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가상자산 시장이 ‘사고 리스크’와 ‘규제 불확실성’이라는 이중 변수 속에서 흔들리고 있다. 거래소 내부 통제 실패와 제도 공백이 동시에 드러나며, 산업 전반의 신뢰 기반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9일 두나무가 금융정보분석원(FIU)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 일부정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두나무의 조치가 충분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당시 규제당국이 구체적인 이행 지침을 제시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할 때 ‘고의 또는 중과실’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규정 공백 상태에서 이뤄진 조치까지 사후적으로 위법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책임의 기준’이다. 특정금융정보법상 제재는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전제돼야 하지만, 문제로 지적된 100만원 미만 거래는 당시 명확한 차단 기준이 없었다. 두나무는 자체적으로 고객 확약서와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거래를 선별했지만, 일부 ‘Unknown’ 지갑을 통한 거래가 사후적으로 미신고 사업자 거래로 확인되며 제재 대상이 됐다. 다만 그 비율은 약 0.7% 수준에 그쳤다.
법원 판단이 나오면서 업계 전반에는 규제 리스크 완화 기대가 확산되고 있다. 유사 사안으로 제재를 받은 빗썸과 제재 심의를 앞둔 코인원 역시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됐다. 특히 100만원 미만 거래에 대한 규정 부재가 공통 쟁점으로 작용했던 만큼, 이번 판결이 향후 제재 기준 설정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규제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같은 시기 빗썸에서는 내부 통제 실패로 인한 대형 사고가 발생하며 시장 신뢰를 흔들었다. 지난 2월 이벤트 지급 과정에서 단순 입력 오류로 원화 대신 비트코인이 지급되면서 약 62만개, 시가 기준 62조원 규모의 오지급 사태가 벌어졌다.
빗썸은 사고 발생 약 40분 만에 거래를 차단하고 대부분 물량을 회수했지만, 일부 이용자가 이를 외부로 이전하거나 매도하면서 현재까지 약 7억원 상당 물량은 회수되지 않은 상태다. 빗썸은 반환을 거부하는 이용자들을 상대로 가압류를 신청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사안을 ‘부당이득 반환’으로 볼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이번 사건은 거래소 내부 통제 체계의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파장이 적지 않다. 단순 실수로 시작된 사고가 대규모 시장 리스크로 확대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다.
가상자산 시장은 ‘규제 공백’과 ‘운영 리스크’가 동시에 노출된 국면에 들어섰다. 한편에서는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는 불확실성이 확인됐고, 다른 한편에서는 내부 통제 실패가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제재 기준과 규정 명확화 필요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동시에 거래소 내부 통제와 시스템 안정성에 대한 요구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규제가 산업 성장을 따라가지 못하는 사이, 시장은 신뢰와 책임을 동시에 요구받는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Copyright ⓒ 이뉴스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