 보라매병원 교수이자 서울대 의대 부학장으로 원천기술 개발의 핵심 엔진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경영진의 구성 또한 기술과 자산의 조화를 지향한다. 김 공동대표는 카이스트(KAIST) 경영학 박사이자 생물과학 전문가로 CJ제일제당(097950) 제약사업본부 항암제사업팀에서 경력을 쌓았으며 디시젠의 제품 개발과 사업 운영을 진두지휘한다.
신우철 CFO는 신한은행 팀장 출신으로 기업금융과 자본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정우성 CTO는 성균관대 생물정보학 박사로 삼성유전체연구소 등을 거친 유전체 데이터 분석의 베테랑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전문가 조직은 디시젠이 단순한 벤처를 넘어 글로벌 기술 기업으로 도약하는 든든한 뿌리가 된다.
연구개발(R&D) 조직은 박사급 인력 7명을 포함해 유방암뿐 아니라 전립선암, 갑상선암 등으로 파이프라인을 확장하는 엔진 역할을 수행한다. 이들은 독자적인 유전체 분석 알고리즘을 개발해 기존 글로벌 표준 대비 높은 정확도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환자의 유전 정보를 디지털화하고 이를 치료 결정의 근거로 변환하는 디시젠만의 역량이 현장에서 실현되는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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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억원의 투자와 대외 수상... 숫자로 증명된 기술의 가치
디시젠의 성장 스토리는 숫자로도 증명된다. 2018년 10월 팁스(TIPS) 투자 유치를 시작으로 2019년 12월 시리즈A 40억원(프리미어파트너스, 인터베스트), 2022년 상반기 시리즈B 100억 원(대웅제약 등)의 자금을 수혈받았다. 최근에는 메디톡스벤처투자와 IBKC-메디치인베스트먼트로부터 3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이끌어내며 누적 투자액 약 172억원을 달성했다. △프리미어파트너스 △인터베스트 △대웅제약(069620) △메디톡스(086900) 등 굴지의 기관과 기업이 주주로 참여하며 사업의 영속성을 뒷받침한다.
시장의 신뢰는 대외 수상 실적으로도 이어진다. 디시젠은 2023년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표창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디시젠은 중소기업 R&D 우수성과 50선에 선정되는 등 독보적인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무엇보다 지난해 4월 서울평가정보(SCI)로부터 투자용 기술등급 최고 등급인 'TI-1'을 획득하며 기술적 완성도를 공인받았다는 점이 고무적으로 평가된다. 이는 국내 바이오벤처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기술 지표로 평가받는다.
현재 디시젠은 40명의 전문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미 9000명 이상의 환자가 디시젠의 검사 혜택을 받았다. 전국 80개 병원과 200여 명의 전문의가 온코프리를 처방하고 있다는 사실은 디시젠의 기술이 이미 시장에 깊숙이 뿌리 내렸음을 시사한다.
특히 서울대학교병원과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보라매병원 등 서울대 계열 병원뿐 아니라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주요 상급종합병원 47개 중 38개 병원에서 도입을 완료했다. 이는 국내 유방암 수술의 약 80% 이상이 이뤄지는 핵심 의료 기관들을 모두 선점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디시젠은 이제 코스닥 상장을 향한 마지막 관문을 넘는다. 2023년 주간사 예비실사, 지난해 하반기 지정회계감사를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2026년 1월 식약처로부터 신개발의료기기 허가를 획득하며 기술적 불확실성을 완전히 해소했다. 올해 상반기 중 기술성 평가를 신청하고 하반기에 상장 예비신청서를 제출해 연내 기업공개(IPO)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구상이다. 상장 주관사는 삼성투자증권이 맡아 정밀의료 기업으로서의 가치 산정에 공을 들인다.
상장 전략의 핵심으로 실적 기반의 지속 가능한 성장이 꼽힌다. 기존 바이오 상장사들이 연구용역 매출에 의존하는 것과 달리 디시젠은 전체 매출의 90% 이상이 실제 제품 서비스에서 발생한다.
40억원 내외에서 정체됐던 매출은 올해 국내 허가 효과로 80억원 이상의 매출을 정조준한다. 한 대표는 빠르면 내년 늦어도 2028년에는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상장 이후 디시젠은 유방암을 넘어 전립선암, 갑상선암, 그리고 인공지능(AI) 기반의 병리 진단 및 및 바이오마커 발굴 플랫폼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한 대표는 “디시젠의 기술은 환자의 삶을 직접적으로 변화시키는 도구”라며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재원으로 글로벌 1위 유전체 분석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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