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한정용 기자] 정부가 슈링크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온라인 쇼핑몰 단위가격 표시제를 전격 도입했지만, 적용 대상을 ‘연간 거래액 10조 원 이상’으로 제한하면서 제도 실효성 논란에 직면했다.
소비자의 가격 비교 편의를 높이겠다는 취지를 온전히 살리기엔 법적 의무가 쿠팡과 네이버플러스스토어에 집중돼 있어 시장 전반의 가격 투명성 제고로 이어지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으로, C커머스의 급성장과 중소 플랫폼의 사각지대를 외면한 ‘반쪽짜리 설계’라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오프라인 매장에만 적용하던 단위가격표시제를 지난 7일부터 대규모 온라인쇼핑몰로 확대 적용했다. 대상 품목은 가공식품 76개, 일용잡화 35개, 신선식품 3개 등 모두 114개 생활필수품목이다. 적용 대상은 연간 거래금액 10조원 이상 온라인쇼핑몰이며 시행 초기에는 6개월간 시범운영과 계도도 병행된다.
온라인 단위가격표시제는 소비자가 100g, 100ml 같은 기준으로 상품 가격을 비교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다만 실제 집행 범위는 이용자가 많은 상위 플랫폼 일부에 집중돼 있다. 다른 주요 플랫폼과 해외 직구 플랫폼 등 상당수는 제도 밖에 남게 돼 소비자는 쇼핑몰마다 단위가격 정보 제공 여부가 달라지는 불편에 노출됐다. 정부가 공식 안내한 현행 적용 대상도 쿠팡과 네이버플러스스토어 두 곳이다.
전문가들은 소비자 편익 확대라는 정책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재의 적용 범위가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고물가 국면에서 단위가격 정보는 합리적 선택을 위한 권리와 맞닿아 있는 만큼 지금의 방식은 제도 취지를 충분히 살리기에 부족하다는 평가다.
가격 정보 체계를 온라인 유통으로 확장한 점은 분명한 진전이다. 다만 대상을 소수 플랫폼에 한정한 채 출발한 만큼 소비자가 체감할 변화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온라인 쇼핑 전반에 투명한 가격 비교 질서가 자리 잡으려면 적용 대상 확대 등 후속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114개 품목을 한꺼번에 두 플랫폼에만 적용할 게 아니라 품목 수를 조정 후 다른 플랫폼에 단계적으로 넓힐 필요가 있다”며 “고물가 시기 단위가격 정보는 소비자의 비교 선택과 알 권리를 위한 기본 정보”라고 진단했다.
정책 당국은 이 같은 한계를 인식한 상태에서 제도를 설계했다는 입장이다. 이용자 집중도와 시스템 개편 부담, 입점 판매자 부담까지 함께 감안하면 우선 범위를 좁혀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산업통상부는 연간 거래금액 10조원을 온라인 플랫폼 성장의 분기점으로 보고 기준을 정했다. 현재 이 구간에 들어와 있는 사업자가 쿠팡과 네이버플러스스토어이고 실제 이용자도 해당 플랫폼에 집중돼 있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오프라인에서 운영하던 단위가격표시제를 온라인으로 옮기되, 소비자 접점이 큰 채널부터 먼저 적용하는 편이 정책 효율성 측면에서 현실적이었다는 설명이다.
해외 직구 플랫폼이 빠진 배경에는 거래 규모 파악과 제도 정비 문제가 놓여 있다. 산업부는 국내 거래액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거나 제도 기반이 더 필요한 영역은 현 단계에서 제외했고, 향후 시장 상황을 보며 포함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SSG닷컴과 11번가처럼 이미 자율적으로 단위가격 표시를 해온 사업자가 있다는 점도 함께 거론됐다.
현장의 부담도 반영됐다. 온라인 단위가격표시를 처음 도입하는 쇼핑몰은 114개 품목을 반영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손봐야 하고, 기존에 등록된 상품 정보도 다시 정비해야 한다. 오픈마켓 구조에서는 판매자가 많을수록 수정 범위가 넓어질 수 있어 시간과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온라인 단위가격표시제는 투명한 가격 비교 환경을 유통 시장 전반으로 넓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다만 현 단계에선 법적 의무가 소수 대형 플랫폼에 국한된 만큼 시장 전체의 표준 제도로 자리 잡으려면 지속적인 대상 확대가 과제로 꼽힌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온라인 플랫폼 성장의 분기점인 10조원을 기준으로 삼아 이용자가 집중된 상위 플랫폼부터 적용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며 “플랫폼의 시스템 개편과 영세 판매자들의 부담을 단번에 지울 수 없어 단계적 접근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다른 주요 쇼핑몰들도 거래 규모가 커져 기준을 충족하면 자연스럽게 의무 적용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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